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 정부 대선캠프 성골.진골.6두품 아직 공개적 공공기관 못가 낙하산 제로
공공기관장 자리는 ‘총선 낙선자 몫’ 등의 자리로 여겨진다. 역대 공공기관장 인선 사례를 보면 그렇다. 때문에 이번 공공기관장 자리는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던 캠프 공신들 몫이 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들어 공공기관장 인사가 주춤하다. 공석인 기관장만 36곳이며, 임기가 만료된 직도 35곳 등 71군데로 여느 때보다 장이 크게 열려야 되지만 여전히 조용하다는 것이다.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일제히 미뤄졌다는 견해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때문이라는 이들도 적잖다. 공공기관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캠프 공신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기 일보 직전이다. 더구나 ‘성남·경기 라인’이 이재명 정부의 핵심 실세로 불리듯이 공신들 역시 등급을 나눠 공공기관에 갈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는 분위기다. 여의도에서는 ‘이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선물을 받았느냐’로 진.성골, 육두품 등으로 나누는 웃지못할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 여의도 대선공신록 감별법 진골.성골 ‘이재명 굿즈’ (2천명 추정), 6두품 추석선물(4천명 추정) 분류
- 공기관長 공석만 36곳, 임기만료 35곳 '즉시임명' 공공기관長 71곳 文 임명 21곳
- 후임 인선 연기 배경 대통령 '만기친람형', '5호담당제'식 인사스타일 '지적'도
[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이재명 대통령은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임명직에는 측근을 잇따라 배치했다. 대표적으로 ‘성남·경기 라인’이다. 대통령실 전반을 운영하는 윤기천 총무비서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김남준 대변인 등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대통령을 곁을 지켜온 최측근 인사로, 대통령실에 입성했다. 비서관보다 낮은 직급으로 일하고 있는 성남·경기 인사도 다수다.
공공기관장 노리는 공신들, 등급 나누는 해프닝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임명직에도 잇따라 측근이 배치됐다.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변호를 맡았던 조원철 법제처장, 이태형 민정비서관,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 등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다.
이 대통령은 초기에는 이념과 진영을 탈피하는 인사를 하는 듯 했지만 이제는 ‘진영 챙기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야당을 중심으로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능력 위주의 참신한 인사, 통합형 인사를 하고 싶었겠지만 자기 진영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내 편 챙기기’ 인사로 흐른 건 그 때문”이라고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할 공공기관장 임명에도 측근들은 물론 공신들이 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역대 정권마다 총선 낙선자, 대선 공신 등이 줄줄이 공공기관장으로 왔던 흑역사를 떠올리는 이들은 많다. 현재도 이재명 캠프 공신들이 공공기관에 눈독 들이고 있다는 말이 파다하다.
이렇다 보니 ‘성남·경기 라인’들이 이 대통령 핵심 측근 그룹으로, 대통령실에 대거 입성했듯이 대선 공신들 사이에서도 ‘대선 공신 감별법’이 등장했다. 신라시대의 골품 제도인 ‘진골·성골’의 왕족과 그 이하인 ‘6두품’으로 나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여권 대선 공신들 사이에서는 지난 8월 15일 열린 이 대통령의 국민임명식 초청장·추석선물·굿즈 등을 모두 받은 인사들을 ‘진골·성골’로 불리며, 국민임명식 초청장과 추석선물만 받은 인사들은 ‘6두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진골·성골’로 불리는 이들은 이재명 정부의 공공인선이 이뤄질 경우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대선 공신 감별법이 여의도에서 우스갯소리로 흘러나오고 있다”며 “항간에는 수치로 나오고 있다. 추정치이지만 진골·성골은 2천명, 6두품은 4천명 정도로 분류됐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공공기관장 인선 늦어지는 배경, 대통령 '만기친람형' 인사 스타일 때문?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 인사는 주춤하다. 공기업 안팎으로 대규모 혁신, 통폐합, 조직개편에 산업재해, 불공정 사업 추진 논란 등이 겹치면서 새 리더십 발탁에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국정감사 이후 정부가 공공기관장 인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사장이 부재하거나 사의를 표해 사실상의 공백 상태에 놓인 공기업 수장 인사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신규 임명된 기관장은 1명에 불과했다. 지난 9월 임명된 박상진 산업은행장 1명이 전부다. 현재 이재명 정부에서 즉시 임명할 수 있는 공공기관 자리는 71곳으로, 기타공공기관이 45곳으로 가장 많고, 공기업이 12곳, 위탁집행형 공공기관이 10곳이다. 기관장 공석이 36곳이며, 임기가 이미 만료된 직이 35곳으로 파악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 산하에 공석인 공공기관만 해도 강원랜드,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에너지재단, 한국제품안전관리원, 한국전력거래소,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한국탄소산업진흥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 나타났다.
다수 기관들은 후임 인선이 늦어진 이유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상황을 거론한다. 정치적 혼란이 있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특히 공공기관장 후임 인선은 공공기관이 공모 절차를 밟으면 후임 기관장을 임명하지만 주무 부처 등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기관 단독으로 후임자 인선을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실제 윤석열 정부에서는 집권 초기부터 인사 적체 문제를 비판받았다. 대통령실이 산하기관 인사까지 관여하고, 검증 체계도 제대로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관장 인선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연장선상에서 볼 때 현재 여권에서 공공기관 인사가 늦어지는 것도 윤석열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실이 산하기관 인사까지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만기친람형(옛날 임금이 나라의 모든 정사를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직접 챙기고 살피던 빗댄 말)’, ‘5호담당제(북한에서 주민 5세대마다 1명의 당원을 배치해 간섭·통제·감시하는 제도)’식 인사스타일 때문에 공공기관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인사스타일은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야당을 중심으로 불거진 바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21년,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청 내부에 측근들을 심어두고 도청 공무원들을 '분과'(分科) 단위로 감시했다는 ‘5호담당제’를 폭로했다.
당시 국민의힘 박수현 의원은 “경기도청에 각 과별로 ‘5호담당제’라고 불리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며 “공식 명칭은 아니고 공무원들이 부르는 제도인데, 각 과별로 한 사람씩 이 지사의 측근이 속해 있어서 과장이 제대로 회의도 못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청 공무원이)도 정책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면 금방 카카오톡으로 보고돼 처벌을 받거나, 질책을 받거나, 좌천되는 5호담당제가 실시되고 있어서 제보를 못 한다고 한다”고 했다.
여권 인사, “금명간 인사 불만 표출이 여당에서 나올수도...”
이처럼 공공기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이재명 캠프에 몸담았던 공신들의 불만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능력 위주의 참신한 인사, 통합형 인사를 하고 싶겠지만 자기 진영 요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내편 챙기기 인사로 흐르겠지만 인사에 소외된 공신들의 불만도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공공기관장 임명을 둘러싼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