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마약류 유통 실태 추적 - ‘저질 중국산 마약이 판친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마약의 안전지대로 꼽혔던 우리나라가 밀려드는 중국산 마약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중국산 마약은 다이어트 식품 등으로 위장해 국내로 들어오고 있으며 값이 싸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보따리상, 밀수조직, 심지어는 노숙자들까지 중국산 마약의 운반에 동원되고 있어 관계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산 마약류와 그 유통의 실태를 추적했다. 밀반책으로 주로 재중동포 이용 … 최근엔 노숙자·유학생 등도 동원필로폰·엑스터시 등 주종 … ‘국내산보다 최고 10배 차익’이 범람 요인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마약은 대부분 마약조직들에 의해서 유입, 거래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중국현지나 인접국가의 마약조직, 국제마약조직과 연계해 중국산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시키고 있다. 중국산 마약 국내 유입, 조직화 국제화되고 있어실제 지난해 16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48kg의 필로폰을 국내에 밀반입해 유통시켜 검찰에 적발된 5개 마약조직들은 국제 필로폰 밀수조직들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

검찰조사결과 필로폰 밀수조직 K파는 홍콩에 거점을 둔 국제 필로폰 밀수조직 ‘프랭크츄이파’와 연계돼 있었고 S파의 총책 설모씨는 ‘필로폰 대부’로 알려진 마약계의 거물이었으며, 대구지역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K파와 Y파는 최근 활동중인 마약조직 중 최대규모인 것으로 드러났다.밀수조직들은 항공기나 배로 중국산 필로폰을 국내에 밀반입하고 대금은 ‘환치기’등의 수법으로 결제했다. 이렇게 밀수조직으로부터 마약을 인계 받은 국내 밀매조직은 다시 차명계좌로 대금을 송금받아 퀵서비스와 택배,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일선 판매책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이처럼 중국산 마약의 국내 유입이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 국제화되고 있는 추세다.특히, 이들 중국마약조직들은 하얼빈, 선양, 다롄 등 중국현지에 제조공장까지 두고 활동하고 있어 관계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중국산 마약의 밀반입이 급증하는 것은 재중동포 등 배달인력 수급이 쉬운데다, 국내산보다 훨씬 큰 5∼10배의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또 검경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무직자나 유학생들이 마약조직들에게 포섭돼 운반책으로 이용되고 있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마약 조직들이 노숙자나 중국현지 유학생들에게 접근,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해주며 환심을 산 뒤 중국에 가서 한약재를 가져오는 심부름을 해주면 수백만원을 주겠다고 속여 이들을 마약운반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 젊은이들에게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엑스터시 역시 그 유입경로가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으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그 동안 엑스터시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소규모로 고가에 유입돼 왔으나 최근 중국 내륙에서 비밀리에 대량생산되면서 홍콩 등지를 통해 싼값에 무분별하게 유입되고 있다.그러나 유입되는 엑스터시 대부분이 국내를 자주 왕래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화물 등을 통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현재로선 중국산 저가 엑스터시의 범람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

다이어트 약에 마약 성분 함유

중국산 마약류도 문제지만, 마약성분이 함유돼 있는 중국산 ‘살 빼는 약’도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이 약을 복용한 500여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고 심지어는 사망한 사람도 수명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산 다이어트 약은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은밀하게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수십가지가 넘는 중국산 다이어트제품에는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으로 분류돼 있는 ‘펜플루라민’이나 ‘디아제팜’, ‘펜타민’ 등의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밀반입되고 있는 살 빼는 약 중에는 아편과 모르핀, 헤로인, 코데인 등 다양한 마약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제품도 있어 식품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중국이나 동남아지역에서 국내에 밀반입돼 불법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살빼는 약’은 분분납명편, 분미림편, 섬수, 상주청(칠선감비교환), 패씨감비요환, 검미소감비요환, 섬입득(남력보각취당교낭), 안비납동편, 펜터민, 디아제팜 등이 있다. 이러한 제품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경로 역시 마약류처럼 정식 수입절차를 거치기보다 주로 밀반입 형태로 들어와 밀거래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보따리상이나 현지 여행자 또는 국제우편 등을 통해 밀반입하는 형태가 가장 많다. 물론 세관을 통해 상당부분 걸러지지만, 일부는 은밀하게 시중에 나와 유통되고 있다는 게 경찰의 분석. 주 유통경로는 주로 남대문 시장 등 재래시장이다. 주로 보따리상들을 통해 선박편으로 국내에 유입된 뒤 남대문 시장의 수입 화장품상 등을 거쳐 전국의 수입상가로 유통시킨다는 게 관계 당국의 분석. 여기에 미용업소, 헬스클럽, 사우나, 찜질방 등에서도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팔리기도 하며 심지어 인터넷 쇼핑몰, 케이블TV 홈쇼핑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을 것으로 식약청은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살 빼기 약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 계속 비밀리에 유통되고 있는 것은 여성들의 잘못된 다이어트 의식도 한 몫하고 있다. 남대문 시장에서 수입화장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한 때 중국산 살빼는 약이 커다란 인기를 얻으면서 그 약이 공공연하게 거래되었다”며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언론 보도이후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약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가짜 비아그라 등 중국에서 만들어진 가짜 약들로 인해 각국에서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중국 내부에서조차도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가짜약과 마약 제조공장이 많은 곳으로 알려지고 있는 광둥성의 한 관영신문에 따르면, 중국에서만 지난해 가짜약을 복용하다가 죽은 피해자만 20만명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중국산 약을 구입할 때는 주의깊게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며 “중국산 약은 비밀스럽게 거래되거나 과대 포장돼 선전되는 경우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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