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맡아 공직에 복귀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 멘토’라는 평가를 받는 이 수석부의장이 민주평통을 이끌게 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최대 우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 멘토’ 이해찬, 장관급으로 공직 복귀
-‘평화 공존과 번영의 한반도’ 강조하며 李정부 대북정책에 힘싣기
[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 정치 원로 중 한 사람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장관급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맡으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 멘토’로 여겨지는 이 수석부의장이 다시 공직에 복귀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수석부의장은 지난 2020년 8월 민주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동안 주요 선거나 중요한 정치 국면에서 목소리를 내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지난해 22대 총선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활동했었다. 이 수석부의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 “20년 집권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띄운 인물이기도 하다.
2만여명 구성된 22기 자문위원 출범, 21기보다 3.8% 늘어
최근 2만여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 통일정책 자문기관인 민주평통 22기 자문위원이 출범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헌법 제92조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에 따라 설치된 민주평통은 대통령 직속의 헌법기구다. 대통령에게 민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정책 수립과 추진에 대해 건의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민주평통은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22기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위촉했다고 전했다. 이해찬 수석부의장을 비롯해 운영위원, 협의회장, 상임위원 등도 임명됐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8일 장관급으로 임기가 2년인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를 임명한 바 있다. 의장은 대통령이 직접 맡는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김덕룡 전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석현 전 민주당 의원이 각각 맡았었다.
이번에 임명된 7선 의원 출신 이해찬 수석부의장은 민주당 대표 정치 원로 중 한 명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바 있으며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이 수석부의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 정치무대에 발을 내딛은 후 정치적 멘토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수석부의장 임명 이유에 대해 “이해찬 수석부의장은 국회의원과 주요 공직을 두루 거친 정치계 원로”라며 “오랜 세월 통일 문제에 전념하고 활동해 온 인사로서 원숙한 자문을 통해 대통령의 대북·통일 정책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자문위원으로 이번에 위촉된 총 2만2824명의 22기 자문위원들은 11월 1일부터 2027년 10월 31일까지 2년 동안 국내외에서 활동하게 된다.
22기 자문위원은 지난 제21기보다 3.8%(840명) 늘었다. 국내는 지역대표인 지방의원 3066명과 직능대표 1만5721명으로 구성됐다. 해외는 137개국의 재외동포대표 4037명이 합류했다.
성별·세대별 균형을 강화하기 위해 여성과 청년 위촉 비율은 각각 40%, 30% 이상으로 높였다. 특히 18~45세 청년 총 6017명이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려 청년층 참여는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북·통일정책과 관련된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할 숙의토론 활동가 등도 234명이 합류했다.
자문위원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 국내에서는 청년 참여공모를 통해 독립유공자 후손인 18세 고등학생, 방송국 공채 개그맨, 고려인 출신 기업인, 몽골 출신 귀화인 대학생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해외 자문위원으로는 한글 투표용지 도입 캠페인 기획자, 한글학교 교장, 평화의 샘물 공적개발원조(ODA) 프로젝트 추진인사, 한중 합작드라마 제작자, 재즈피아니스트, 입체예술가, 볼쇼이발레단 단원 등 글로벌 코리안 리더들이 참여했다.
이해찬 “나아갈 방향은 평화 공존과번영”, 李정부 대북정책에 힘싣기
이해찬 수석부의장은 취임 첫 일성으로 ‘평화통일’을 강조하면서 대북 강경 정책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온 이재명 대통령에게 힘을 실었다.
이 수석부의장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사무처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평화통일에 대한 우리의 뜻은 결코 흔들릴 수 없다”며 “국민의 뜻을 담을 때 그렇다”고 밝혔다.
이 수석부의장은 “우리는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평화통일 운동의 기반을 다지는 노력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며 “특히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평화 공존과 번영의 한반도”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우리 일상은 물론 통일에 있어서도 상대와 나의 다름을 두고, 상대의 틀림이라 낮잡아 평가해 업신여기고, 차별하는 후진적인 문화를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포용과 통합, 연대의 밝은 에너지로 새로운 평화통일의 공간을 창조해야 한다”며 “포용과 통합은 평화공존과 번영의 한반도의 출발점이다.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디딤돌”이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취임식에 이어 종로구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수하고 있는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두 나라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런 것을 인정은 하면서도 우리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돼있는 통일정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분간은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 쪽 관계를 넓혀 나가는 쪽으로 역점을 두고 남쪽과는 벽을 치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당분간 남북이 직접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면 그때 또 다른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2기 자문위원이 위촉됨에 따라 이해찬 수석부의장은 지난 5일 첫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활동방향과 중점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이 자리에서도 남북 긴장 완화와 평화 증진, 공동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민주평통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수석부의장은 개회사에서 “민주평통이 1981년 출범 이후 약 45년간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증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며 “이제 새롭게 출범한 제22기가 공동번영의 한반도를 만드는 일에 더욱 매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방용승 사무처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무거운 책무를 맡아주신 (운영)위원 한 분 한 분 덕분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더욱 희망차게 그려볼 수 있게 됐다”며 “국민의 집단지성이 모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국민과 함께 활동하는 자문회의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