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손님 줄자 밤낮 가리지 않는 ‘24시간 영업’체제 가동채팅·폰팅 윤락에 재개발·경찰단속 강화 등도 위기감 부채질도시재개발과 인터넷을 통한 신종 매춘의 확산이 이어지면서 전통적인 ‘홍등가’가 사라지고 있다. 일부 지역은 마지막 안간힘이라도 쓰려는 듯이 손님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인터넷과 폰팅을 통해서 매매춘이 ‘직거래’되면서 남성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대표적인 홍등가인 용산역과 청량리, 천호동 일대는 물론이고 영등포구청역 인근, 그리고 신길동의 방석집, 인천의 옐로 하우스, 용주골 등지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또 일부 여성들은 정부와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윤락생활을 청산하고 성공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도 한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전통 홍등가, 그곳에서 생활하는 현지 윤락녀들의 속내를 취재했다.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윤락가의 위기의식
윤락가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계획이 밝혀진 것은 지난해 말부터였다. 당시 서울시는 미아리 텍사스, 청량이 588, 용산역 텍사스에 대해 개발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윤락녀들은 그리 큰 위기의식을 느끼지는 않았었다. ‘이곳의 재개발 이야기는 80년대부터 있었다’며 비웃었던 것. 또한 정부당국자들의 탁상행정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분위기도 강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보다 구체적인 시행에 들어가자 서서히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난 7월17일 용산역 일대가 국제업무단지로 개발될 예정임이 발표되고 구체적인 건축 및 도로계획안까지 내놓자 ‘드디어 올 것이 오는 것인가’라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용산역 앞에서 만난 한 윤락녀는 “이제 업주들 사이에서는 떠나야 할 준비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하지만 좀 더 버텨보자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또 “룸살롱이나 단란주점같은 곳을 생각하고 있지만 업주 측에서 쉽사리 놓아줄 것 같지는 않다. 지방으로 내려가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업주는 재개발과 관련한 서울시의 계획이 성공적으로 시행될지에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최지연(가명)씨는 “이곳의 이해관계는 생각보다 상당히 복잡하다. 업주와 건물주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형국이다”며 “설사 재개발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마찰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또다른 대표적인 윤락가인 천호동도 마찬가지였다. 강동구가 최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천호동 423 일대 텍사스촌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안이 특별계획구역안으로 수정, 가결됐다고 밝힘에 따라 본격적인 재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부 반신반의하는 눈초리도 없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정부의 방침에 순응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윤락가들의 ‘수난시대’는 서울 주요 지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색다른 시스템으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경기북부의 대표적인 윤락가인 용주골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올해 3월 조직폭력배인 ‘스포츠파’의 살인사건과 복수극이 이곳 용주골을 중심으로 일어나 검찰과 경찰에 의해 구속된 용주골 관련자만 무려 10여명에 달했고 끝내 경찰이 상주하기에 이르렀다. 손님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분위기도 예전과 같지 않다. 여기에 전통적인 윤락가들은 신종 윤락의 확산으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곧 떠나야 할 판인데다가 장사도 되지 않으니 죽을 맛이라는 이야기다. 천호동의 한 윤락여성은 “2~3년 전보다 손님이 많이 준 것이 확실하다”며 “반대로 인근의 전화방에는 많은 남성들이 들락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전통 윤락가들은 하루 24시간 ‘풀가동 체제’로 돌입했다. 예전에는 아침이나 오전에는 대개 영업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실제 영등포구청역 건너편에 위치한 한 윤락가에서는 오전 오후를 막론하고 ‘붉은 빛’을 발산하고 있다. 한 윤락여성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물론 오전에는 손님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간혹가다 손님이 있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귓속말 매춘제안’에서 ‘아내를 빌려드려요’까지
실제 인근에서 관찰한 결과 아침과 오전 시간에도 간간이 손님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는 아침까지 술을 먹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윤락가를 출입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지나친 상혼에 지역 주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특히 직장여성들과 주부들은 아침부터 불을 밝히고 있는 윤락가를 보면서 혀를 차는 경우가 많다. 경찰 역시 단속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어 윤락가의 위기의식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최근 강동경찰서는 텍사스촌에 기존 감시 카메라 대신에 고성능 방범용 CCTV를 설치하려고 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관계자는 “천호동 텍사스에서 벌어지는 윤락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CCTV 10대를 설치키로 했다”면서 “360도 회전에 줌 기능을 갖춘 고성능 감시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락가를 출입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분증도 검사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인권단체와 지역 주민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경찰의 철저한 단속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지가 타 경찰서에도 영향을 미쳐 또한번의 대대적인 윤락가 단속의 태풍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 윤락가가 퇴조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매춘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은밀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것. 또한 매춘 자체가 직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윤락녀들이 일정 지역에 군집해 있는 것이 아니라 생계형 매춘을 원하는 여성들이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든 인터넷을 통해서 매춘을 제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을 통해 매춘을 할 경우 일반 윤락업소와는 또다른 ‘풋풋한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전통 윤락가를 멀리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아예 윤락가를 가지 않고 있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다. “남자들은 알겠지만 윤락가에서는 정중하게 손님 대접받기가 힘들다. 빨리 끝내라고 다그치는 바람에 기분을 잡치는 경우도 많고 경찰의 감시가 있어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불안하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젊은 아가씨들도 많고 윤락녀들처럼 닳고닳지 않아 좋다. 가격도 그리 차이 나지 않는데 굳이 남의 눈이 있는 윤락가까지 갈 필요가 있겠냐.”(31세·직장인)경찰의 단속을 비웃는 신종 윤락도 판을 치고 있다. 특히 채팅 사이트에서 ‘귓속말’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매춘을 제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귓속말은 당사자들끼리만 볼 수 있고 채팅에 참여한 타인들은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은밀한 거래가 가능하다. 채팅사이트에서 이색적인 제안을 받았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다.

신종매춘제의 ‘폰팅’
“채팅방을 개설해놓고 여성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아내를 빌려주겠다’며 휴대폰 전화번호가 메시지로 떴다. 호기심에 전화를 해봤더니 ‘나의 아내와 자려면 돈을 내라’는 것이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오빠, 만나요’ 하는 귓속말 메시지와 함께 일반 집전화번호가 뜨기도 했다. 전화를 걸어보니 인터넷 폰팅 업체의 전화였다”(27세·대학원생)또 일부 윤락가 출신의 업주와 윤락녀는 아파트나 가정집을 얻어놓고 영업을 하기도 한다. 이는 이른바 ‘서구형 윤락업소‘로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양주와 안주, 그리고 매춘녀를 알선한다는 것.

윤락가와 룸살롱의 중간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곳은 조용하고 나름대로의 매너도 갖추고 있어 최근 이런 곳을 찾고 있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폰팅’ 전화도 즉석 매춘의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개 ‘0303’번으로 시작하는 이 전화 서비스는 현재 인터넷을 통해 각종 홍보 및 광고 활동을 하고 있으며 30초당 900원의 높은 사용료를 받고 있으며, 남성들의 매춘제의에 상당수의 여성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대개 여성들은 전화를 받아주는 것 자체로도 돈을 벌기는 하지만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인 매춘을 통해 수익을 늘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가정주부라고 소개한 여성은 폰팅의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혼을 한 가정주부다. 아이들을 길러야 하는데 뭘 해서 먹고 살겠냐. 10년을 넘게 사회하고는 담을 쌓아왔다. 할 수 있는 거라곤 폰팅밖에 없었는데, 의외로 많은 남성들이 매춘을 제의해왔다. 처음에는 양심에 꺼려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돈의 액수에 따라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대략 2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까지 받아봤다.”또 한 여성은 월 200만원만 주면 ‘같이 살아주겠다’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또 그녀는 “같이 살면서 섹스를 원할 때는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청소나 빨래도 당연히 해준다”고 말했다. 이런 사설 폰팅의 경우 전문적인 윤락여성은 별로 없기 때문에 ‘화대’가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섹스 공화국’, ‘매춘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은지는 오래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전통 윤락가의 퇴조와 신종 윤락의 등장으로 매춘은 더욱 ‘일상화, 대중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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