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마다 국가 예산 심사 정치투쟁 볼모로 삼아, 말로만 민생 외쳐 국민이 외면
- 여야 협치 소멸되고 정치 불능과 불치(不治) 시대 이어져
“이제 전쟁이다. 이제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모든 힘을 모아야 될 때”
지난 4일 국회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728조원에 대한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며 목청을 높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말이다. 장 대표는 덧붙여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이번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며 야당의 대여 투쟁의 비장함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으로 728조원은 올해 대비 8% 증가된 사상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경기부진과 미래 AI시대 대비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향후 이재명 정부의 예산 운용 방향을 가늠할 첫 예산 시정연설부터 안타깝게도 국회는 반쪽이 됐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와 하는 시정연설에 야당이 불참하는 건 윤석열 정부 첫해였던 2022년 10월25일 이후 역대 두 번째이다. 윤석열 정부 초부터 현재 민주당은 사실상 윤 정부의 국정운영에 강한 제동을 걸며 견제의 강도를 극한으로 끌어 올렸다.정권 초 여야의 극단적 대립은 정권 내내 대립과 투쟁과 갈등과 분열로 이어져 상생은 사라지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여야가 제 갈길만 가는 ‘협치(協治)’가 아닌 정치가 치유될 수 없는 ‘불치(不治)’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민주당 역시 이러한 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과 대정부 투쟁에 대해 “대선 불복 행태”로 규정하고 맞대응에 나서면서 올해 예산 심사도 해마다 되풀이 되어온 12월2일 예산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다수당인 여당 단독 처리는 가능하지만 이 역시 이재명 정부 첫 예산처리 과정에서 모양새가 좋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시정연설 보이콧 명분으로 내세운 이유가 사실 국민에겐 와닿지 않는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계엄 관련 혐의로 특검이 구속영장 청구를 한 것에 반발하고 나서면서이다. 특검은 진행 중이고 혐의에 따라 절차가 이뤄지는 것을 두고 ‘정치 탄압’ 주장하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민생을 외치면서 정작 정부 예산안에 대해선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 것 조차 거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면서 정작 예산 심사에 들어가면 여야가 앞다퉈 국회의원 지역구 예산이나 당의 특정 지역 지원 관련 예산을 반영하는 데는 염치 불문하고 몰입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곤하는 게 우리 국회의 행태이다. 우선 국민의힘은 정치투쟁과 국가 예산 심사를 연계하여 제대로 심사도 하지 않고 졸속으로 심사하거나 처리된다면 야당 본연의 임무조차 저버리는 셈이다.
‘대여 정치투쟁’과 ‘국회 예산안 심사’는 결코 연계되어선 안된다. 밤을 세워서라도 정부 예산안에 대해 철저히 들여다보고 심사에 몰두하는 것이 우선 제1야당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일하면서 싸우는 모습’이 더 국민에게는 믿음을 주는 정치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집권 여당 민주당 역시 윤 정권 당시 여러 명분을 내세워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면서 “국회무시 사과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국민의 힘이 명분이 약한 이유를 내세워 시정연설 보이콧 하는것도 볼썽사납지만, 민주당이 여전히 야당과 협치에 소극적인 자세로 강 대 강 대응만 하는 모습 역시 정치가 불치(不治)로 치닫게 된 배경의 책임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돌고 도는 보복 정치 행태와 유치할 정도의 여야의 대통령 시정 연설 보이콧 명분이 국민에겐 참 피곤하게 와 닿는다 이젠 제발 예산이라도 제대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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