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국회의사당 시대를 맞아 국가 정치의 중심지로 도약하려면,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충분한 용수 확보가 선결 조건이다. 국회의사당 이전은 단순히 건물 하나가 들어서는 문제가 아니다. 입법부의 심장 역할을 하는 시설이 들어오면 의원과 보좌진, 언론인, 연구기관 관계자 등 수천 명이 상주하고,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방문객이 몰려든다. 도시는 필연적으로 규모가 커지고, 그에 따른 물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물의 수량이 도시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세계의 큰 도시들은 모두 강을 끼고 성장했다. 파리의 센강, 런던의 템즈강, 서울의 한강이 대표적이다. 이들 도시는 풍부한 수량을 기반으로 생활, 산업,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 왔다.
국회의사당은 단순한 행정 건물이 아니다. 광장, 조경, 하천과 친수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적 상징 공간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세종시 도심을 흐르는 제천·방축천이 지금처럼 메말라 흉측한 모습을 드러낸다면, 방문객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게 될까? 도시 품격은 물론 국가 상징 공간으로서의 위상마저 훼손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신뢰와 국가적 위상에 직결된 사안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9월 16일 임기 중 역점 과제를 발표하며 “행정수도 세종의 완성은 균형발전의 주춧돌”이라고 선언했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세종의사당 건립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뒷받침할 ‘행정수도완성특별법’ 제정도 공언했다.
그러나 같은 시점에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금강에서 불법 농성 중인 환경단체를 찾아 “세종보를 재가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행정수도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약속과 수도의 물 공급을 외면한 환경부의 결정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국회의사당이 위치한 서울 한강에는 이미 여러 개의 수중보가 설치돼 있다. 런던 템즈강에는 45개, 파리 센강에는 34개의 보가 있으며, 독일 라인강에는 무려 86개, 미국 미시시피강에도 43개의 보가 존재한다. 세계 주요 강들이 모두 도시와 국가의 필요에 따라 보를 세워 안정적인 수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세종에는 보를 가동하지 못하게 하는가.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모순이다.
세종보 철거를 외치는 일부 환경단체의 “강은 흘러야 한다”는 구호는 이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시민 생활과 세종 국회의사당 시대를 떠받칠 현실적 대책이 될 수 없다. 백로나 천둥가리를 거론하며 세종시민의 불안을 가볍게 치부할 권리가 그들에게 없다. 기후위기로 돌발 가뭄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세종시의 물 공급은 충분하다”는 주장은 무책임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시민의 삶과 세종 국회의사당 시대를 지킬 수 있는 실질적 담수 전략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 세종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