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EC기간 중 북미회동 무산....트럼프 “내년 4월 방중 때 김정은 만남 희망”
북미정상회담 시계가 또다시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회동 성사를 위해 북미 양국이 제3국을 통한 극비리 접촉에 나섰다는 것이다. 앞서 경주에서 최근 막을 내린 APEC정상회의 기간 동안 북미 정상간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재명정부 또한 북미대화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아쉽게도 불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러브콜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끝내 침묵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대로 끝난 건 아니다.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라는 이벤트 때문이다.
- 김정은, 트럼프 러브콜 거절은 미중정상회담·시진핑 위상 고려해 대화 자제
-‘핵보유국 인정’이나 ‘경제제재 해제’ 트럼프 발언은 김정은에 매력적인 요소
- 내년 4월 트럼프‧이재명 동시 방중 성사시 북미회담 및 남북미중 회동 가능성
[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무엇보다 중요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다. 노벨평화상을 의식했다지만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너무나도 적극적이다. 특히 북미대화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은 물론 대북제재 해제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위상을 고려해 침묵을 선택한 북한도 내년 4월에는 운신의 폭이 커진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북한에 가장 우호적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판이 커진다면 한국전쟁 당사국인 남북미중의 4자회담까지도 거론될 정도다.
트럼프 러브콜 김정은 침묵 시진핑 위상 고려해 대화 자제?
APEC정상회의 기간 중 글로벌 빅이벤트는 북미 정상의 만남 여부였다. 상황은 나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냈고 북한 당국 역시 완벽한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북미대화는 불발됐지만 대화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이다. 특히 외교가 안팎에서는 만일 북미 양국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실무차원에서부터 준비했다면 정상간 회동 가능성이 커질 수 있었는데 이번의 경우 정상간 결단을 통한 톱다운 방식이라는 점에서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는 분석도 쏟아졌다.
물론 북미 회동 무산에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로 흘러나오기도 했다. 보다 중요한 변수는 중국 요소였다. 다시 말해 북한의 거절은 대화의지 부족이 아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배려한 측면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경주 APEC정상회의의 최대 이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무역갈등 해소와 합의였다. 만일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에 응했다면 세계인의 주목은 미중 정상회담이 아닌 북미 정상회담에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뜻하지 않게 다소 고약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참석 이후 중국 및 러시아와 밀착한 북중러 외교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른바 북한판 ‘안러경중’ 기조 하에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잠시 숨고르기를 선택하고 내년 상반기를 노린다는 분석이다.
실제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북미대화 재개 징후도 포착됐다. △유엔군사령부의 판문점 특별견학 중지 △북한 당국의 판문점 북측 시설 미화작업 △CNN의 임진각 카페 임대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북한은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일에 맞춰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표면적으로 북미회담 러브콜을 거절한 것이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하지 않았고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이었다는 점에서 나름 수위를 조절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국가정보원의 분석도 유사하다. 북미회담이 최종적으로 무산됐지만 북한측이 진지하게 회동을 대비했다는 설명이다. 국정원은 그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실무진 성향을 분석한 정황 △미국과 조건부 대화를 시사한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이후 핵무장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을 자제하며 수위를 조절한 점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당시 최선희 외무상의 방러 출국을 막판까지 고심했던 정황 등을 포착했다고 보고했다. 뒤집어 보면 상황 변화에 따라 북한이 언제든지 대화 테이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정부, 북미회담 지원사격…북미, 제3국서 극비접촉설 솔솔
이재명정부는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 본인을 페이스메이커로 공식화한 이후다. 북미대화의 문이 열려야 남북간 긴장해소가 가능하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특히 여권 안팎에서는 북미대화 견인과 남북관계 평화무도 조성을 위한 대북특사 카드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북미간 직접 대화가 어려울 경우 우리 정부가 북미대화의 메신저 역할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중진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이 한반도 '피스메이커'로서 북미 대화를 견인하고 남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주변 4강과 전략적 소통을 해 북미·남북 대화 물꼬를 트도록 한반도 평화 특사 파견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북특사 카드로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주로 거론된다. 박지원 의원은 과거 김대중정부 시절 대북특사로 북측과 협의해 사상 첫 남북정상간 만남인 6.15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었다. 정동영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 개성공단 설립을 주도했던 통일전사로 이재명정부에서 남북화해 무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의 지원사격과는 별개로 북미 양국간 극비리 물밑 접촉 여부도 주목된다. 최근 주한 미국대사 대리에 임명된 케빈 김 전 국무부 부차관보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신임 케빈 김 대사 대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북미외교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스티븐 비건 당시 대북 특별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일한 것은 물론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열린 3차 북미정상회동 등 메가 이벤트에 모두 관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카드를 선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총회에 고위급 인사를 7년 만에 파견했다. 김선경 외무성 부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에게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곧 주권을 포기하고 생존권을 포기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 스탠스는 강경했지만 북한이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다자외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보다 공세적인 외교행보에 나선 것이다. 북한 고위급 인사의 미국 방문이 재개되면서 스웨덴, 싱가포르, 베트남 등 제3국을 통한 극비리 접촉설까지 흘러나온다.
특히 북미간 극비리 접촉이 성과를 낸다면 공식 채널이 나설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행과 마찬가지로 북미 양국 고위급 인사의 상호 방문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북미 양국간 물밑접촉이 성과를 낸다면 북한 측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미국 방문 또는 제3국에서 미국 측과의 접촉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트럼프·이재명 동시 방중시 남북미중 정상 역사적 4자회동 성사?
국정원은 내년 3월 이후를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분기점으로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내년초 신년사다. 핵보유국 지위 보장과 경제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북미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큰 틀에서 제시할 수 있다. 이후 타임스케줄은 북미간 힘겨루기다. 북미정상간 회동 성사를 위해 실무차원의 치열한 샅바싸움이 전개되겠지만 회동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내년 2월 9차 노동당 대회를 지켜봐야 한다. 이어 3월 한미연합훈련 이후 북미대화 재개 분위기가 급반전될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북한 당국이 가장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한미간 연례행사다. 방어용이라는 한미 군당국의 해명에도 북한은 대북 침략연습이라며 강력 반발해왔다. 문재인정부 시절과 마찬가지로 북미대화 및 남북대화 견인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의 규모와 시기를 일정 부분 조정한다면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명분이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북미정상의 브로맨스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관계는 파탄을 맞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러브레터 수준의 친서를 주고받으며 끈끈한 관계를 비공식적으로 과시한 바 있다. 더구나 세계 최강국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구애를 김 위원장이 언제까지만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기간 동안 북미관계 정상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북한은 영원히 국제사회의 미운오리 새끼 신세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면 마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조건부 대화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재집권 이후 김 위원장을 좋은 친구라면서 관계에 대한 만족감과 더블어 대화 의지를 수십차례 내비쳐왔다.
내년 4월 북미회담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정세는 지각변동을 경험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4월 방중 일정을 전후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역시 내년 가을 중국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의에 앞서 상반기 중으로 방중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치적 상상력을 덧붙이면 한미 정상이 비슷한 시기에 베이징을 찾는 것이다. 만일 여기에 김 위원장의 방중까지 성사된다면 글로벌 빅이벤트다. 한국전쟁 당사국인 남북미중 정상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 성사된다면 러시아까지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난 한반도에서 남북이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한국전쟁 종전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국전쟁 종전을 위해 북미 양국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중국, 러시아의 참석이 필수적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외교적 고립 해소와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해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동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을 노리고 있다”며 “북미 정상의 이해가 일치하는 만큼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만남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4월 방중이 성사된다면 남북미중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는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며 “내년 4월은 북미회담, 남북미중 4자회담 등 한국전쟁 이후 전후 80년의 질서를 새롭게 재편하는 메가 이벤트가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