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도전, 성공 핵심 ‘KEY’... ‘밸류에이션·실적’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최근 케이뱅크가 세 번째 IPO(기업공개) 도전을 공식화했다. 앞서 두 차례 상장 철회를 경험한 만큼, 이번 도전의 성패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사활을 건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IPO 흥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가 존재해, 케이뱅크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FI 수익률·공모가 산정, 현실적 딜레마
-코스피 랠리 등에 업고 IPO 상장까지
지난 10일 케이뱅크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다. 케이뱅크는 예심 통과 후 내년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이번 도전은 단순한 상장 시도가 아니라, 이미 세 차례 도전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이 담긴 재도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선 두 차례 상장은 금융당국 규제, 시장 상황, 내부 실적 등 복합적 요인으로 철회됐지만, 이번에는 내부 체질 개선과 실적 안정화를 어느 정도 달성한 상태라는 평가다.
케이뱅크의 IPO 성패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기존 FI(재무적 투자자)와의 약속 수익률 충족 여부다. 케이뱅크는 기존 FI와 연 8%의 내부수익률(IRR)을 약속했다. 공모가 산정에서 IRR 충족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IRR을 충족하지 못하면 FI 회수 부담이 커지고, 투자자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며, “이는 공모가를 낮추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공모가 산정과 IRR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공모가를 높게 잡아 IRR을 맞추면 투자자의 매수 부담이 커지고, 낮게 잡으면 FI와의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
-공모가 산정·IRR 충족 두 마리 토끼 잡을 전략은
두 번째 관건은 실적 안정과 성장 스토리 제시다. 케이뱅크는 최근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과 연체율 안정 등 성과를 일부 거두고 있다. 3분기 기준 ROE는 6% 수준으로, 업계 평균보다 다소 낮지만 전년 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은 1.5%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는 실적 개선과 성장 가능성을 IPO 흥행의 핵심 변수로 본다”며, “연체율 안정과 수익률 개선이 IPO 성패를 가를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케이뱅크 관계자 이번 IPO 도전을 두고 “상장을 통해 영업 기반을 강화함으로써 ▲SME 시장 진출 등 생산적 금융 확대 ▲ AI 전환(AI Powered Bank) ▲ 디지털자산 리더십 강화 ▲포용 금융 실천에 힘쓸 계획”이라며 “철저한 준비로 상장을 통해 올바른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케이뱅크에 유리한 환경도 존재한다. 최근 코스피 호황과 금융시장 회복세다. 코스피가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4000선을 돌파한 뒤 대체로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며 증시 훈풍이 이어지는 것은 케이뱅크의 IPO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투자심리 회복과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공모가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상황이다.
-견조한 실적·자산 성장, IPO 긍정적 요인
일각에서는 인터넷은행 전반의 밸류에이션 둔화와 경쟁사 대비 평가 하락은 여전히 부담 요인이라고 평가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호황이 어느 정도 버퍼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케이뱅크가 내부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코스피 호황만으로는 IPO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만약 이번 IPO가 성공하면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한 선두주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는 추가 자금 확보와 사업 확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이번 IPO 성공을 위해 IRR·공모가 산정, 실적 개선, 외부 환경 활용이라는 세 가지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한편, 실적 측면에서 케이뱅크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103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1,224억 원 대비 15.5% 감소했으나 이는 IT 투자 확대와 외형 성장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영향으로 분석된다. 3분기만 놓고 보면 별도 당기순이익은 19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1% 줄었지만, 고객 기반과 자산 성장세는 여전히 견고하다.
3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고객 수는 1497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0만 명 늘었으며, 10월 초에는 1,500만 명을 돌파했다. 수신 잔액은 30조4,000억 원, 여신 잔액은 17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8.5%, 10.3% 증가했다. 특히 요구불예금과 파킹통장 ‘플러스박스’가 수신 확대를 견인하며, 잔액은 전년 동기 7조 원에서 12조 원으로 늘었다. 개인 수신 중 요구불예금 비중은 65.6%에 달했다.
기업대출 부문에서도 가파른 성장세가 나타났다. 3분기 말 기업대출 잔액은 1조9,3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1% 증가했다. 케이뱅크의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이 평균 3.2% 금리를 앞세워 성장을 주도했으며, 개인사업자 고객 수는 1년 만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여신 증가분의 절반가량이 기업대출에서 발생하며 가계대출 의존도를 낮춘 점도 눈에 띈다.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1115억 원을 기록했고, 비이자이익은 2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90.8% 급증했다. 머니마켓펀드(MMF) 등 운용 수익과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 대출비교 서비스와 플랫폼 광고 수익이 확대된 결과다.
자산 건전성 지표도 개선됐다. 3분기 연체율은 0.56%로 세 분기 연속 하락하며 2022년 2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4%를 나타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5.01%로 규제 기준을 상회했고, 순이자마진(NIM)도 1.38%로 전 분기 대비 개선됐다. 중저신용대출 비중 역시 목표치(30%)를 웃도는 33.1%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