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는 동거중입니다. 서로에 대해서 잘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연애할 때 보다 더 많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그 결과 결혼식 날도 잡았습니다.”한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실시하고 있는 동거에 대한 설문조사란에 동거에 대해 찬성하는 네티즌이 올린 글이다. 최근 젊은이들의 혼전동거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동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인터넷 동거알선사이트들에는 회원수가 급증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혼전동거. 이와 관련된 3가지 키워드 ‘돈’, ‘섹스’, ‘결혼’에 대해 알아보았다.

드라마 인기타고 이상 ‘열풍’

경제 문제 해결·속궁합 미리 알아보기 등 갖가지 이유로 선호인터넷 관련 사이트도 성황 … 동침여부는 계약서 기본 사항

1. 돈

“사랑과 동거는 정말 다릅니다. 동거를 하게 되면 조건이 따르는 것 같아요. 바로 생활과 연관이 되니까요.” 한 인터넷 동거업체 사이트에 자신의 경험담을 게재한 여성의 글이다. 그 내용에 따르면 이 여성은 7년전 만난 애인과 양가의 허락을 받고 동거에 들어갔지만, 결국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혀 여전히 애인을 사랑하지만 그 집에서 나오게 됐다는 것. 이처럼 혼전동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돈’이다. 사랑하는 연인사이의 동거라도 경제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서로 힘겨워질 수밖에 없다. 이는 인터넷 동거사이트를 통한 동거커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 때문에 몇몇 인터넷 동거사이트 운영업체들은 동거계약서까지 만들어 동거에 들어가는 두 사람이 원할 경우 이를 제공하고 있다. 사전에 동거에 들어갔다 깨진 뒤 일어나게 될 말썽의 소지를 없애자는 것. 특히 생활비 절약을 위해 동거에 들어간 계약커플의 경우 사전에 각종 세금과 생활비 부담 등에 관한 조항을 분명히 해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실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거사이트에서 파트너를 찾는 이들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링크클럽 관계자는 “생활비 등의 절약과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거에 들어가는 경우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수가 더 많다”며 “동거를 통해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한 유명 동거 알선 사이트의 파트너를 찾는 공고를 보면 ‘거주지 제공자면 OK, 생활비는 일부 부담할 수 있음’, ‘함께 생활하면서 생활비 절약할 룸메이트 원함’등 경제적인 문제를 조건으로 내건 동거유형이 많다. H 인터넷 동거사이트 관계자는 “계약동거에 들어가는 유형은 오세요형, 갈까요형, 룸메이트형, 살림분담형, 엔조이형 등이 있다”면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거에 들어가는 형은 주로 룸메이트형이나 살림분담형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또 “주거지를 제공하는 오세요형과 갈까요형의 일부도 경제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보통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경우, 남녀가 각자 관리하는 형식이다. 두 사람이 생활하는데 드는 기본적인 생활비는 함께 갹출해서 해결한다. 그러나 이같은 경우는 남녀가 모두 고정적으로 경제적인 수입을 갖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대학생 등 특별히 직장이 없이 동거에 들어가는 이들은 이같은 룰이 잘 적용되지 않는다.

2. 섹스

‘섹스는 동거의 필수?’결혼을 전제로 한 연인사이의 동거라면 당연히 섹스는 동거의 일부분이다. 최근의 한 결혼정보업체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혼전동거를 할 경우 서로의 속궁합을 맞춰보기 위함이라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계약동거 역시 섹스가 기본적으로 포함된다. 애당초 섹스를 목적으로 하는 엔조이형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적인 목적이 동거의 목적이라도 섹스는 암묵적인 합의사항이라는 것. 이에 대해 H 인터넷 동거사이트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요즘 젊은이들의 성의식이 많이 개방되어 있다보니 섹스에 대한 생각도 자유로운 편”이라며“특히 섹스를 즐기는 엔조이형의 경우 남성들이 대다수 일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여성들이 더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동거업체들은 불미스러운 사태를 막기 위해 계약서 내에 섹스에 대한 규정까지 마련해 두고 있다. 실제 C 인터넷 동거사이트가 자사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계약서를 보면 “합의적 동침을 기본으로 하여 같은 침실을 사용할 경우 성관계는 항상 상호 동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전제와 함께 “동거기간 중 다른 이성과의 만남, 성관계를 금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즉 섹스가 포함된 이성간의 동거시 서로에 대해 동거하는 동안만큼은 철저히 배려하고 책임져야 된다는 것. 또 “건전하고 안전한 성생활을 위하여 피임을 기본으로 하되 여성의 권익을 보호코자 원하지 않았던 임신에 대한 규정”이라며 피임과 임신에 대한 조항도 있다. 그 내용은 “피임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성관계를 요구할 수 없고, 피임은 항상 합의적으로 이루어진다”면서 “만약 임신이 확인되었을 경우 이 계약서는 ‘사실혼’에 근거하여 재작성되고 임신 후의 임신에 관련된 모든 것(정기검진, 출산, 낙태 등)은 반드시 상호 합의와 협조를 기본으로 하며 공동의 책임을 의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동거의 경우 계약서에 섹스없는 동거란 문구를 넣는 이들도 있다.모 인터넷 동거사이트 관계자는 “섹스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라는 문구를 계약서에 넣는 남성과 여성들도 있다”면서 “주로 생활비 절감을 위한 룸메이트형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고 이들은 동거자가 각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녀가 한 집안에서 같이 살고 있기에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못한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전언.

3. 결혼

‘섹스 하지 않겠다는 동거일수록 결혼확률 높다?’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 <옥탑방 고양이>의 경우 남자는 여자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동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에게 끌리게 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결혼으로까지 골인할 예정이다.그렇다면 과연 현실 동거에서도 사랑없이 시작했다 결혼으로 이어지는 것일까?한 인터넷 동거업체 관계자 이모씨의 대답은 그럴 확률이 더 높다는 것. 물론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를 제외하고서다. 이씨는 “결혼으로 이어진 계약동거커플을 자세히 살펴보면, ‘섹스없이 동거만 하겠다’고 시작했던 커플일수록 오히려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성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경우 서로에 대해 쉽게 싫증을 갖게 돼 사랑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반면 성적인 부분을 배제한 커플들은 오히려 신뢰가 커지고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중 좋은 인연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그러나 동거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사자들이 결정할 사안일 뿐이라는 게 대다수 동거커플의 주장. 굳이 동거와 결혼을 연결지어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 특히 이같은 생각은 남성보다 여성들에게서 더 강하다는 게 동거업체 관련자들의 생각이다. 한 동거업체 관계자는 “남자의 경우 여성이 마음에 들면 결혼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진 이들이 많다”며 “오히려 여성은 결혼배제라는 원칙을 갖고 엔조이형 동거에 들어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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