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배송노동자들 ‘야간 배송 강요’ 반발

쿠팡의 배송 관리 애플리케이션 ‘쿠팡 플렉스’가 먹통이 돼 배달기사들이 혼란을 겪었다. [사진 = 뉴시스]
쿠팡의 배송 관리 애플리케이션 ‘쿠팡 플렉스’가 먹통이 돼 배달기사들이 혼란을 겪었다. [사진 = 뉴시스]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쿠팡의 배송 관리 애플리케이션 ‘쿠팡 플렉스’가 먹통이 돼 배달기사들이 혼란을 겪었다. 앱은 4시간이 지난 후에나 복구됐다. 하지만 복구 직후 회사 측이 정상 배송을 지시하자 현장 노동자들이 “야간 배송을 강요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본부 준비위원회는 “업무 마비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길 수 없다”며 쿠팡에 공식 사과와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시스템 마비 4시간 만에 복구... “배송지와 캠프에서 발이 묶여”
-“복구 지시가 아니라 책임 있는 조치 필요”


지난 20일 오후 3시경부터 쿠팡이 운영하는 배송 앱 '쿠팡 플렉스'에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전국의 쿠팡 택배노동자들이 배송 정보를 확인하지는 못하는 등 혼란을 겪으며,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졌다.

쿠팡 플렉스 앱은 배달 일을 원하는 배송 기사가 앱을 통해 접속한 뒤, 배송 날짜와 원하는 시간대, 배송 캠프(지역)를 확인하고 신청하면 물량이 배정받는 시스템이다. 앱 상의 스캐너 기능을 이용해 송장 바코드를 하나씩 확인한 뒤 자신의 차량에 싣고, 앱의 지도 기능을 활용해 배송을 하게 된다. 앱에서는 가까운 배송지끼리 묶어주거나 최적의 동선을 안내해 준다.

저녁 7시가 돼서야 앱이 복구됐지만, 회사 측은 곧바로 배송 재개를 지시했다. 이에 일부 현장에서는 택배노동자들이 깜깜한 밤거리를 돌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노동자들은 “야간 배송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일부 대리점에서 사 측이 추가 배송 지원은 없다고 안내했다라며, 다른 동료를 돕도록 지시하는 등 사실상 업무 부담을 늘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본부 준비위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성명을 내고, 쿠팡에 세 가지 요구를 제시했다. ▲금일 배송 업무의 공식 종료와 노동자에 대한 사과, ▲4시간 대기 및 업무 차질에 따른 실질적 보상, ▲미배송 물량이 다음 날 과로로 이어지지 않도록 책임 있는 물량 분산과 인력 충원 등 구체적 대책 마련이다.

이번 사태는 쿠팡이 지난해부터 강화해온 배송 속도 경쟁과 맞물리면서 노동자 부담을 더 크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앱 기반 배송 체계가 확대되면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경우 현장 대응 여력이 제한되는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택배노조 측은 “단순 시스템 복구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과 근무 환경을 고려한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처럼 대규모 앱 장애가 발생할 경우, 물량 분산과 추가 인력 투입 등 사전 대응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오류는 즉각 복구했으며, 안전사고 예방과 배송 차질 최소화에 최선을 다했다”는 취지로만 전했으나, 노조 요구에 대한 구체적 답변은 아직 없는 상태다.

앱 전산 오류 발생 당시 쿠팡 관계자는 "배송 앱 오류 관련 배송 지연 등에 대해서는 위탁배송업체 및 기사들에 대한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앱 복구가 완료된 시점에서 쿠팡은 별도 공지를 통해 "사고 발생 4시간여만에 복구작업을 완료했다"며 "배송에는 지장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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