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럼클럽 재매입과 내부거래 의혹

동국제강이 보유한 고급 골프장 ‘페럼클럽’ 오너 일가와 연관된 부지 거래 과정에서 내부거래 및 특혜 논란이 제기되며, 기업 지배구조와 투명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 = 페럼클럽 홈페이지 캡쳐]
동국제강이 보유한 고급 골프장 ‘페럼클럽’ 오너 일가와 연관된 부지 거래 과정에서 내부거래 및 특혜 논란이 제기되며, 기업 지배구조와 투명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 = 페럼클럽 홈페이지 캡쳐]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국내 대표 철강기업 동국제강그룹이 경기 여주에 보유한 고급 골프장 ‘페럼클럽’을 2016년 매각했다가 2020년대 들어 재매입하며 경영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오너 일가와 연관된 부지 거래 과정에서 내부거래 및 특혜 논란이 제기되며, 기업 지배구조와 투명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영난 속 매각과 재매입, 골프장 수익성 확보
-장세주 회장의 프라이드 ‘페럼클럽’... “사익편취 의혹”


동국제강은 2016년 철강업계 전반의 실적 부진과 현금 유동성 악화로 인해 페럼클럽과 본사 사옥(페럼타워) 일부를 매각했다. 당시 페럼클럽 지분 49%가 중견 PEF인 루터어소시에잇에 매각되었으며, 실질적 경영권도 PEF 측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페럼클럽 지분 가치는 당시 100% 기준 약 1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동국제강이 패럼클럽을 재매입하기 전까지 루터PEF가 운영했으며, 회사는 본사 재무 구조 안정화를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2014년 산업은행과 체결한 재무구조 개선 약정과 후판부문 시황 악화는 동국제강 경영진에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장세욱 부회장은 “팔 하나를 잘라도 살아갈 수 있다”며 직원들을 독려하며 경영난을 극복했다.

2015년에는 유니온스틸을 합병하고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4200억 원에 매각했다. 또한 포항 후판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알짜 자회사 국제종합기계와 휴대폰 부품업체 DK유아이엘도 잇달아 매각했다.

동국제강은 2020년대 말, 경영 안정화와 고수익 제품 판매 확대에 따라 페럼클럽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며 운영권을 회복했다. 페럼인프라의 지분율은 61.44%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페럼클럽의 입장 매출은 2021년 1분기 21억1600만 원에서 3분기 118억7200만 원으로 급증하며, 단기간에 4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 비중도 주요 철강 제품 대비 낮지만, 중계 무역부문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수익원으로 평가된다. 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퍼블릭 골프장으로서, KPGA 코리안투어 선수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코스로 평가받았다.

-부지 매각·재매입 과정, 내부거래 의혹 집중 조명

문제는 부지 거래 과정에서 발생했다. 2010년 페럼인프라가 여주 사곡리 임야 2만6335㎡를 약 39억 원에 매입한 뒤, 2012년 5월 절반가량을 오너 일가와 지인에게 약 4억9700만 원에 이전하고 두 달 만에 다시 되사들였다. 거래가 매입가와 거의 유사했고, 일부 세금이 회사 자금으로 보전된 정황까지 포착되며 특혜성 내부거래 논란이 제기됐다.

해당 부지에는 한옥 형태의 건물이 들어섰고, 외형상 ‘게스트하우스’로 등록됐지만, 실질적으로 오너 일가 별장으로 쓰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입로 허가 과정에서도 행정적 예외가 적용돼, 외부에서의 접근을 제한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페럼클럽은 단순한 레저시설을 넘어 동국제강그룹의 상징적 자산으로 꼽힌다. 그룹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유하며, 오너 일가가 대외 행사나 주요 고객 접대에 활용해온 곳이기 때문에 부지 매입·매각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상징 자산을 둘러싼 사익편취 의혹’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일각에서는 페럼 클럼이 그룹의 고급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건 사실이지만, 사적 이용 논란이 겹치면 상징성이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를 제기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부동산 거래를 넘어, 동국제강의 지배구조 투명성 평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지적한다. 최근 ESG 공시 강화와 함께 기관투자자들은 비재무적 리스크를 주요 평가 항목으로 반영하고 있다.

-동국제강 “제기된 의혹은 사실과 달라”

이번 사례는 단순 부지 매각·재매입을 넘어 동국제강 그룹의 내부거래 관행과 지배구조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투명한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과 ESG 경영 준수가 필수적”이라며, “오너 일가의 이해관계와 회사 자산 관리 간 괴리를 해소해야 기업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기업 내부거래와 오너 일가 관련 의혹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독립 감사와 경영 투명성 점검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본지와 대화를 나눈 동국제강 관계자는 “해당 부지 활용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부분은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라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회사의 공식 입장에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사업 검토 과정에서 여러 활용 방안을 고민한 흔적이 남아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구체적인 추진이나 의사결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내부적으로는 이미 검토가 마무리된 사안이며, 현재는 별도의 계획이나 진행 중인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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