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인치 대화면·보이스 인핸서까지…골프의 변신
연비 17km·주행거리 1000km…실속파 운전자 눈도장
[일요서울 ㅣ 이정하 자동차전문기자] 여의도에서 강남으로, 다시 광화문을 거쳐 역삼으로. 서울 도심을 누비며 만난 폭스바겐 신형 골프는 ‘작지만 꽉 찬 차’였다.
차체는 아담하지만, 주행감은 대형 세단 못지않게 단단하고 여유로웠다. 해치백의 경쾌함과 디젤 특유의 효율, 그리고 폭스바겐만의 정제된 안정감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었다.
골프는 반세기 동안 ‘해치백의 교과서’라 불려온 모델이다. 이번 신형(8세대 부분변경)은 디자인과 기능 모두에서 한층 성숙해졌다. 전면부엔 ‘일루미네이티드 로고’가 새겨져 밤거리를 달릴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낸다.
얇고 입체적인 ‘IQ.라이트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가 빛을 뿜어내면, 여의도 도심의 유리벽 사이에서도 골프는 작지만 당당한 실루엣을 남긴다.
핸들링은 폭스바겐 특유의 균형감이 살아 있다. 스티어링 휠을 살짝 돌릴 때마다 차체가 민첩하게 반응한다. “노면에 착 달라붙는 듯한 움직임”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강남대로의 차선 변경 구간에서도 흔들림이 거의 없다. 고속에서도 ‘불안’ 대신 ‘단단함’이 느껴진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7단 DSG 변속기가 엔진 출력을 효율적으로 이어 주며 끊김없는 속도를 선사한다. “자꾸만 달리고 싶은 가속감”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서울 도심 주행에서 체감한 연비는 놀라웠다. 신형 골프 2.0 TDI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7.3km. 풀 주유시 주행거리가 1000km에 육박한다. 광화문 사이를 오가며 실주행에서도 16km/L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정체 구간에서도 연비 하락폭이 적었다. 디젤 엔진 특유의 강한 토크(36.7kg.m)는 신호등에서 출발할 때마다 묵직한 추진력을 보여준다. “유류비 절감에는 정말 효과적인 디젤 엔진”이라는 운전자들의 평가가 실감난다.
소음 억제력도 기대 이상이다. 디젤임에도 기어가 중립이거나 정차시에도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창문을 닫으면 도심의 소음이 단절된다. 고급 세단과 비교해도 승차감은 손색이 없다. 서스펜션은 단단하면서도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 강남의 요철 구간에서도 편안하다.
실내는 폭스바겐의 디지털 감성이 가득하다. 12.9인치 대화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직관적이고 반응이 빠르다. 전 모델에 비해 크기가 커져 아주 편리하다. 운전 중 공조장치나 시트 열선 조작은 터치로 처리해야 하는 점이 다소 불편하지만,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명확하다. 야간에는 ‘일루미네이티드 터치 슬라이더’가 은은히 빛을 내 조작감을 돕는다.
운전석 ‘에르고액티브 전동시트’는 허리 지지와 마사지 기능까지 갖췄다.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감이 덜하다. 3존 클리마트로닉 에어컨은 앞뒤 좌석의 온도를 각각 맞출 수 있어, 뒷좌석 탑승자도 쾌적하다. 특히 ‘보이스 인핸서’ 기능이 흥미롭다. 주행 중에도 작은 목소리로 대화할 수 있어, 가족이나 동승자와의 소통이 한결 편하다.
주행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는 장거리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유용하다. 차선 유지, 앞차와의 간격 조절, 긴급 제동 보조 등 모든 기능이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특히 출퇴근길 정체 구간에서 ‘트래블 어시스트’는 가감속을 부드럽게 제어해 피로도를 줄여준다.
디자인은 클래식함과 현대적인 감각의 균형이 인상적이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 라이트와 함께 빛나는 로고, 3D LED 테일램프의 웰컴 애니메이션은 ‘작지만 특별한 차’라는 인상을 준다. 도심 빌딩 사이에서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트렁크 공간은 예상보다 넓다. 접이식 2열 시트를 활용하면 주말 장보기나 캠핑용 짐까지 충분히 실린다. 차체 크기(전장 4,285mm) 대비 실내공간 활용도가 높아 ‘실속형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다.
‘운전이 즐겁다’는 점이 골프의 본질이다. 작은 차체로 여의도의 좁은 골목을 돌아나갈 때, 강남대로를 직진할 때, 광화문 교차로에서 잠시 멈춰 설 때 등 모든 순간이 안정적이고 자연스럽다.
직접 시승을 마친 후 떠오른 생각은 단순했다. “집에 차를 한 대 더 산다면, 이 차를 사고 싶다.” 나이 들어서도 편하게 몰 수 있고, 주차 스트레스도 덜하며, 무엇보다 ‘운전이 재밌는 차’이기 때문이다.
신형 골프는 여전히 해치백의 정석이다. 탄탄한 기본기와 정제된 독일 감성, 그리고 실속 있는 효율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합리적 프리미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