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어치 금괴실은 러시아 배 러·일전쟁시 울릉도 근해서 격침동아서 탐사권 갖고 끈질기게 발굴 … 확신 분위기속 곧 인양작업6월3일 오전 10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는 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주최는 동아건설과 한국해양연구원. 회견 내용은 보물선으로 추정되는 배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동아건설과 해양연구원이 추정하는 보물선의 정체는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발틱 함대 소속 전투함이었던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사료에서 수십조원어치의 금괴를 실은 채 울릉도 근해에서 일본 함대에 의해 격침된 것으로 기록된 그 배였다.보물선과 보물선을 쫓는 동아건설은 이미 사람들의 기억에서 거의 잊혀져가는 듯했다. 마치 동화나 소설에 등장할법한 얘기로 치부돼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동아건설과 해양연구원이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탐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진실이 속속 드러나게 됐다.

그동안 동아건설 파산재단과 해양연구원, 소액주주들은 숨막히는 신경전을 벌여왔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파산재단이 탐사시한을 넘겨 동아건설이 갖고 있던 탐사권을 받아 보물선을 통째로 삼키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할 정도. 동아건설은 지난 99년 해양수산부로부터 2004년 12월까지 돈스코이호 보물선을 탐사할 수 있는 탐사권을 받았다. 해양연구원은 99년 동아건설과 용역계약을 맺고 보물선을 탐사해왔다.해양연구원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미확인 배가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이유는 사료상 울릉도 저동 근해에서 침몰한 배는 돈스코이호가 유일하기 때문. 또 연구원에 배포한 자료에는 모형 돈스코이호와 침몰선의 부분들의 모습이 상당부분 맞아떨어진다. 연구원측도 이 배를 돈스코이호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최종 확인절차 이후 인양작업만 남은 셈.보물선 인양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은 동아건설의 소액주주들이다. 이들은 보물선만 건지면 동아건설은 회생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진실을찾는사람들(이하 진찾사)’의 최준영 대표에 따르면 채권단에 잡힌 부채 약 7조원을 일시에 갚고 남은 돈은 모두 자본으로 돌려 동아건설을 재건할 수 있다.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단서가 따르고 있다.먼저 울릉도에서 발견된 배가 돈스코이호여야 하고 보물이 있어야 한다. 또 보물을 건져 올린다 해도 러시아와 소유권에 관한 외교적 해결이 필요하다. 관련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보물의 100% 소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선례에는 이런 경우 보물을 50:50으로 나누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한국 몫으로 떨어진 보물은 순수하게 동아건설이 갖느냐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확인이 되지는 않고 있지만 일설에는 동아건설과 해양연구원이 일정 비율로 이익을 나누기로 했다는 얘기도 있다.

보물선 인양 기대로 소액주주들과 함께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던 최원석 회장의 화려한 컴백도 상정 가능한 시나리오다. 최원석 회장은 지난해 4월 노조와 소액주주들의 추대를 받아 회장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파산재단은 최 회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동아건설에는 최 회장의 책상조차 없다. 경영에 아무 권한이 없는 최 회장은 ‘그들만의’ 회장인 셈이다.그러나 동아건설이 부채를 털어내고 다시 일어설 경우 최원석 회장의 ‘진짜’ 복귀는 확실시된다. 또 리비아 대수로 잔여공사와 중국 대수로 공사도 수주할 가능성이 커져 동아건설은 완전 정상화될 공산이 커진다. 이 모든 것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외환위기 당시 무너진 기업의 옛 오너가 화려하게 일어서는 첫 케이스로 기록된다.

화제의 보물선 돈스코이호는.....

50∼150조원 가치의 금괴와 보물이 실려있다고 알려진 돈스코이호에 관한 사료(史料)는 이렇다. 제정러시아의 발틱함대는 대서양∼인도양을 거쳐 6개월만에 러·일전쟁이 한창인 1905년 5월26일 대한해협에 도착했다. 그러나 전황이 급박해지자 발틱함대 사령관은 순양함 ‘나히모프호’에 실린 군자금으로 사용할 막대한 양의 금괴와 골동품을 수송선 ‘드미트리 돈스코이호’에 옮겨 싣고 블라디보스토크항으로 도피시키려 했다. 그러나 돈스코이호는 일본 해군에 의해 5월29일 울릉도 저동 앞바다에서 침몰하고 말았다.동아건설은 1999년 10월 해양수산부에 보물선 탐사 허가를 요청한 이후 극비리에 탐사를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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