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도 교통사고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196,349, 사망자는 2,521명이었다. 하루 평균 7명이 도로 위에서 목숨을 잃는다는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가 이만하면 괜찮다고 자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고령 보행자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증가했고, 자전거 사고 또한 늘고 있다.

그동안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시도되어 왔다. 그러나 반복되는 사고를 멈추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운전자가 실제 위험 상황을 경험해보지 않고 도로에 나선다는 점이다. 단순한 운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한 경험의 부재가 사고로 이어진다.

해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체험 중심 교육이다. 위험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거나 직접 겪어보는 교육을 받은 경우, 사고율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연구는 국내외에 다수 존재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분석에 따르면, 체험교육을 받은 운전자 집단 중 신규 운수종사자 진입자의 경우 미이수자 대비 56.2%, 재직자의 경우 50.8% 수준 교통사고가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이 사고를 바꾼다는 근거가 이미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여전히 운수업 종사자나 공공기관 중심으로 제공된다. 예산의 구조 때문이다. 그러나 교통사고의 다수는 일반 운전자, 혹은 청소년과 고령자 같은 교통약자에게서 발생한다. 지금처럼 특정 직군 중심의 체험교육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제는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 특히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 체험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은 실효성 있는 정책 전환이 될 수 있다. 면허를 따기 위해 이론·기능 시험을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급제동, 빗길 회피, 사각지대 인지 등 다양한 상황을 직접 체험해야 한다. 운전자는 위험 상황의 실체를 머리가 아닌 으로 기억하게 된다.

이 교육은 청소년 안전교육,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갱신교육 등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고령자 면허 갱신 시 체험교육을 의무화하면 고위험군 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일부 지자체가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유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지금, 그 대안으로도 체험교육은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물론 이런 확대에는 예산이 수반된다. 하지만 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비교하면 그 투입 대비 효과는 크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연간 도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50조 원을 넘어선다고 본다. 체험중심의 교통안전교육이 사고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 이는 곧 예산 절감이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전라북도 익산시에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설치가 추진 중이며, 기존 상주·화성의 노하우도 쌓여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단지 시설 확충에만 머문다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제도화와 의무화라는 정책 전환까지 이어져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

결국 우리는 겪어본 운전자를 만들어내야 한다. 표어나 캠페인이 아니라,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상황을 가정해 교통사고 위험의 심각성을 미리 체험하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경험 없는 운전자들이 쏟아지는 한,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가는 교통사고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면허시험을 통과해 도로로 나간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사고로 병원에 실려 온다. 이 구조를 바꾸려면 더 많은 표지판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면허 취득의 조건에 경험을 포함시키는 것, 그 작은 변화가 우리 도로의 풍경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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