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한 해의 체온을 보여준다. 가족의 안부를 묻는 인사 속에서 가계의 지출 계획, 장바구니 물가, 고속도로의 혼잡과 안전이 동시에 드러난다. 숫자는 차갑지만, 그 뒤엔 사람의 숨이 있다. 올해 명절을 바라보는 감정의 온도는 어디쯤일까.

추석앞둔 재래시장 모습...모란재래시장. 뉴시스
추석앞둔 재래시장 모습...모란재래시장. 뉴시스

- 올해 가구당 추석 지출 계획 묻자 평균 712,300원으로 집계
- 긴 연휴가 친지 방문 + 체류형 여행의 양자택일

[일요서울ㅣ김재경 기자] 올해 가구당 추석 예산이 커지는 가운데, 민생회복 소비쿠폰 2(110만 원)922일부터 신청을 받아 연말까지 소비 패턴을 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쿠폰은 전 국민의 약 90%에 해당해 전통시장·지역상품권 사용을 자극하고, 추석개천절대체휴일한글날로 이어지는 스케줄은 1010일에 연차를 더하면 최장 10일의 이동창을 만든다. 결과적으로 장바구니 분산구매가족 단위 체류형 여행이 동시에 늘 여지가 커졌다.

올해 가구당 추석 지출 계획은 평균 712,300원으로 집계됐다. 작년(563,500) 대비 +26.4%나 늘어난 수치다. 가장 큰 비중은 부모님 용돈과 선물, 그다음이 차례상 비용이다. 물가가 잠잠해지는 듯해도, 명절만큼은 줄이기 어렵다는 심리가 수치로 확인된다. 그래서 명절이 무섭다는 푸념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현금 흐름의 과학에 가깝다.

추석 지출 가장 큰 비중은 부모님 용돈과 선물

장바구니 물가를 들여다보면 풍경이 더 섬세해진다. 작년 aT(KAMIS)의 공식 조사에서 4인 기준 차례상 비용은 209,494, 전년 대비 +1.6%로 집계됐다. 조사 지점 기준 전통시장이 대형유통보다 약 10% 저렴했고, 품목은 24개로 간소화 모델을 썼다. , 채널과 시점의 선택이 체감 비용을 갈랐다는 뜻이다. ‘명절 2주 전~1주 전분산 구매가 유리하다. 올해 민간 조사 한국물가정보 기준에선 전통시장 299,900원으로 4년 만의 20만 원대 복귀라는 결과도 나왔다. 기관·모형·품목 구성이 달라 수치가 엇갈리지만, 공통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보가 체감비용을 바꾼다.

정부의 성수품 수급 대책도 숫자로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올해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로 풀겠다는 발표가 이어졌고, 작년에도 aT·지자체 합동 모니터링과 함께 채널별 가격 비교가 제공됐다. 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은 결국 소비자의 손바닥 안에서 가격이 비교·저장·공유될 때 나타난다. 앱 한 번으로 이번 주 내 동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얼마 저렴한지가 보이면, 예산 71만 원은 더 합리적으로 사용된다.

한편 올해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2(110만 원)922일부터 신청을 시작하며 소비 패턴에 변화를 줄 변수가 추가됐다.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대상이며, 103118시까지 신청, 1130일까지 사용해야 하고 미사용분은 소멸된다. 지급 수단은 신용·체크카드/지역사랑상품권/선불카드 중 선택할 수 있고, 첫 주에는 출생연도 끝자리 요일제가 적용된다. 현실적으로는 장바구니 예산에서 10만 원의 심리적 마찰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크다. 전통시장·지역상품권 사용을 자극해 분산구매·채널 이동을 촉발할 가능성도 높다.

작년 추석 3500만명 이동...올해는?

코레일 추석연휴기차표 예매 안내문. 뉴시스
코레일 추석연휴기차표 예매 안내문. 뉴시스

다음은 도로 상황이다. 작년 추석 특별교통대책 기간 총 3,503만 명이 이동했고, 일평균 이동 584만 명으로 전년과 비슷했다. 중요한 건 안전지표의 개선이다. 일평균 교통사고 228.8(49.4%), 사망 4.2(39.1%)으로 뚜렷하게 감소했다. ‘귀성 오전·귀경 오후의 정체 패턴은 여전했지만, 정보 제공과 단속, 휴식 권고의 결합이 체감 시간과 사고 위험을 낮춰준 셈이다.

수단별로 보면 승용차 분담률 87.7%, 버스 5.3%·철도 3.6%·항공 3.0%였다. ,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번에도 차로 움직였다. 그래도 철도의 역할은 작지 않았다. 코레일 집계로 추석 특별수송 6일간 2812천 명이 열차를 탔고, KTX 174만 명(일평균 29만 명), 연휴 마지막 날 314천여 명은 역대 명절 중 최다를 기록했다. 귀경이 한날에 몰리는 피크 집중을 철도가 흡수해 준 셈이다.

명절의 이동 방식에도 변화가 있다. 연휴가 짧았던 작년에도 해외 출국 82만 명, 전년 대비 +5.2%였다. 친지 방문과 국내 단거리 여행이 주류인 명절에도 해외 분산 수요가 지속된다는 의미다. 내수에만 의존하지 않는 소비 패턴은 소매업·관광업의 프로모션 캘린더를 바꿔놓고 있다. 올해는 연휴 구조 자체가 소비·이동을 바꾸는 변수다. 2025년 추석은 103(개천절)~9(한글날)까지 7일 연속 휴식이 확정돼 있고, 10()에 연차나 임시공휴일이 붙으면 최장 10일 연휴가 가능하다. 귀성·귀경 왕복대신 체류형·가족 동반 여행으로 전환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이미 주요 플랫폼의 숙소 검색·조기 예약 증가가 관측되고, 장거리 노선의 수요도 오르고 있다.

데이터는 실제 여행 행태의 변화도 비춘다. 글로벌 숙박 플랫폼 분석에 따르면 추석 관련 숙소 검색이 전월 대비 145% 급증했고, 장거리·장기 체류 의향이 뚜렷해졌다. 국내에선 경주·속초 등 가족 친화 목적지의 검색이 큰 폭으로 늘었고, 해외에선 상하이·프라하·시드니·로마 등 중장거리 선호가 강해졌다. 가족 필터 기반 숙소 검색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긴 연휴가 친지 방문 + 체류형 여행의 양자택일이 아닌 병행을 가능케 한 것이다.

비대면 선물의 기반이 되는 우편·택배 물류도 매년 기록을 갈아 치운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특별소통기간 예상 물량 1,887만 개(일평균 157만 개)를 발표하며 임시 인력 2만여 명과 추가 예산 투입 계획을 공개했다. ‘상호방문일부가 상호발송으로 바뀌는 흐름, 즉 명절의 디지털화가 통계로 굳어지는 장면이다.

음준운전 사고 연휴 전날.첫째날 20%이상

민생회복소비쿠폰 매장. 뉴시스
민생회복소비쿠폰 매장. 뉴시스

안전의 생활화도 데이터가 말해준다. 경찰 통계·홍보자료를 보면 음주운전 사고는 연휴 전날·첫째 날에 평소보다 20% 이상 많다. 정체가 심해지는 정오~저녁(12~18) 구간은 졸음과 주의력 저하가 겹치며 위험이 높아진다. 결국 실천은 단순하다. 출발 시각 분산 + 90~120분 주기 휴식 + 첫째 날 음주 자제. 정책은 이미 성숙했고, 남은 건 생활자 UX. 내비 화면에 다음 휴게소까지 남은 시간·사고 다발 시간대가 자동 뜨고, 피로·졸음 경고가 주기적으로 울리면 통계는 생명을 구한다.

선물 트렌드는 체면보다 실속으로 이동했다. 5~10만 원대 선물세트 선호가 강하고, 소고기는 여전히 압도적 1순위다. 반면 부모님 용돈은 잘 줄지 않는다. 가계가 줄이는 건 체면이 아니라 자기 몫의 소비라는 사실이, 71만 원대 지출 계획의 감정선을 설명한다. 명절의 소비는 관계의 유지비이기도 하다.

이 모든 지표를 정책과 생활로 번역하면 해법은 간단해진다. 첫째, 정보가 곧 절약이다. aT·지자체·민간이 제공하는 점포별 실시간 가격표를 비교·저장·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당일 최저가가 보이면 전통시장 10% 저렴같은 문장은 생활의 차이가 된다. 둘째, 도로 위 안전의 UX를 한 단계 끌어올리자. 국토부·도로공사·경찰의 데이터를 모바일 위젯으로 묶어 지금 출발 vs 한 시간 뒤 출발의 예상 소요·혼잡·사고위험을 한 눈에 보여주면, 출발 시각 분산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작년의 사망 39.1%라는 수치는 정책과 습관이 함께 만든 성과다. 셋째, 물류의 피크 관리가 곧 관계의 품질이다. 우정본부가 예고한 1,887만 개의 명절 물량은 사람의 땀방울이다.

소비의 미학아닌 관계의 지속 가능성 고민해야

조기 발송·분산 발송을 일상화하면, 배달 노동의 과로 리스크를 줄이고 수신자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명절의 디지털화는 사람을 덜 지치게 하는 기술일 때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감정의 여백을 남기자. 숫자가 말해주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낯선 도시에서 홀로 보내는 명절, 고향에 내려가고 싶지만 업무·예산이 허락하지 않는 20·30, 부모님께 드린 용돈 뒤로 밀리는 자신의 소비. 그래서 우리는 소비의 미학이 아니라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실속 선물, 분산 구매, 전통시장 이용, 이동 시간 분산은 지출의 기교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가 추석을 함께하는 풍속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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