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부와 상의 없이 돌출 행동”… 김병기 원내대표와 갈등 노출
-. 지도부 “대통령 해외 순방 성과 묻힐라”… 국정조사 차질 우려도

1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1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범여권 법사위원들이 고발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고발이 김병기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고발 과정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사전에 ‘적극 협조’ 의사를 밝혔다는 발언까지 나오며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도부는 이재명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에 벌어진 ‘돌발 행동’이 외교 성과를 가릴 수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당내에서는 대장동 국정조사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9일 강경파 국회 법사위원들은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며 “검찰 조직의 기강과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집단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고발 직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법사위가 지도부와 논의 없이 단독 행동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원내대표는 “뒷감당은 법사위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원내 지도부와 사전 조율 없이 강경파 의원들이 돌출적으로 움직였다는 비판이었다.

이에 대해 김용민 법사위 간사는 21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원내가 워낙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 진지하게 듣지 못했을 가능성은 있다”며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했어야 한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법사위가 이미 14일 기자회견에서 검사장 고발 가능성을 밝힌 점을 언급하며 “갑자기 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사전에 이야기해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성호 장관 “고발하면 적극 협조”… 법무부 사전 인지 여부 논란

논란은 고발 과정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사전 인지·사전 협조’를 약속했다는 김 의원의 발언이 드러나며 더 확산됐다.

김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고발을 하겠다, 고발하면 협조할 거냐고 (정성호 장관에게) 물었고, 장관은 ‘고발하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과 법무부 장관 사이에 사실상의 ‘담합’이 있었다는 자백”이라며 “사건 당사자가 자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검사들을 겨냥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하는 것은 불공정한 수사 약속”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 장관이 항소 포기 과정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시킨 점을 언급하며 “정 장관의 ‘신중 판단’은 포장에 불과하고 본심은 이미 항소 포기였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에 고발이 이뤄진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일부 의원의 강경 행동이 대통령 외교 성과를 가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다른 문제는 대장동 국정조사 일정이다. 당내에서는 “검사장들이 형사 고발을 이유로 국정조사에서 증언을 거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사위의 강경 행보가 오히려 지도부가 추진하는 국정조사 전략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용민 의원은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그날 고발장을 제출한 것뿐”이라며 지도부 비판을 반박했다.

[‘강경파 단독 행동’ 프레임 vs ‘사전 소통’ 주장… 내홍 확산]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검사장 고발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절차 문제를 넘어, 당내 강경파와 지도부 간의 정책·전략 이견이 표면화된 양상이다.

지도부는 돌발 행동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며 법사위를 견제했고, 법사위는 ‘사전 소통이 있었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여기에 정성호 장관의 사전 인지 논란까지 더해지며 정치적 책임 공방은 한층 증폭되는 분위기다.

이번 사안이 민주당 내부 권력 구도, 향후 국정조사 전략, 검찰과의 대치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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