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는 ‘원조교제’, 20대는 ‘스폰서 교제’. 10대 소녀들중 일부가 유흥비 마련을 위해 ‘원조교제’하는 행동에 대해 사회가 떠들썩다. 원조교제의 경우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지만 이에 대한 대책조차 제대호 마련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스폰서 교제’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즉 20대 여성들은 돈 많은 ‘스폰서 남성’을 만나, 적당히 즐겨주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고 있는 것. 20대 ‘스폰서 교제족’들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최근 10대에 이어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스폰서교제’족들이 늘고 있다. 이들 여성들은 돈 많은 연인을 잡아, 교제해주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여성들의 몸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명품’브랜드가 돼 가고 있는 셈이다. 이들 여성들이 ‘스폰서교제’족이 돼가는 이유는 단 한가지. 다른 여성에 비해 세련된 브랜드로 몸치장하기 위한 욕구 때문이다.

H대 한 남학생은 “요즘 여학생들의 소지품을 보면 마치 명품 전시장을 보는 것 같다”며“모조품을 마련한 학생이 간혹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명품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여학생들은 어디서 그런 돈이 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이 같은 현상은 대학 캠퍼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광경. 일부 여대생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무장해야 진정한 L-제너레이션(Luxury―generation)으로 인정해 준다. L―제너레이션이란 몸 전체의 명품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이 명품에 집착하는 이유는 또래 친구들과의 차별화와 자기 만족 때문이다. 여대생들에게도 명품계는 필수.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나 용돈을 매달 30만원씩 모아 계원 중 한 사람이 해외에 나가게 되면 각자가 주문한 명품목록에 따라 면세점에서 수천달러씩 무더기로 쇼핑을 해온다. 값이 저렴하고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히 ‘명품족’과 ‘가짜족’이라는 위화감을 조성한다. 결국 주머니가 가벼운 여대생들은 또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넘지 말아야 선(?)’을 넘게 된다. 술집이나 단란주점 등으로 ‘출근’하는 것은 예사. 돈 많은 ‘스폰서’를 꼬셔 정기적으로 단물을 빨아먹는 전문 꽃뱀까지 등장했다. 이들 스폰서들은 ‘돈만 많으면 그만’. 그 스폰서가 나이가 많건, 적건 그리고 유부남이든 미혼이든 상관없다. 여대생 C양(22)은 “친구들 중에 값비싼 명품 가방을 구입하기 위해 돈 많은 ‘스폰서’를 잡기 위해 혈안이다”라며 “명품을 구입하고 용돈을 풍족하게 쓰기 위해 ‘스폰서교제’를 하는 것은 우리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또 “심지어 친구들끼리 경쟁이 붙어 누가 ‘스폰서’를 통해 명품 선물을 많이 받고, 용돈을 풍족히 얻어내는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아예 학교 앞에 고급 승용차를 대기시켜 모셔 가는 친절한 ‘스폰서’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여대생 L양(23)은 “돈 많고, 나이가 많은 갑부를 꼬셔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아 명품을 구입하는 퀸카 친구도 있다”며 “하지만 주위에서 손가락질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일본인 갑부를 상대하는 여대생들도 있다. 젊은 여성들이 명품 구입을 위해서라면 외국인 스폰서교제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미모의 여대생들은 일본인 사업가의 현지 처가 돼 정기적으로 고액의 몸값을 받으며 L-제너레이션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셈. 여대생뿐 아니라 20대 직장여성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신의 월급만으로는 명품을 구입하고, 유흥비를 지출하는데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회사원 J(26)씨는 “남자친구가 유머 있고 꽤 괜찮은 남자지만, 경제적으로는 너무 불안정해요”라며 “그래서 요즘 돈 걱정 안하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을 한명 사귀고 있어요. 물론 결혼 상대자는 아니고, 그저 즐기자는 이유 때문에 만나고 있죠”라고 밝혔다.

J씨의 ‘스폰서’는 40대의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유부남. J씨는 그 남자와 일주일에 한두번씩 만나, 데이트를 즐긴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데이트하는 것은 물론이다.주로 경기도 일산이나 파주 등 인적이 드문 구석진 모텔서 한나절 데이트를 하고, 그녀에게 떨어지는 것은 ‘스폰서’의 신용카드. J씨는 그 신용카드를 가지고 서울 강남 지역의 백화점이나 청담동의 명품매장 거리에서 명품을 구입하곤 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친구들을 불러내 구입한’명품’을 자랑하고, 친구들에게 멋지게 돈을 쓴다. 저녁식사를 하고 바에서 술 한잔, 그리고 나이트클럽까지.이 같이 영계를 쫓는 중년갑부와 명품을 쫓는 젊은 여성들의 짝짓기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강남의 주요 명품숍에서는 중년남과 여대생 커플을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확실한’ 고객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냄새(?)가 난다 싶으면 곧바로 VIP 고객으로 깍듯이 모신다. 다른 고객들이 이리저리 재어보고 오랜 시간을 심사숙고한 끝에 명품을 구입하는 것에 비해 이들 커플은 짧게는 5분, 길게는 30분이면 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을 구입해 간다. 나름대로 실속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강남의 F매장 종업원 K(24)씨는 “젊은 여성에게 명품을 사주는 중년 남성 고객이 하루에 한 두 명은 있다”며 “대부분 남성들은 40대 전후로 고급 승용차를 소유한 능력 있는 남자이고 여성들은 늘씬한 몸매와 미모를 자랑하는 젊은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혹 매장 내에서도 남의 눈을 의식않고 스킨십을 해 민망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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