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자본시장 신뢰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행위”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정부가 주가조작 고삐를 죄는 가운데, 합동대응단이 NH투자증권을 대상으로 수사에 나섰다. 상장사 공개매수(TOB) 관련 내부 정보를 활용해 거액의 이익을 챙긴 혐의가 불거진 NH투자증권 IB 조직 고위 임원이 정조준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시장 교란 행위에 무관용 원칙으로 임하겠다”는 방침 속에 9월 첫 수사에 이어 연속 압수수색에 돌입하며 칼날을 더욱 세우고 있다.
-커지는 공개매수 시장... 내부통제 취약점 노출
-“시장 교란 행위에 무관용 원칙으로 임하겠다”
28일 금융 당국이 NH투자증권 투자은행(IB) 부문 고위 간부가 상장사 공개 매수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 이용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불공정 거래 척결을 위해 출범한 합동대응단의 '2호 사건'인 만큼 업계 안팎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월 NH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 공개매수 담당 실무 직원이 별도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3개월 만에 다시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금융당국의 수사 선 상에 올라 내부통제가 부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NH투자증권 고위 임원 공개 매수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수사에서 최근 2년여 사이 11개 종목에서 동일 패턴이 반복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매수 직전 자금 흐름에서 임원 측과 정보 이용자 사이에 거액의 금전거래가 오간 흔적까지 드러났다. 차명계좌를 수시로 교체하며 거래를 나눈 장면도 확인돼, 내부 감시를 의도적으로 피하려 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동대응단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책임지는 금융사 임원이 오히려 불공정 거래에 가담한 것은 자본시장 신뢰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행위”라며 “형사처벌 및 행정제재까지 검토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공개매수는 통상 경영권 확보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핵심 전략이다. 발표 즉시 주가가 상승하는 ‘호재성 정보’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개 전 정보 유출은 반드시 차단돼야 한다. 하지만 시장 성장 속도에 비해 내부통제 강화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불공정거래 통보 유형 중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 정보이용은 12건으로 전체 공개매수의 절반 수준에 육박했다. 단일 유형 비중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개매수 시장이 커지면서 내부자들의 유혹도 함께 커진 셈”이라며 “IB 부문의 윤리 수준과 통제 체계를 전면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합동대응단은 내부자 정보 남용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대응한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번 수사가 ‘무관용 원칙’이 보여주기식이 아닌, 자본시장 신뢰 회복의 실질적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앞서 합동대응단은 ‘1호 사건’으로 종합병원, 대형학원 운영자 등 슈퍼리치와 유명 사모펀드 전직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등 금융 전문가들이 1000억 규모의 자금을 동원해 대형 주가조작을 적발한 바 있다. 당시 합동대응단은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혐의자 재산을 동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