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상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한 자해행위 관련 평균임금 산정 방식 

서울 서초 대법원 [사진 = 뉴시스]
서울 서초 대법원 [사진 = 뉴시스]

“평균임금”이란 이를 산정해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6호)을 말하며, 퇴직금, 휴업수당, 산재보험법 상 급여(휴업급여, 장해급여 등) 등을 산정할 때 사용된다. 

최근 대법원(2025두31014, 2025.10.16.선고)에서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한 자해행위로 사망에 이른 경우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 및 무단결근 기간의 평균임금 산정기간 제외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 있었다. 

-“자해일만으로 평균임금 기준 삼을 수 없어”
-“무단결근도 ‘요양 필요 휴업기간’ 해당”

재해 근로자(이하 ‘망인’이라 함)는 시내버스 회사의 버스 운전원으로 근무하던 중 4차례의 사고를 겪고 2021년 6월 12일경 연락이 두절된 채 결근했고, 같은 해 같은 달 18일경에 자살한 상태로 발견됐다. 

산재 신청을 접수한 근로복지공단(이하 ‘피고’라 함)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뒤, 자해행위를 한 날인 2021년 6월 18일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로 보아 산정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망인의 배우자(이하 ‘원고’라 함)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함)을 했다. 

그러자, 원고는 망인의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이 사망 추정일이 아닌 사망의 원인이 되는 재해 사유 발생일이고, 망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연락이 두절된 기간은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돼야 하므로 평균임금이 잘못 산정됐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이 사건 처분의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원심은, 망인이 연락 두절돼 무단결근을 시작할 무렵 이미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져 있었고 그로 인해 자살에 이르렀으므로, 무단결근 시작일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뒤, 이 사건 처분은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을 잘못 판단해 망인의 평균임금을 부당하게 낮게 산정한 것으로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 원심 판단 그대로 확정… 근로자 이익 보호 원칙 재확인

근로자가 정신질환 등에 관해 별도의 진단을 받지 않은 채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한 자해행위로 사망하거나 부상ㆍ질병ㆍ장해를 입은 경우,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2조에 따라 유족급여를 비롯한 보험급여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인 ‘사망 또는 부상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이 아니라 자해행위를 한 날을 의미한다. 

먼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2조는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과 같은 업무상 질병에 관해 그 발병일을 명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진단에 따라 질병이 발생됐다고 확정된 날’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근로자가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6조 제1호), 근로자가 정신질환에 관해 진단을 받았다면,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은 원칙적으로 진단일로 보아야 하고, 정신질환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을 ‘사망 또는 부상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로서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했으나(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6조 제3호), 정신적 이상 상태에 관해 진단을 받지 않은 경우는,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을 ‘사망 또는 부상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로 볼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자해행위를 사망 또는 부상의 원인이 된 사고로 볼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해행위를 한 날을 ‘사망 또는 부상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로서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로 보아야 한다. 

-“평균임금 제도 취지는 근로자의 통상생활임금 보장”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치료 등 요양을 실제로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요양을 위해 휴업을 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에 따라 임금이 감소한 기간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법 제78조에 따라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기 위해 휴업한 기간”에 해당해 평균임금의 산정기간에서 제외된다. 

이때 요양을 위해 휴업이 필요했는지는 업무상 부상과 질병 등의 정도, 업무상 부상과 질병 등의 치료에 필요했던 과정 및 방법, 업무의 내용과 강도, 근로자의 용태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평균임금에 관해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가 산정사유 발생일 이전 3개월 동안의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할 것을 원칙으로 명시한 것은 일반적으로 그러한 산정 방법이 산정사유 발생 당시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근로자의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근로자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은 이에 대한 예외를 두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임금 감소가 예상되는 기간 중 특별히 근로자의 권리행사 보장이 필요하거나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하도록 함으로써, 평균임금 산정에 관한 원칙과 근로자 이익 보호 사이의 조화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사용자는 그 비용으로 필요한 요양을 행하거나 필요한 요양비를 부담해야 하고(근로기준법 제78조 제1항), 근로자로 해금 지체 없이 의사의 진단을 받도록 하는 등(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6조)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필요한 요양을 지체 없이 행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근로자가 정신적 이상 상태에 있거나 그 밖에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유로 의사의 진단은 물론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정상적인 근로를 제공하지 못해 임금이 감소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근로자가 치료 등 요양을 실제로 받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그 임금 감소 기간을 평균임금 산정기간에 포함시키는 것은 근로자 이익 보호의 정신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함으로써 통상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려는 평균임금 제도의 취지에도 반한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① 망인은 기간제 운전원에서 정규직 운전원이 된 후 얼마 되지 않아 운행 중 총 4차례의 사고를 겪음에 따라 극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망인은 2021. 6. 12. 무렵 연락이 두절된 채 무단결근을 시작한 때로부터 불과 6일 후 자해행위로 사망한 점 

③ 피고도 망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했다고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은 늦어도 2021. 6. 12. 무렵 이미 업무상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버스 운행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고, 객관적으로 요양을 위해 휴업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되므로 2021. 6. 12.부터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 전일인 2021. 6. 17.까지 무단결근으로 인한 임금 감소 기간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기간에 해당해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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