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고발-친구와 도박으로 60억 빚진 대학생‘2억원짜리 공증을 서라’고 요구하며 폭행·협박 일삼아“친구사이인데 설마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친구끼리 심심풀이로 시작했던 고스톱이 둘 사이의 도박으로 번져 60억원을 빚진 대학생 조희성(가명·23)씨는 자신의 친구를 신고하며 그동안 겪었던 심리적 괴로움을 경찰에 털어놨다. 전북익산경찰서는 지난 21일 자기 친구에게 “60억원의 도박빚을 갚으라”며 공갈·협박과 폭력을 행사한 이형식(가명·23)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친구하고 둘이서 카드게임을 했는데, 60억원을 빚졌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이 돈을 갚으라고 계속 전화하며 협박하고 있습니다. 60억원 중 절반만 갚으라고 했다가, 최근에는‘공증을 서라’, ‘현금보관증을 쓰라’며 계속 요구하고 있어 괴롭습니다. 도저히 이 돈을 갚을 길이 없습니다.”전북익산경찰서에 지난 18일 경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말한 한 젊은이가 상담전화를 걸어왔다. 전화를 받은 경찰은 친구끼리 그것도 둘이서 카드게임을 했는데 ‘60억원을 빚졌다’는 내용이 너무 황당해 경찰서로 직접 찾아와 상담할 것을 제안했다.

심심풀이로 했던 고스톱이 화근 그러나 농담처럼 들렸던 이같은 전화내용은 조씨가 경찰서를 찾아오면서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60억원이나 되는 도박빚을 지게 된 조씨. 그의 악몽은 지난해 11월 말경 중학교 친구인 정성일(가명·23)씨가 소개해준 이씨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씨는 정씨의 사촌이자 익산의 B파에 몸담고 있던 조직폭력배였다. 조씨는 이씨가 조직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같은 또래이다보니 쉽게 친구가 돼 셋은 함께 어울려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셋은 우연히 이씨의 집에서 모여 놀게 됐다. 집에서 특별히 할게 없었던 세 사람은 “심심한데 고스톱이나 치면서 놀까”라는 이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1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쳤다.한창 고스톱에 빠져 있던 세 사람 중 정씨가 지루함을 못이겨 먼저 자리를 벗어났다. 세 명중 한 명이 빠지자 더 이상 고스톱은 칠 수 없었다.

그러자 이씨는 조씨에게 둘이서 ‘카드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고스톱 재미에 빠졌던 조씨는 이씨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둘 사이 했던 카드게임은 카드 4장을 나눠 가진 뒤 3번에 걸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를 바꿀 수 있는 속칭 ‘바둑이 놀이’. 서로 무늬가 다르고 숫자가 낮을수록 이기는 게임으로 전문 도박꾼들이 하는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고스톱 이외에는 도박놀이를 해보지 못했던 조씨는 이씨의 상대가 안됐고 이날 밤에 무려 160만원을 빚지고 말았다. 그러나 조씨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친구끼리 재미삼아 한 놀이인데 설마 이씨가 그 돈을 갚으라고 하지는 않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옛말처럼 조씨는 며칠 지나지 않아 뜻밖에 전화 한 통을 받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씨가 “너 그날 나에게 잃은 돈 어떻게 갚을 거냐”고 물으며 “지금 내 차가 고장나서 수리비가 120만원 나왔는데 네가 가서 지불하고 차를 찾아오면 없던 것으로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게 된 조씨는 이씨의 말을 듣고 난감했다. 조씨는 이미 신용불량상태여서 돈을 구할 길이 없었기 때문. 이에 조씨는 이씨를 피해 다녔다. 그러나 이씨는 “장난하는 것 아니다. 당장 돈을 갚아라”면서 끈질기게 요구하며 조씨를 옥죄었다. ‘도박빚은 도박으로 갚으라’는황당한 제안에 결국 조씨는 이씨를 소개해준 중학교 동창 정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네가 친척이니, 중간에서 해결 좀 해달라”는 조씨의 부탁을 받은 정씨는 이씨에게 “친구끼리 장난삼아 한 것 가지고 돈을 받으려고 하면 안된 다”며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나무랐다. 정씨의 말이 통했던지 이후 이씨는 조씨에게 심한 욕설이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둘 사이의 평화적인 분위기는 잠시뿐이었다.

이씨가 조씨에게 돈을 갚을 수 있는 이색적인 제안을 하나 했다. 그 제안이란 네가 160만원을 빚졌으니, 도박을 통해 조금씩 갚아나가라는 것. 더 이상 도박에 손을 대기 싫었지만, 조씨는 이씨의 강압적인 제안을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였다. 이들은 현금 대신 화투패를 이용해 1백만원, 2백만원, 최고 1천만원의 금액을 설정해 두고 ‘바둑이 놀이’를 했다. 그러나 결과는 뻔했다. 90%이상 이씨가 이긴 것. 이씨는 또 조씨가 돈을 갚을 만하면, 자신이 이길 때까지 계속하며 조씨가 돈을 갚을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았다.두 달여간 여관 등지를 돌며 계속된 둘 만의 ‘돈 갚기 도박’에서 조씨는 결국 60억원이라는 믿지 못할 빚만 지게 됐다. 애초부터 돈을 갚기 위한 도박이 아니었다.이씨는 이때부터 본색을 드러내며 조씨에게 채무변제를 요구했다. 조씨가 도저히 60억원이라는 돈을 갚을 길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이씨는 60억원짜리 도박빚을 30억원으로 깎았다가 다시 10억원으로 줄여준다면서 채무변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10억원이나 되는 돈을 이씨가 갚을 수 있을리 만무. 조씨가 계속 거부하자, 이씨는 노골적으로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심지어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이씨는 조씨에게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2,160만원의 현금 보관증’을 써주면 모든 것을 없던 것으로 하겠다”는 것. 계속된 협박에 시달리던 조씨는 결국 현금 보관증을 썼고, 매일 이씨의 통장에 5천원씩 일수를 찍었다.하지만 이씨는 이 방법도 지루했던지 조씨에게 “네가 하루하루 5천원씩 통장에 입금하는 것도 무리가 있느니 차라리 2억원짜리 공증을 서라”고 요구하며 폭력을 행사했다. 조씨는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었다. 갚을 길도 없었고 계속된 이씨의 협박에 시달려 결국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조씨의 신고를 받고 곧바로 이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빌려준 돈을 받으려고 했을 뿐 아무 잘 못도 없다”며 발뺌했다. 그러나 “친구끼리 도박빚이 빚이냐”며 “장난삼아 한 도박가지고 폭력을 행사해 돈을 받는 짓이 잘 한 일이냐”고 경찰이 꾸짖자, 이씨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