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보위부·보위사령부·총정치국···이중 삼중 거미줄 같은 ‘北 정보감시체계’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등장한 ‘北 김정은 위임통치’ 용어가 ‘北 쿠데타 설(說)’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게다가 자칭 ‘전문가’라는 인물들도 ‘위임통치’를 시작으로 ‘쿠데타 설’에 기름을 붓고 있어 정작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1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30년간 북한분석관을 역임했던 곽길섭(60) 前 대북정보실장과의 통화를 통해 ‘北 쿠데타 설’의 진위와 향후 북한 내 쿠데타 가능성을 분석해 봤다.

- 국정원 북한분석관 “장성택 처형, 北 김정은 주도 숙청극(劇)”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9일 평양에서 열린 화성-14호 ICBM 시험 발사 성공 기념 음악무용 종합공연에서 리병철(오른쪽) 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귓속말하는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 TV가 10일 보도하고 있다. 2017.07.10.(사진=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9일 평양에서 열린 화성-14호 ICBM 시험 발사 성공 기념 음악무용 종합공연에서 리병철(오른쪽) 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귓속말하는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 TV가 10일 보도하고 있다. 2017.07.10.(사진=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 북한의 쿠데타 설이 나온 배경에는 ‘北 리병철’의 존재가 한몫했다. 경위를 설명해달라.
▲ ‘北 리병철 쿠데타(쿠테타) 성공설’이 최근 급부상했는데, 北 노동신문(로동신문) 1면에 그의 기사가 실린 게 단초가 됐다. 그러나 이는 ‘北 김정은의 위치’나 쿠데타 전무(全無) 여건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단선적인 분석에 불과하다. 이 헤프닝은 北 조선중앙통신의 “김정은이 5일 함경도 수해현장을 시찰했다”라는 보도로 싱겁게 끝났다. 결국 확증편향적 사고의 전형이다.

- 그래도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 우선 ‘北 리병철’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2016년 8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시험발사 성공 후 北 김정은과 껴안고 맞담배까지 한 인물이다. 북한의 전략미사일 개발 총책임자인데, 심지어 ‘北 김정은의 장인 설(說)’까지 거론된다. 지난 5월에는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고위직에 올랐고, 8월에는 정치국 상무위원회 ‘5인회’의 한 인물이다. ‘北 1인자’로부터 총애를 받고 있는 일흔 둘의 노인이 쿠데타라는 무리수를 쓸 것이라고 보는가?

- 그동안 북한에서도 일종의 ‘쿠데타’로 볼 수 있는 일들이 있지 않았나? 
▲ 그동안 우리에게 쿠데타로 알려져 있던 사건들은 ‘반당종파분자·간첩혐의자 숙청’ 등 北 김씨 일가에 의한 일방적 숙청극(肅淸劇)에 불과하다. ‘쿠데타’란 ‘일부세력이 무력 등을 동원해 권력을 탈취하는 행동’인데, 지난 75년 동안 쿠데타 기도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보면 된다. 지난 1992년 푸룬제 아카데미 사건, 지난 1995년 北 6군단 사건도 김정일에 의한 반대파 숙청 사건이다.

1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한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속 동상은 김일성과 김정일. 2018.09.10. (사진=조선중앙TV 캡쳐)
1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한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속 동상은 김일성. 2018.09.10. (사진=조선중앙TV 캡쳐)

 

- ‘北 푸룬제 아카데미 사건’과 ‘北 6군단 사건’은 또 무엇인가?
▲ ‘푸룬제 아카데미 사건’은 北 김정일의 군 경력이 시발점이 됐다. 당시 1980년대 말, 동구 사회주의권이 붕괴되면서 북한은 대외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런데 군 경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北 김정일이 1991년 12월 北 최고사령관으로 취임하게 된다. 당연히 분위기는 외국 유학생들을 강제 귀국시키는 상황이었고, 소련 유학생들은 北 김정일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양상이었다. 北 김정일은 무려 5년 동안 이들을 희생시켜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했다. 굳이 우리나라의 사례로 보자면, 군 내부의 유학 경력이 있던 장교들(예를 들면 독일 유학생)에 대해 ‘간첩’이라는 죄목을 뒤집어 씌워 제거한 것이다. 그리고, ‘6군단 사건’도 비슷한 맥락이다.

-‘北 6군단 사건’은 북한군 주도로 중앙당에 반기를 들었던 사건으로 알고 있는데?
▲ ‘北 6군단 사건’도 앞서 언급한 ‘푸룬제 아카데미 사건’처럼 ‘간첩죄를 빙자한 숙청’이다. 우선 6군단의 배치지역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평양이 중심인데, 그에 비해 함경도 지역은 후방이다. 그러다보니 ‘전투훈련’보다는 ‘외화벌이’에 더욱 주력했는데, 당연히 군단 정치위원들과 군관들 사이에는 부정부패와 마약 등이 성행했다. 문제는 신임 군단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지난 1995년 신임 군단장인 김영춘이 부임했는데, 순수 야전군 출신인 그가 본 6군단의 모습은 그야말로 ‘개판 5분 전’이었다. ‘전투 훈련’은 뒷전이니 신임 지휘관의 명령이 먹히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 사실은 北 김정일에게 직보됐다. 김영춘이 부임하기 전 해인 1994년 7월, 北 김일성이 사망했다. ‘고난의 행군’까지 겹쳐 민심은 극도로 흉흉했는데, 때마침 6군단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숙청이 시작됐고, 휴전선 일대에 배치됐던 北 9군단과 맞교대시켜버렸는데, “北 6군단 정치위원들이 야심을 품고 평양진격을 하려다 실패했다”, “南 조선과 연계해 무너뜨리려 했다”라는 등의 입소문이 북한 전역에 퍼지기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2일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에 대한 사형을 판결하고 즉시 집행했다고 전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장성택 처형 관련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2013.12.13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2일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에 대한 사형을 판결하고 즉시 집행했다고 전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장성택 처형 관련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2013.12.13 [뉴시스]

 

- 北 김정은 시대 들어 이런 사건이 또 있었나?
▲ 그렇다. 바로 ‘장성택 숙청 사건’이다. 북한 당국 차원에서 ‘국가전복음모’로 규정한 사건인데, 이마저도 北 김정은이 기획한 숙청 사건이다. 北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13년 12월13일 밝힌 ‘장성택 사형집행 판결문’에 따르면 “특별군사재판은 현대판 종파의 두목으로서 장기간에 걸쳐 불순세력을 규합하고 분파를 형성하여 우리 당과 국가의 최고권력을 찬탈할 야망 밑에 갖은 모략과 비열한 수법으로 국가전복음모의 극악한 범죄를 감행한 피소자 장성택의 죄행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고 밝힌다. 그런데 실상은 장성택을 처형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혐의다.

-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왜 쿠데타가 일어나기 어려운가?
▲ 쿠데타의 생명은 ‘비밀 유지(보안)’와 ‘결사’에 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런 조건이 전혀 보장될 수가 없다. 바로 ‘거미줄 같은 감시체계와 사상교육’ 때문이다. 북한군은 그야말로 ‘어항속 사냥개’와 같은 존재다. 심지어 그것을 합리적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거미줄 같은 감시체계’는 어떤 것을 말하는가?
▲ 북한 특유의 군부 감시체계다. 북한 보위계통은 이중, 삼중의 감시-견제 장치를 두고 있어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까지 파악한다. 북한군은 군을 통솔하는 지휘관과 함께 그를 감시하는 ‘총정치국’ 소속의 정치위원이 있다. 심지어 지휘관의 결재 권한까지 공유한다. 부대 지휘관이 2명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군을 별도 감시하는 ‘보위사령부’를 비롯해 ‘국가안전보위성’ 등 핵심 공안부서의 첩보망까지 작동된다. 모든 통신이 상시 도청되고 있기도 하다. 북한군의 편제와 지휘권의 ‘분할’ 또한 한 몫 한다. 예를 들어 군수품 조달 책임이 있는 후방총국 조차 북한군을 통제하는 북한군 총참모부·인민무력부 소속이 아니다. 모든 지휘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온갖 루트를 통해 실시간 보고되고 지휘권과 편제까지 통제되는데 누가 감히 ‘딴 마음’을 먹을 수가 있겠는가.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 70주년 열병식을 9일 보도했다. 2018.02.09. (출처=노동신문)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 70주년 열병식을 9일 보도했다. 2018.02.09. (출처=노동신문) [뉴시스]

 

- 북한군의 ‘사상교육’은 어느 정도이길래 쿠데타를 생각하지 못할 정도인가?
▲ 우선 북한군 내부의 신민(臣民)적 문화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북한 군부는 수령·당의 군대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집단으로, 오랫동안 그렇게 훈련돼 왔다. 자유민주사회인 대한민국처럼 국가의 미래와 국민을 생각하는 집단이 전혀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이를테면 계급을 강등시켜도 “이게 다 北 김정은의 뜻이다. 혁명화 처분을 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다행이다. 반성하고 열심히 하면 다시 신임을 주실 것”이라고 충성 맹세하는 게 북한 군부의 실상이다. 북한 군부 말고도 일반 주민들 또한 ‘유일령도체계(유일영도체계) 10대 원칙’이 핵심 원리로 작동한다. ‘(9조9항)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에 어긋나는 비조직적이며 무규율적인 현상에 대해 큰 문제이건 작은 문제이건 제때 당 중앙위원회에 이르기까지 각급 당조직에 보고해야 한다’고 돼 있고 3인 이상 회합 시 사전 계통보고를 하게끔 돼 있어 북한 사람들은 결혼식·장례식 이외 서로 만나지 않고 살고 있는데 모의가 가능하겠는가.

-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 내부의 상황이 이런데 일각에서 제기되는 ‘쿠데타 설’은 어느정도 바로 잡을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 최근 ‘北 쿠데타 설’이 민간 영역에서도 나온다. 최근 3년간 한반도 상황을 그린 영화 ‘강철비’와 같은 ‘쿠데타’ 상황은 단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본다. 굳이 상상을 한다면, 北 김정은 친위대 내에서 그를 암살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상당수 사람들은 北 김정은의 눈밖에 난 핵심 측근 중 누군가가 그를 암살하지 않겠는가 하는 소망을 표시하곤 하는데, 영화와 달리 北 974부대와 같은 ‘밀착 호위원’만이 총탄이 장전된 총을 휴대한다. 이중, 삼중의 경호체계 속에서 암살 등의 돌발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북한이라는 존재에 대해 단순히 흥미 위주 판단이 아니라 사실과 조기 경보 차원에서 분석하는 것은 순전히 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민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를 비롯한 모두의 역할이기도 하다.
 

조선중앙TV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평양시 궐기대회가 5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0.01.05. [뉴시스]
조선중앙TV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평양시 궐기대회가 5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0.01.05. [뉴시스]

 

“北, 단순 흥미 위주 판단 아닌 사실 판단 기초해야···”

박지원 신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20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최근 권력 양태를 두고 ‘위임 통치’라는 자체 평가 결과를 내놨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날 “北 김여정이 국정 전반에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라고 보고했다. 당시 ‘위임통치’라는 용어는 곧 ‘北 쿠데타 설(說)’로 번진 단초가 됐다.

앞서 14일 오후 일요서울에 의견을 밝힌 곽 前 실장의 북한 정보감시기구 분석에 따르면 ‘北 쿠데타 설(說)’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렇다면 ‘北 쿠데타 설’이 계속 거론되는 이유는, 그가 언급한 ‘확증편향적 사고’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되새겨볼 만한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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