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두 학생들 활동 모습. 사진=새롬고 제공
세바두 학생들 활동 모습. 사진=새롬고 제공

해마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음식물 쓰레기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하루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수천 톤에 달하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토양·수질 오염은 기후 위기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경고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학생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급식 시간마다 쏟아지는 잔반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학생들이 매일 먹는 점심 식사 후 남기는 음식은 단순히 아깝다는 차원을 넘어 처리 비용과 환경 부담으로 직결된다. 이에 우리 동아리는 학교 급식에서 버려지는 잔반이 어떻게 처리되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져 여러 자료를 조사하였다. 아래의 자료는 세종시 유····대학교에서 발생한 학교급식 잔반 현황을 보여준다. 참고로 유치원은 200명 이상, ···대학교는 100명 이상의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를 대상으로 했다.

(출처: 세종시 자원순환과)

자료에 따르면, 학교급식에서 상당량의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4년 기준으로 학교당 연간 약 29,000kg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며, 학생 수가 500명 이하인 학교들도 포함되었으므로 새롬고등학교처럼 학생 수가 1,000명에 육박하는 학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이 버려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음식물 쓰레기는 잔반 처리 비용 및 재정 손실과 같은 경제적 낭비로 이어질 뿐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는 심각한 환경 문제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손도 대지 않은 조리된 식품까지 모두 폐기된다는 점이다.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다양한 캠페인을 시도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특별자치시는 지난해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학교급식의 잔식 기부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학교급식에서 남은 음식을 지역 복지시설 등에 기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잔식은 급식에서 배식되지 않고 남은 음식(미배식분)으로, ‘예비식이라고도 한다. 위생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진다면 잔식은 취약계층이나 복지시설에 기부할 수 있는 잠재적 자원이다. 잔식 기부를 활성화하면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절감 온실가스 배출 감소 취약계층 식사 지원 확대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조례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잔식 기부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조례가 잔식의 기부 대상을 식품제조·가공업체에서 출고한 포장 상태 그대로의 완제품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학교에서 조리된 밥이나 반찬 등은 모두 기부 대상에서 제외되어 대부분 폐기되고 있다. 영양교사와의 인터뷰 결과, 학교에서 완제품이 남는 경우는 거의 없어 조례의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세바두 소속 학생들의 잔식기부에 대한 설문조사 모습. 사진=새롬고 제공

따라서 조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정이 시급하다. 경기도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는 20229월 수원시 효원고를 시작으로 이미 180여 개 학교에서 학교 급식 잔식을 복지시설 등에 기부하고 있다. 효원고의 경우 잔식을 모두 기부한 결과, 음식물 쓰레기 양과 잔반 처리 비용이 각각 약 40% 줄었다.

경기도는 잔식 기부 대상을 완제품으로 제한하지 않으며,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의 품질이 높고,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통을 활용해 2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세종시 학교에도 적용한다면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잔식 기부 제도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예산을 절감할 뿐 아니라, 학생들이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직접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도 크다.

세종시 소재 새롬고 동아리 세바두(세상을 바꾸는 두드림) 학생들은 세종시 조례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6월과 9, 두 차례에 걸쳐 세종교육청 담당자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교육청 담당자는 운반 과정에서 음식물이 상할 우려가 있어 완제품 외의 잔식 기부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종시는 푸드뱅크가 구도심 한 곳에만 설치되어 있고, 인력과 지원 시스템이 부족해 시행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례 개정과 더불어 제도적 여건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세종시는 신도심에 학교와 인구가 밀집되어 있어, 신도심에도 푸드뱅크를 추가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도 마련되어야 한다.

세바두는 학교 급식 잔반 문제 해결과 잔식(예비식) 기부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홍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세종시의회 본회의 100회 기념식에서 2분 자유발언을 통해 잔식 기부의 필요성을 적극 제안했다. 이어 1018일에는 세종환경교육센터에서 개최한 세종환경교육한마당에서 체험 부스를 운영하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잔식 기부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세종시민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잔식이라는 용어를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자세히 안다’ 4%(8), ‘알고 있다’ 14.5%(29), ‘한번쯤 들어봤다’ 25.5%(51), ‘잘 모르겠다’ 56%(112), 시민의 절반 이상이 잔식의 개념을 잘 알지 못했다. 반면 잔식 기부(모르는 시민에게는 설명 후)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서는 찬성한다’ 99%(198), ‘반대한다’ 1%(2), 대다수의 시민이 잔식 기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는 시민들이 학교 급식 등에서 발생하는 잔식 기부의 필요성에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종시는 조례의 한계를 보완해 실질적인 잔식 기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잔식은 단순한 남은 음식이 아니라, 올바른 자원 순환과 공동체 나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세바두 회원들. 사진=새롬고 제공
세바두 회원들. 사진=새롬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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