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개혁’ 앞세운 文 대선 공약…정부·여당 ‘일사천리(一瀉千里)’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도대체 왜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을 폐지시키려고 할까? 도대체 대공수사권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현 집권여당에서 손보려고 할까? ‘대공수사권이 없어지면 권력기관의 분권(分權)이 가능하다’라는 여당 지휘부의 주장이 맞을까? 그런데 왜 전문가와 당사자들의 의견은 고사하고 일종의 유예기간조차 없이 속전속결로 정보기관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려고 할까? 북한의 위협이 해소됐다고 보는 걸까? 일요서울은 이번 1371호에서 문 대통령의 공약인 ‘경찰로의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의원이던 시절인 지난 2013년 9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봉헌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시국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3.09.23.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의원이던 시절인 지난 2013년 9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봉헌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시국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3.09.23. [페이스북]

 

-‘10년 암약’ 北 대남공작 ‘2천 회’ 넘어…경찰은 ‘눈뜬장님’ 신세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宿願) 사업인 ‘대공(對共)수사권 이관(移管)’이 기어이 강행됐다. 바로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안보위해사범에 대한 수사권’인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는 지난달 30일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를 통해 ▲국가 대내외 정보 수집 범위를 ‘대외 정보’로 국한 ▲국가정보원(國家情報院) 직무범위상 국내정보 삭제 및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등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노무현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추진하다 실패한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아쉬움으로 남는다”라고 밝혔는데, 대공수사의 법적 근거가 ‘국가보안법’에 있다는 점에서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대공수사권 이관’의 뜻은 지난 2017년 대선을 두 달 앞둔 그의 연설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당시 전국의 촛불집회에 참석한 그는 ‘촛불’을 무려 400번이나 언급했는데, 덩달아 ‘국정원’에 대해서는 ‘혁명’, ‘대청소’라는 단어를 각각 95번, 25번씩이나 강조했다. ‘청산’이라는 단어도 빠지지 않았다. 대공수사권을 가진 국정원을 바라보는 문 대통령의 관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원, 검찰, 경찰 개편 방향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 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8.01.14. [뉴시스]
조국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원, 검찰, 경찰 개편 방향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 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8.01.14. [뉴시스]

 

앞서 문재인 청와대 첫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2018년 1월14일 청와대에서 “국정원이 국내정치·대공수사에서 손을 떼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은 국내외 정보수집 권한 외 대공수사권, 모든 정보기관들을 아우르는 기획조정 권한까지 보유 중”이라면서 “국정원은 정치인·지식인·종교인·연예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감행했음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문재인 청와대가 ‘국정원 개혁’을 해야 하는 명분을 천명한 것이다.

‘대공수사권 이관’을 ‘국정원 개혁’이라고 포장한 여당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동력을 상실했지만, 총선에서 과반 의석 이상을 차지하면서 박지원 신임 국가정보원장을 앞세워 ‘대공수사권 이관’을 몰아붙였다. 그야말로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은 속도로 추진됐다. 지지부진하고 있는, 이른바 ‘검찰개혁’ 이후와도 같은 여건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그렇다면 도대체 대공수사권이 무엇이기에 여권이 강행한 것일까.
 

국가정보원 페이스북 캡처.
국가정보원 페이스북 캡처.

 

자유민주주의 마지막 보루 ‘대공수사권’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이란, ‘불법적인 공산주의 활동에 대항하기 위한 수사권’을 통칭한다. 국가정보원법 제3조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對共)·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방첩(防諜)·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 중에서도 ‘방첩(防諜)’은 방첩업무규정 제2조에서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정보활동을 찾아내고 그것을 견제·차단하기 위해 하는 대응활동’으로 명시됐다. 이른바 ‘안보수사’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바로 ‘안보수사’다. 대한민국의 국체(國體)·정통성을 부정하는, 일명 ‘반(反)국가단체’로부터 조국과 국민을 수호하겠다는 게 바로 그 취지다.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 규정’에 따라 정보수사기관이 안보수사를 담당하는데, 국정원의 대공수사국, 경찰의 보안수사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방첩수사처, 검찰의 공안부가 관여한다. 각각 보안·방첩·공안수사로 불리는 이것을 실무상으로 ‘대공(對共)수사’라고도 한다. 이는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61년 6월 공포된 ‘중앙정보부법’에서 ‘국가안전보장과 관계된 국내외 정보·범죄수사와 군을 포함한 정부 각부 수사활동을 조정·감독한다’고 명시됐는데, 이는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에 따른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대공수사권’의 적용 대상이 되는 범죄는 단연코 경범죄가 아니다. 국정원법 제3조에 따르면 국정원은 형법 중 내란(內亂)·외환(外患)죄, 군형법 중 반란·암호부정사용죄·군사기밀보호법과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를 수사하는데, 안보수사 피의자는 일명 ‘정보사범’으로 일컬어진다.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특히 대공수사 대상 범죄 가운데 ‘형법 제98조(간첩)’는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해당 조항은 ‘적국(敵國)을 위하여 간첩 및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북한 간첩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북한은 대한민국 헌법상 국가가 아닐뿐더러 실정법상 ‘반(反)국가단체’에 해당되기 때문에 ‘적국(敵國)’이라는 용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보안법 제2조에 따르면 반국가단체는 정부를 참칭·국가 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 결사·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 단체를 뜻한다. ‘대공수사’는 바로 이 같은 ‘반(反)국가단체’의 야욕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최전선(最戰線)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반(反)국가단체’의 위협은 어떤 것일까. 대표적으로 北 김정은(김일성·김정일)의 북한 지도부를 빼놓을 수 없다. 앞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북한의 법적 지위에 대해 “북한은···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8.4.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 2015.4.30. 2012헌바95·261). 그 이유는 바로 北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법원의 최종 선고가 내려지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이 전 의원이 출석, 동료들을 쳐다보고 있다. 2015.01.22.[뉴시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12월19일 '위헌정당해산심판'에서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다(2014.12.19. 2013헌다1). 바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 연루됐던 '이석기 RO(혁명조직)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것이다. 다음은 당시 헌법재판소는 '민족민주혁명당·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일심회 등에서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여 활동한 사람들을 주축으로 한 피청구인 주도세력의 형성과정·대북자세·활동경력·이념적 동일성 등을 종합해 볼 때,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의 강령 상 목표는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 실현 후 이를 기초로 통일을 통해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 '피청구인이 추구하는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는 조선노동당이 제시하는 정치 노선을 절대선(善)으로 받아들이고 그 정당의 특정 계급노선과 결부된 '인민민주주의 독재방식', '수령론에 기초한 1인 독재’를 통치본질로 추구하는 점에서 민주적 기본질서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피청구인이었던 이석기 前 통합진보당 의원은 국가보안법상 이적동조죄·내란음모죄·내란선동죄가 적용돼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그가 지난 2014년 3월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을 시작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RO(지하폭력혁명조직) 조직원들에게 '전쟁대비 3대 지침'을 하달했다는 것(조주형 기자). 사진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법원의 최종 선고가 내려지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이 전 의원이 출석, 동료들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 2015.01.22.[뉴시스]


북한지도부의 최고 권위가 담겨있는 해당 규약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 있다”라고 밝히고 있는데, 결국 전 한반도의 공산화 통일을 의미한다. 그 흔적은 지난 7·4 남북공동성명과 6·15남북공동선언 등에서 주장한 ‘자주·통일·대단결’ 주장에서 드러난다.

특히 군경 합동 보고서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무려 1956건의 대남간첩침투 공작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수치는 검거 건수에 국한된다. 즉, 미검거 건수는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게다가 육상과 수중을 통한 직접침투 방식과 3국을 통한 우회 침투 양상도 나타난다. 지난 1990년대에는 ‘합법적 전위정당’의 구축 시도까지 적발됐다. 대표적으로 지난 1991년 터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이다. 당시 거물급 北 간첩 이선실이 무려 10년 간 대한민국에서 암약했는데, 경찰은 왜 이를 감지하지 못했을까.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국내서 10년간 암약한 北 대남총책…‘신출귀몰’

국가안전기획부(國家安全企劃部·안기부)가 밝힌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통해 지난 1992년 9월·10월 두 차례에 걸쳐 ‘北 간첩 이선실(공작명 북악산, 본명 이화선)’의 흔적이 드러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심지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권력서열 22위인 대남공작총책 이선실에게 포섭된 황인오 등은 월북(越北)을 감행했고, 김낙중 또한 활동비 150만 달러와 권총·독약앰풀 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北 간첩 이선실은 도대체 어떻게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암약했음에도 불구하고 걸리지 않았을까. 바로 ‘적구화(敵區化) 교육’ 때문이다. 北 간첩 김동식(金東植)의 회고록을 통해 알려진 ‘적구화 교육’은 언어·문화·정치(입법·사법·행정)·군 등에 관한 교육으로, 기한 없이 남파될 때까지 지속한다는 것. 이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공작활동이 가능하다. 일요서울은 그의 회고록을 통해 당시 北 간첩 이선실의 활동을 밝힌다.

▲ 이선실은 지난 1916년 11월 제주도 남단 가파도 출생, 본명은 이화선
▲ 일본어 교육과 공작 교육을 이수한 이선실은 1970년대 초 공작선 타고 일본 침투
▲ 재일교포 접촉 및 포섭 활동 중 신분 세탁 공작 병행
▲ 전주 출신 재일교포 ‘신순녀’ 북송 및 호적 취적
▲ 경기도 강화군 양도면 건평리 접선장소 해안 도착 후 갯벌 통과 반잠수정 운용요원 접선
▲ 이선실은 ‘이선화’라는 가명으로 ‘한겨레’ 신문 기고
▲ 지난 1990년 민중당 창당 발기인 참여.

그의 회고록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北 간첩 이선실은 무려 10년간 국내 해·강안 지역과 매체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종횡무진 휘젓고 다닌 셈이다. 그나마 안기부가 대공수사권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암약하던 자들을 쉽사리 찾지 못했는데, 하물며 해외역량이 거의 전무한 경찰로 넘기게 되면 어떻게 될까. 국내 보안정보와 해외 정보의 융합은커녕 북한의 침투를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대공수사마저 이관되면 北 이선실의 사례를 막을 수 있을까.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이에 북한군 234부대 정치군관이었다가 탈북한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일대에서 일요서울에 “국가정보원은 北 국가안전보위부와의 체제 경쟁의 최전선에 있다”며 “北 국가안전보위부·정찰총국은 각각 반(反)사회주의 책동분자를 색출하는 것 외에도 북한의 주요 인물이 활동할 여건을 만드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하는 기관으로, 그 역량은 중국·러시아를 비롯해 심지어 우리나라까지 뻗쳐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날 “그런데, 이를 막을 유일한 수단인 국정원의 ‘대공수사’를 국내 치안 전담 조직인 경찰로 넘긴다는 것은, 아예 북한의 야욕을 막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국내 방첩 활동 자체를 포기한다는 의미”라고 성토했다. 이어 “지금처럼 공권력이 붕괴됐는데 대공수사가 가능하겠나”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앞서 北 김동식의 회고록과 최 대표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부분은 바로 ‘북한 공작조의 접선 정보는 대북공작·해외공작 부서의 공작망을 통한 대공수사’에 있다. 이에 대해 지난 5일, 국정원 이한중 前 대공수사국장 측이 일요서울에 밝힌 글에서는 “대공수사의 핵심은 최초 첩보 이첩 후에도 채증 단계에서 대북·해외 정보망이 ‘북한 간첩의 국내 침투 및 접선계획’을 사전 입수해 수사국에 지속 지원하면서 채증 활동을 강화하는 것에 있다”라며 “대공수사권의 주요 원칙은 ‘차단의 원칙’인데, 수사권 이관 시 정보망 운영 부서의 출처보호는 기대할 수 없을뿐더러 간첩 사건 자체를 다룰 줄 모르는 비(非)전문 수사관이 다루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범죄를 다루는 경찰과 달리 대공수사관은 장기간 감청·포섭·미행·암호해독 등 특수훈련과 신분세탁을 거치는 등 차원이 다른 보안성이 요구된다”며 “국정원 대공수사관은 입사(入仕) 후 퇴직 시까지 대공수사 업무만을 지속하는데, 현재 국정원 수준의 북한·해외·과학 분야 전반에 걸친 대공 인프라가 없으면 대공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해당 뉴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북한에 의해 자행됐던 대형 간첩공작 사건이었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대한뉴스 1926호 캡처]

 

“文, 독단적 신념으로 맹종하고 있다”

특히 국정원의 이한중 前 대공수사국장이 경찰에 대해 우려했던 점은 바로 ‘해외 대북정보망 부재’다. 그는 “최근 北 간첩의 해외·국내에서의 고도의 은밀 행동으로 인해 북한·해외정보 수집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경찰은 해외·대북 정보망이 없어 포착이 불가능하다”라고 재차 지적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지난 6일 저녁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경찰청 공안문제연구소·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에서 30년 가까이 선임연구관을 역임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에게 ‘경찰로의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전문 일부다.

-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겠다는 게 현 정부·여당의 방침이다. 어떻게 보는가.
▲ 북한의 대남공작의 총본산인 정찰총국을 비롯해 北 김정은에게 가장 큰 선물을 주는 행위로, 대남간첩 공작을 막기는커녕 비단길을 깔아주는 행위나 다름없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체제 유지를 위해 대공전선을 막아왔던 한 축을 무너뜨린 점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 본인의 친정은 경찰 아닌가. 경찰의 대공수사 역량이 대체 어떤 수준이기에 그러는가.
▲ 25년 동안 연구관으로 근무했지만, 사법수사에 비해 경찰의 대공수사 역량은 상당히 미약하다. 대만인 화교 정수평 사건, 정경학 간첩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육상·해상·수중 경로를 비롯한 우회 침투 ,이른바 ‘역(逆) 합법침투공작’을 전개 중이다. 그런데 경찰은 독자적인 해외 대공·방첩수사망이 구축돼 있지 않다. 게다가 대남간첩공작 부서인 정찰총국·통일전선부 등에 대한 정보는 국정원과 국방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2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에서 발견된 간첩교신 수단인 ‘스테가노그라피(Staganography)’가 등장했는데, 이는 비밀통신문을 전자 이미지와 비디오 파일에 은닉하는 첨단 기술로 간첩통신 감청과 암호해독 분야인 ‘대공 과학정보’와 연결된다. 우려된다. 이 같은 대공정보 탐지 또한 기만·해킹·절취 등을 통한 합법·비합법 보안 활동을 해야 하는데 합법조직인 경찰에서 가능하겠는가.

- 현 정부에서는 ‘권력기관 균형’을 명분으로 내세웠는데, 균형이 무너졌다고 보는가.
▲ 그렇다. 대공수사 업무는 국정원·경찰·군에서 하고 있다. 검찰은 전문성 문제로 수사지휘에 주력하는데, 3개 부처가 경쟁·견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런데 경찰로 대공수사권이 집중되면 경찰권이 비대해지고, 권력집중에 따른 결과 권한남용 문제의 여지가 있다. 오히려 현 정부가 우려하는 인권침해의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게다가 정치권력의 압력에 취약해질 수 있다. 과연 차관급인 경찰청장을 비롯한 지휘부가 이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국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를 강행하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국정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명하고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선공약이 독단적 신념이 돼 예외 없이 거기에 맹종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밝힌 어느 전직 대공수사관의 우려가 들리는 듯하다.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발생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북한 대남총책 이선실과 접선했던 인물은 바로 북한의 무장간첩으로 생포된 김동식이다. 사진은 청주 상당산성에 위치한 과거 北 무장간첩 김동식의 드보크 지점. [누리꾼 캡처]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발생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북한 대남총책 이선실과 접선했던 인물은 바로 북한의 무장간첩으로 생포된 김동식이다. 사진은 청주 상당산성에 위치한 과거 北 무장간첩 김동식의 드보크 지점. [누리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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