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인데 전기차처럼 고요하다
연비·공간·정숙성 삼박자 완성...“운전이 쉽고 즐겁다”
[일요서울 ㅣ 이정하 자동차 전문기자] 서울과 김포를 오가며 2박 3일간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현대자동차가 6년 만에 완전변경으로 내놓은 2세대 모델이다. 주행, 정숙성, 공간, 효율성 모두에서 기존 모델과는 차원이 달랐다. 단순히 ‘크고 고급스러운 SUV’가 아니라, 가족의 일상과 여행을 한 번에 품는 플래그십이었다.
첫 시동을 걸면 이 차의 본질이 드러난다. 엔진음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모터만으로 출발하는 정숙함은 전기차와 다를 바 없다. 도심 출퇴근길, 정체 구간에서도 실내는 놀라울 만큼 고요했다. 1, 2열뿐 아니라 3열에서도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릴 정도다. 차체 방음 설계가 대폭 개선됐고, 고급 세단 수준의 정숙성을 확보했다.
주행은 부드럽고, 반응은 민첩하다. 구동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초반 가속이 빠르며, 가솔린 모델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334마력. 모터와 엔진이 매끄럽게 조화를 이뤄, 고속도로 합류 구간에서도 여유로운 힘을 낸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답답함이 없고, 전기모터 특성 덕분에 가속 페달 반응이 즉각적이다.
특히 새로 적용된 ‘E-라이드’와 ‘E-핸들링’ 기술은 실제 체감이 뚜렷했다. 감속 구간이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차량이 앞뒤로 들썩거리는 피칭 현상이 줄었고, 코너에서는 무게 중심이 매끄럽게 이동하며 차체가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전자식 구동 제어가 주행 안정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E-EHA(긴급 회피 조타 보조)’와 ‘e-DTVC(토크 벡터링 제어)’도 탑재돼 돌발 상황에서 차체가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한다.
연비 효율도 만족스럽다. 시승 기간 동안 약 13~15㎞/ℓ 수준의 실연비를 기록했다. 1회 주유로 1000㎞ 이상 달릴 수 있어 대형 SUV임에도 유지비 부담이 적다.
가솔린 모델보다 무게가 늘었지만, 배터리 배치가 안정적이라 코너링 밸런스가 오히려 좋아졌다.
공간 구성은 팰리세이드의 전통적인 강점이다. 전장 5m가 넘는 차체가 만드는 여유는 압도적이다.
2열 독립 시트는 리클라이닝 각도와 슬라이딩 폭이 넓어 장거리 이동에도 피로감이 적다. 특히 2열에 적용된 안마 기능은 가족 모두의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아이들과 함께 학교 등하교, 축구 아카데미 이동을 하며 이 기능을 자주 썼는데, 아이들은 “최고”를 외쳤다. 아내는 “차에서 쉬는 게 더 낫다”고 평했다.
3열도 슬라이딩이 가능해 아이들이 장거리 이동 시에도 편안함을 느꼈다.
트렁크 공간은 여전히 동급 최고 수준이다. 3열을 접으면 캠핑 장비와 유모차, 여행 가방을 한꺼번에 실을 수 있다.
워크인 기능과 전동식 시트 접이 조작이 직관적이라, 가족 여행 때 짐 싣는 스트레스가 없다.
첨단 편의 기능도 플래그십답다. 지문 인식 시동, 인카페이먼트(차내 결제), OTA 무선 업데이트, BOSE 프리미엄 오디오(14스피커) 등이 모두 기본에 가깝게 탑재됐다.
특히 고속도로 주행보조(HDA2)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은 장거리 주행에서 체감 효과가 크다.
김포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며 느낀 건, 이 차는 ‘운전 피로를 줄이는 기술이 차를 진화시킨다’는 점이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진가는 정숙성·효율성·공간성 세 가지가 동시에 어우러졌다는 데 있다. 정차 시에는 조용하고, 달릴 땐 힘이 넘치며, 멈출 땐 다시 고요해진다. 도심에서도, 교외에서도 차가 주는 리듬이 일정해 탑승자 모두가 편안하다.
단점이라면 3열의 상하 움직임이 여전히 조금 느껴진다는 점, 일부 인터페이스의 세련미가 부족하다는 정도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부분을 제외하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사실상 ‘현대차 SUV 기술의 집약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조용한 자신감’으로 완성된 차다. 출퇴근길에는 부드러운 세단처럼, 주말엔 가족 모두가 편히 쉴 수 있는 거실처럼 변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과 플래그십 SUV의 품격이 조화를 이룬 지금, 대형 SUV의 기준은 다시 한 번 팰리세이드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