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과의 사이에 둔 유치원생 아들 신상 들먹이며 계속 협박수차례 납치후 물고문·성폭행 … 목에 올가미 씌워 매달기도“올가미에 씌운채 죽인다고 협박하기도 했고, 심지어 물고문까지 당했습니다.” 한 커리어 우먼이 전직 조폭의 마수에 걸려 엽기적인 스토킹을 당해오다 경찰에 의해 구제됐다. 서울 강동경찰서(서장 김수정)는 지난달 30일 친구소개로 만나오던 이혼녀가 자기와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납치하고 성폭행에 물고문까지, 심지어 올가미에 씌워 나무에 매달아 살해하겠다고 협박을 가하던 조폭출신 강형식(가명·35)씨를 붙잡아 인질강도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해 11월 친구 부인의 소개로 이혼 한 뒤 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던 정미연(가명·28)씨를 만났다.

전직 조폭출신으로 뚜렷한 직업없이 백수로 생활하고 있던 강씨와 미모와 능력을 겸비한 정씨.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은 첫 만남 이후, 강씨가 정씨의 집을 제집 드나들 듯 왔다갔다하는 등 깊은 관계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카드 문제가 발단이 돼 틀어지기 시작했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모은행 카드 사용료 내역이 너무 많이 청구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총 4회에 걸쳐 140만원의 현금서비스를 받은 것이었다. 정씨는 직접 cctv를 통해 현금서비스를 받은 사람을 조회했다. 순간 정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현금서비스를 받기 위해 cctv에 찍힌 사람은 다름아닌 강씨였던 것. 고민에 빠진 정씨는 곧 강씨를 소개해준 친구부부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강씨는 미안해하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정씨에게 분풀이를 했다.

강씨는 지난해 11월 21일 밤 정씨의 집 앞에서 집으로 들어가려던 정씨를 붙잡고 “네가 카드문제를 친구에게 알려 망신당했다”면서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네 아들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강씨는 또 겁에 질려 있던 정씨를 갑자기 자신의 차에 강제로 태워 대구, 인천, 강원도 등지의 여관과 콘도 등으로 끌고 다니며 성폭행했다. 그러나 정씨에게 이날 일은 뒤이어 계속될 끔찍한 일들의 서막에 불과했다. 강씨가 그녀를 괴롭힌 또 하나의 이유는 남자문제였다. 강씨가 지난해 12월 중순경 우연히 정씨의 집 앞에서 정씨를 기다리던 중 한 남자의 차에서 정씨가 내리는 장면을 목격한 것. 강씨는 이 남자가 정씨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10여분 뒤에 나오자 곧장 정씨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방금 그 남자 누구냐”면서 “너 오늘 죽었다”는 둥 강씨는 심한 욕설과 함께 정씨를 폭행하고 집안의 물건을 깨뜨리며 분풀이를 시작했다.

한참 동안 행패를 부리던 강씨. 그는 또다시 정씨를 강제로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한참을 달렸다. 차가 멈춰선 곳은 강씨 아버지의 상추밭이었다. 강씨는 도착하자마자 고목에 새끼줄을 묶고 그 아래 나무상자를 놓은 뒤 정씨를 차에서 끌어냈다. 강씨는 “네가 자식 등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게로 오지 않는다면 너를 여기서 죽여 버리겠다”며 정씨의 목에 올가미를 씌웠다. 강씨의 협박에 시달릴 만큼 시달려온 정씨. 그녀는 더 이상은 못참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다리를 받치고 있던 나무상자를 발로 밀며 삶을 포기하려 했다. 그러자 당황한 것은 강씨. 그는 정씨가 죽지 못하도록 올가미를 풀고 정씨를 땅으로 내려놓았다. 살해협박에 이어 정씨는 올 3월초 강씨에게 물고문까지 당했다.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강씨가 갑자기 나타나 “너 내가 여기 없는 줄 알았지, 좋은 말로 할 때 떠들지 말고 차에 타”라며 납치해 인천의 한 모텔로 데리고 간 것. 강씨는 이곳에서 정씨에게 “네가 지금 사귀고 있는 놈이 어떤 놈인지 사실대로 대라”면서 “내가 애들을 시켜 너의 뒷조사를 했는데 어떤 놈이냐”라며 온갖 욕설과 폭력을 행사했다.

강씨는 또 정씨의 옷을 모두 벗기고 자신도 함께 옷을 벗은 뒤 그녀를 욕실로 끌고 가 욕조에 물을 채운 뒤 욕조 속에 정씨의 얼굴을 쳐박아 물고문을 가했다. 정씨는 “제발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애원했지만, 강씨의 물고문은 그녀가 쓰러질 때까지 계속됐다. 거듭된 납치, 성폭행, 살해 협박으로 시달려온 정씨. 하지만 그녀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걱정돼 경찰에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에 정씨는 강씨를 소개해준 친구부부의 도움을 얻고자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소용없었다. 강씨는 친구부부가 정씨와 함께 나오자 “정씨와 잠시 할 얘기가 있으니 자리를 좀 피해 달라”고 했다. 이에 친구부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다시 그녀를 강제로 납치한 것. 인천의 한 모텔로 정씨를 끌고 간 강씨는 “너는 이제부터 아무데도 갈 수 없으니 나와 함께 행동해야 한다”면서 “만일 도망가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왜 나를 마음으로 받아주지 않느냐”며 정씨를 괴롭혔던 강씨. 그는 이곳에서 마음속에 있던 더러운 본색을 드러냈다. “이제 제발 좀 놓아달라”며 사정하는 정씨에게 “정 그렇다면 네가 내 인생을 망쳐 놓았으니 2천만원을 내놓으라”며 “그러면 너를 영원히 놓아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 이에 정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씨는 “만일 돈을 주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널 가만두지 않겠다”면서 여관방에 감금한 지 일주일만에 그녀를 놓아주었다. 이에 정씨는 강씨에게 총 8회에 걸쳐 현금 1,240만원을 주었고 심지어 그녀가 살고 있던 원룸계약서까지 강씨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속절없이 강씨의 협박에 당하기만 하던 정씨. 그녀가 강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경찰이 이같은 사실을 첩보를 통해 전해듣게 되면서부터.

수사에 나선 경찰은 정씨로부터 그간 강씨에게 당해왔던 모든 피해진술을 확보하고 녹음테이프 하나를 건네 받았다. 그 녹음 테이프는 정씨가 직접 강씨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그 동안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있는 그대로 녹취한 것. 이를 토대로 경찰은 강씨를 지난달 27일 검거했다. 사건을 수사했던 강동경찰서 강력반 김재룡 반장은 “전직 조폭 출신으로 100kg가 넘는 거구인 강씨가 정씨가 키우고 있던 아이까지 협박했으니 정씨가 그 동안 많은 고초를 겪었을 것”이라며 “처벌이후 강씨가 보복성 위협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음 번엔 더 강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을 단단히 일러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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