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동시 사이드카 발동... 시장 우려 확산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미국발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먹구름이 끼며, 코스피와 주요 대형주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급락 장세 속에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잇따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투자자 불안이 더욱 확산됐다. 증시 전반에 ‘패닉 셀’ 우려가 번지며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할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7개월 만에 코스피 매도 사이드 카 발동
-외국인 1조 원 순매도, 870개 종목 줄하락
한국거래소는 5일 오전 9시46분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고 밝혔다. 코스피200 선물의 가격이 전일 대비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서 요건을 충족했다. 발동 당시 코스피200 선물은 전일 종가 대비 30.35포인트(5.20%) 떨어진 552.80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어 오전 10시26분에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매도 사이드카가 작동했다. 코스닥150 선물 가격이 6% 넘게 하락하고, 코스닥150 지수 역시 3% 이상 내리며 기준선을 밑돌았다. 당시 코스닥150 선물은 전일 대비 6.23% 급락한 1523.90포인트, 코스닥150 지수는 6.01% 하락한 1523.68포인트였다.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4월 7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당시 ‘트럼프발 관세 충격’으로 증시가 요동친 바 있다. 이번 발동은 2002년 이후 32번째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 사례로,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된 장세에서만 발동되는 ‘비상조치’다. 코스닥 시장의 매도 사이드카 발동은 지난해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이다.
오전 10시40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246.24포인트(5.97%) 급락한 3875.50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1조1479억 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이끌었고, 기관이 2065억 원, 개인이 9775억 원 각각 순매수했다. 전체 종목 중 870개가 하락한 반면, 상승 종목은 50개, 보합은 9개에 그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급락을 ‘과열에 따른 숨고르기 과정’으로 해석했다. 최근까지 인공지능(AI) 관련주의 급등세가 이어지며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기술주 조정이 겹치면서 국내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됐다. 일부에선 “AI 테마의 피로감이 현실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미국 증시 조정이 기술주 중심으로 나타난 만큼, 국내 지수의 충격은 단기적일 수 있다”며 “AI·반도체 업종의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는 한 중장기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뉴욕증시(현지시간 4일)가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에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국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우존스지수는 0.5%가량, S&P500은 1% 넘게 내렸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 이상 급락했다. AI 대표주로 꼽히는 팔란티어 주가는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논란 속에 7%대 급락 마감했다.
백악관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4% 가까이 밀렸다. 테슬라 역시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1조 달러 규모 보상안을 거부했다는 소식에 5% 하락했다.
여기에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가 “향후 1~2년 안에 증시가 10~20% 조정받을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매도세에 불을 지폈다. 이 같은 글로벌 불안감 속에 국내 증시도 반도체 등 대형주 중심으로 외국인 매물이 쏟아졌고, 원·달러 환율 급등이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