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가을이 깊어질수록 경북 청송의 용흥사 계곡은 색채의 향연을 펼친다. 맑고 차가운 물길은 천년 고찰 용흥사 앞을 유유히 흐르고 양옆으로는 붉고 노란 단풍잎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계곡을 타고 퍼져 나오는 물소리와 숲을 가르는 새소리 그리고 산사에서 은은히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가 어우러지는 순간 이곳은 여행자의 순례지가 아닌 마음을 정화하는 쉼터가 된다.
천년을 이어온 고찰의 품격
용흥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고찰로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불교문화와 지역 공동체의 정신적 중심 역할을 해왔다. 절의 입구를 지나면 계곡이 곧바로 펼쳐지는데 발밑의 자갈이 훤히 보일 만큼 맑은 물은 사계절 내내 변치 않는 투명함을 간직한다. 여름에도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은 가을 단풍과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화를 완성한다.
경내에는 고즈넉한 전각과 불화가 곳곳에 자리한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대웅전은 단정한 기와선과 소박한 단청으로 산사의 품격을 드러내고 법당 안의 불화는 장인의 섬세한 손길을 보여준다. 불교문화에 관심 있는 방문객이라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경내 곳곳을 둘러보며 사찰이 품은 깊은 역사와 정신세계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걷기 좋은 가을 산책로
가을의 용흥사 계곡은 걷기에 제격이다. 계곡 옆으로 조성된 완만한 산책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히 걸을 수 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단풍잎이 바위 위에 수북이 내려앉고, 물 위로 반짝이는 햇살이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벤치에 앉아 발을 담그며 잠시 쉬어가는 풍경은 이곳을 찾은 이들이 가장 많이 남기는 추억 중 하나다.
아침에는 계곡 위로 옅은 물안개가 피어올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오후에는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아 물속 자갈과 단풍잎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이런 순간은 사진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피사체가 되어 용흥사 계곡이 ‘가을 사진 명소’로 손꼽히는 이유를 설명한다.
단풍 여행과 함께하는 먹거리
용흥사 일대를 찾으면 청송의 대표 특산물인 사과를 빼놓을 수 없다. 계곡 인근 농장에서는 갓 수확한 사과를 맛볼 수 있고, 일부 농장에서는 직접 사과 따기 체험도 가능하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특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청송 전통시장에 들러보면 꿀, 잡곡, 토종 꿀엿 같은 다양한 지역 먹거리를 만날 수 있다. 전통 장터 특유의 활기와 정겨운 인심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주변 함께 즐길 만한 곳
용흥사를 중심으로 한 청송 여행은 주변 명소와 연계하면 더욱 알차다.
▲주왕산국립공원
대한민국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주왕산은 기암괴석과 계곡미로 유명하다. 가을이면 단풍이 산 전체를 붉게 물들이며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주방천을 따라 이어지는 계곡길은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부담 없는 코스로 산행과 단풍 구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청송 주산지
안개와 어우러진 물안개 풍경으로 널리 알려진 주산지는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한다. 이른 아침 수면 위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고목들이 빚어내는 장면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용흥사와 가까워 함께 둘러보기 좋은 코스다.
▲청송 얼음골
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신비한 지형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가을에 찾으면 시원한 기운이 남아 있어 색다른 체험이 된다.
▲청송 사과 체험 마을
사과로 유명한 청송에서는 여러 체험 마을에서 사과 따기, 사과 파이 만들기, 사과즙 체험 등을 진행한다.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