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은 가고 나면 열리는 법‘이라고 루쉰(魯迅)이 말했다. 우리 역사에서 ‘전인미답(前人未踏)’ 길을 개척한 전통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구도(求道)의 길을 따라 인도까지 걸어서 갔다 온 순례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신라 사람 아리나발마(阿離那跋摩)는 불교의 본모습을 보러 중국에 유학하였는데, 마침내 ‘오천축국(五天竺國, 인도 북부지방의 부처님 출신국을 비롯한 다섯 나라)’까지 이르렀다.인도까지 ‘구법(求法, 불법을 구함)여행’을 한 신라 승려들은 아리나발마를 비롯해 무려 9명이나 된다. 그러나 구법의 길을 나선 대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12.08 10:18
-
1336년(충숙왕 복위 5) 봄. 고려의 이곡(李穀)은 원나라 인종 황제에게 ‘동녀구색(童女求索)’ 중지를 탄원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고려의 풍속을 보면, 차라리 아들을 별거하게 할지언정 딸은 내보내지 않으니, 이는 옛날 진(秦)나라의 데릴사위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은 전적으로 딸이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딸을 낳으면 애정을 쏟아 돌보면서 얼른 자라나 자기들을 봉양해 주기를 밤낮으로 바라고 있습니다....”이 상소문을 통해 고려시대에는 가정에서 남녀가 평등했고, 때로 여성이 우위에 있기도 했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11.30 09:25
-
기녀(妓女)는 전통사회에서 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춤 및 풍류로 흥을 돋우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여자를 지칭한다. 기녀는 한번 기적(妓籍)에 올려지면 천민이라는 신분적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며, 기녀와 양반 사이에 태어난 경우라도 천자수모법(賤者隨母法)에 따라 아들은 노비, 딸은 기녀가 될 수밖에 없었다.기녀들은 국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정한(情恨)이 짙은 고려가요는 대부분 기녀들의 작품으로 보여진다. 조선 말기에 이르면 기녀는 일패(一牌,관기), 이패(술집 작부), 삼패(창녀)로 나뉜다. 일패 기녀는 시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11.24 09:01
-
1945년은 일제 강점에서 벗어난 ‘광복의 원년’이지만, 오랜 식민 지배 끝에 폐허와 공허만 남은 한국 자본주의가 처음 열린 해이다. 8월 15일. 중앙청 광장에서는 태극기와 유엔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의 탄생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선포식이 거행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나라로 방향을 잡았고, 6.25 남침전쟁 이후에는 미국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여 대한민국 번영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가 출범했으나 서울 시내에서는 수백 수천 명의 좌익과 우익이 돌을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11.17 14:27
-
광우병 괴담, 세월호 참사 괴담, 천안함 폭침 괴담, 사드 전자파 괴담, 이태원 괴담, 후쿠시마 괴담에 이어 양평 괴담까지 정체 없는 괴담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괴담 유포와 가짜뉴스가 나라를 좀먹고 있다.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은 정권 획득 이전에 나라의 번영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선국후당(先國後黨)’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온 국민을 트라우마에 빠뜨린 2008년 광우병 사태, 2014년 세월호 비극을 악용하여 2016년 대한민국 체제를 탄핵했다. 그것도 모자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는 장관 탄핵을 일상화하고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11.09 09:05
-
미국이 자본주의 병폐에도 불구하고 ‘제1의 경제대국’으로 군림하는 원동력은 자발적 ‘기부문화’를 들 수 있다. 앤드루 카네기,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 미국의 세계적인 대부호들은 한국의 대기업 총수들처럼 부를 대물림 하지 않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했다. 재산의 95%를 사회에 환원하며 미국에 기부문화를 정착시킨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죽은 뒤에도 부자인 것처럼 부끄러운 일은 없다.”라는 어록을 남겼다.버핏은 “많은 돈은 자식을 망친다.”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으며, “유산보다 성과에 의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11.03 09:00
-
중국 춘추전국 시대 사람들은 고난만 가중시키고 탁상공론에 불과했던 유가에 불만을 지녔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따라 지배계층의 사상인 유가와 법가를 비판하면서 피지배층의 입장을 대변한 ‘묵가(墨家) 사상’이 등장했다.묵가의 시조인 묵자(墨子, BC 470~BC391) 사상의 핵심은 ‘겸애(兼愛)와 교리(交利)’이다. “서로 사랑하고 이익을 서로 나누라”는 뜻이다. 묵가는 유가의 인문주의적인 경향에 대해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유가의 허례허식을 배격하였다.위당(爲堂) 정인보는 “조선의 역사를 알려면 다산(茶山) 정약용을 알아야 한다.”고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10.27 09:50
-
전쟁은 예고 없이 오는 법이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습으로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하고 반격에 나서면서 양측의 유혈 충돌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공휴일 새벽에 허를 찌른 대규모 공습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물론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이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전면전으로 치닫는 이-팔 충돌은 중동을 넘어 글로벌 안보 지형을 흔들고 있다. 미국의 전선이 유럽에 이어 중동으로까지 분산되면 아시아에 대한 안보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 만약 중국이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10.20 14:38
-
올해로 577돌을 맞은 10월 9일 ‘한글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1446년에 반포하였지만,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인 분은 ‘주시경(周時經, 1876~1914)’ 선생이다. 세계의 40여 개 언어 가운데 창제 과정과 원리가 정확하게 밝혀진 언어는 한글 외에는 거의 없다. 한글은 ‘으뜸가는 글’, ‘큰 글’, ‘하나밖에 없는 글’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우리 민족이 광복과 건국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독립운동가들의 위국헌신뿐만 아니라 ‘국망도존(國亡道存, 나라는 망해도 정신은 존재한다)’의 정신으로 한글을 지켜낸 한글학자들의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10.11 16:17
-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 이 광야(曠野)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지사적·예언자적 어조로 조국광복에 대한 염원을 노래한 민족시의 정화(精華)인 이육사(李陸史, 1904~1944)의 ‘광야’이다. 투철한 역사의식이 투영된 그의 이 시는 국조(國祖) 단군을 생각나게 한다.10월 3일은 4356번째 맞는 개천절이다.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뜻이며, ‘단군왕검’이 이 땅에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10.05 13:09
-
정명수(鄭命壽, ?~1653)는 병자호란 때 용골대·마부대 등 청나라 장수의 역관(譯官)으로 들어와 우리 동포를 괴롭히고 조국의 산하를 짓밟은 매국노이다. 300년 후에 태어난 정율성(鄭律成, 1914~1976)은 북한, 중국 국적을 취득해 활동한 공산주의 음악인, 작곡가이다.정율성은 중공 당원이 되어 ‘팔로군 행진곡(현 중공 인민해방군 군가)’을 작곡했으며, 해방 후 북한에 가 인민군 협주단장을 지내며 ‘조선 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해 김일성에게 바쳤다. 그가 쓴 중공 인민해방군 군가의 가사는 ‘적을 쓸어버리고 마오쩌둥의 깃발을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10.04 09:33
-
K 드라마와 K 팝뿐만 아니라 ‘K 클래식’도 대중성과 보편성을 위해 이제 본격 도약할 때가 됐다. 전 세계인이 보고 듣고 싶은 것을 관객의 입장에서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 ‘K 컬처’의 개척이라고 할 수 있다.2022년 6월에 18살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세계적 권위의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임윤찬은 이 대회 60년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로 우승하여 예비 거장의 탄생을 예고했다.한국의 연주자들이 국제적인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일이 잦으니 대한민국의 클래식 수준이 이젠 세계적이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09.26 18:32
-
현존하는 최고 지도는 영국 런던에 있는 ‘대영박물관’에 소장돼있는 4,500년 전 고대 바빌로니아 때 그려진 것이다. 지도는 그 시점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항해지도가 없었다면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인류 역사 속에서 지도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국가와 개인의 운명을 바꿔 놓기도 했다. ‘지형편’에 나오는 말이다. “지기지피 승내불태 지지지천 승내가전(知己知彼, 勝乃不殆. 知地知天 勝乃可全).” “나를 알고 적을 알면 위태롭지 않게 승리할 수 있다. 지형을 적절히 이용하고, 기상 조건을 알면 완전한 승리를 할 수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09.21 08:58
-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외부로 이전하는 방침에 대해 찬반 논쟁이 격렬하다. 100년 전(1920년 6월) 만주에서 홍범도 장군의 대한독립군이 일본군 1개 대대를 무찌른(일본군 157명 사살, 300여 명 부상) ‘봉오동전투’는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전쟁 사상 첫 승리를 거둔 전투였다.넉 달 뒤인 1920년 10월 21~26일, 김좌진(金佐鎭, 1889~1930) 장군은 홍범도 장군 등과 화룡현 청산리(靑山里) 80리 계곡 백운평·천수평·완루구 등지에서 일본군 5천여 명을 맞아 10여 차례에 걸친 전투에서 한국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09.14 10:25
-
세계적이려면 가장 민족적이어야 한다. 어느 나라나 그 나라를 대표하는 ‘민족적 정서’가 있는데, 우리의 경우에는 잦은 외침(外侵)과 혼란한 국정(國政)으로 시련을 겪는 과정에서 형성된 우리 민족의 전통적 정한(情恨)을 의미한다.한민족의 고유 정서로는 ‘한(恨)’과 ‘흥(興)’을 꼽을 수 있다. 백제 가요 , 고려 가요 , 조선 판소리계 소설 에는 떠난 임에 대해 원망하지 않고 참고 기다리는 한(恨)의 정서가 있다. 이나 은 한이 승화시킨 흥(興)이 아닐까.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족시인으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09.08 09:59
-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민정수석이었던 조대환 변호사는 ‘나아감(남)과 물러남(듬)의 길(도)’을 뜻하는 자신의 책 에서 “민정수석으로 겪어 본 관료들을 봤을 때 개인 욕망에 매몰된 것을 보고 절망했다. 검·판사들도 정치영합형 또는 정치주구형(走狗型)이었다.”며 “그들의 동료이자 혹은 선배로 옛 선비들의 지행합일 의지와 경제세민의 노력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 한 방법으로 ‘걷기’라는 고행을 했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조 변호사처럼 ‘양심과 위엄의 길, 군자의 도’를 실천하는 현대판 참선비들이 없는 세태를 원망하면 무엇하랴.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08.31 09:57
-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대낮에 등불을 들고 사람을 찾아 헤맸지만, “사람은 많아도 쓸만한 사람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사람다운 사람을 찾는 일의 간고(艱苦)함이 고금(古今)이 어찌 다를 것인가 마는 지도자 한 사람이 때로는 나라를 안정시킬 수도 있다(一人定國·일인정국).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이 에서 신라의 장보고를 찬양한 말을 음미해 보자. “옛말에 이르기를 ‘나라에 한 사람만 있어도 그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대저 나라가 망하는 것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녕 그 나라가 망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08.25 09:09
-
2014년 1월 14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라는 발언으로 ‘통일대박’ 정책의 시작을 알렸다. 이 선언으로 통일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이 한 때 82.6%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아예 “통일이 필요 없다.”는 젊은이들이 30%에 이르고 있다.근래 주사파들의 극성과 촛불 난동에, “통일하지 말고 그냥 살자.”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통일 없이 반쪽으로 산다면 해마다 분단비용을 치러야 하며, 대륙과 해양 세력에 끼여 사는 ‘샌드위치의 운명’을 벗어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08.17 09:27
-
3년 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은 상해 임시정부 때부터 국내외 모든 공식행사에서 ‘국가’로 불려 온 ‘애국가’를 폐지해야 한다는 폭탄 발언을 한 바 있다.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라는 이유 때문이다.대한민국의 반국가세력들이 친북주의 작곡가 윤이상과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安益泰, 1906~1965) 선생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적행위이다.1918년 평양 숭실중에 입학해 친일교사 축출의 주동자가 돼 정학 처분을 받고, 1919년 3.1운동 때 만세운동에 참여하고 수감자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08.10 10:56
-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기념비에는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미군엔 ‘적진에 단 한 명도 남기지 않는다(No one left behind).’는 신조가 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적진에 억류된 포로를 구한다는 전통이 미군을 ‘세계 최강군’으로 만들었다.2023년 7월 27일은 6·25전쟁 ‘정전(停戰)협정 70주년’이다. 전쟁 중 이승만 대통령과 트루먼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기틀을 닦았고, 정전 직후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대한민국 중흥의 주춧돌이 됐
우종철의 일요논단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2023.08.03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