[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세종대왕의 사법 철학을 통해 여권의 사법개혁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오만한 궤변"이라고 응수했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세종대왕은 법을 왕권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았다"며 "이같은 세종대왕의 사법 철학은 시대를 초월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법의 가치와도 깊이 맞닿아있다"고 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조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대법관 증원과 내란재판부 구성, 대법원장 탄핵을 위해 여론몰이 공작을 벌이며 삼권분립의 축을 흔들고 있는 민주당의 행태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지금의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세종대왕의 철학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권력 서열' 운운하며 입법부가 사법부 위에 있다고 말하는 '반헌법적 사고'를 가진 대통령, 개혁이란 미명 아래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위헌 소지 가득한 법안을 밀어붙이고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로 사법부 수장을 쫓아내려는 민주당의 폭주는 이미 정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법은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닌 것처럼,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자신의 무죄를 위한 도구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민생과 국익을 위해 헌신 봉사해야 할 자리를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사법부를 파괴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세종대왕의 철학을 부디 새겨듣길 바란다"며 "대한민국의 근간인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흔들려는 시도가 계속될수록,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 심판의 시계는 더욱 빨라질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반면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세종'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사법불신의 장본인 조 대법원장은 민본 위한 사법개혁을 방해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조 대법원장이 '세종대왕은 법을 왕권 강화 수단으로 삼지 않았다'는 오만한 궤변을 늘어놓았다"며 "스스로 '왕'이 돼 사법 권력을 휘두르고, '방탄 법원'을 자처하며 대선 개입 의혹까지 촉발한 장본인이 바로 조 대법원장"이라고 질타했다. 

이어서 "끝없는 재판 지연과 고무줄 잣대 판결, 제 식구 감싸기로 법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사법 불신을 만들어 낸 조 대법원장이 세종대왕의 '민본'과 '민심 수렴'을 거론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이야말로 세종이 꿈꿨던 '민본 사법'을 구현하려는 것"이라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주권자의 뜻을 받들어 사법부를 개혁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마땅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의 이름을 빌려 국민의 정당한 개혁 요구를 '왕권 강화'로 매도한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며 "만약 스스로 개혁하기를 거부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사법 왕국'을 고집한다면, 결국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