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방지법 앞세워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 스테인레스강 수입 업체 압박

포스코가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의 경쟁 업체를 상대로 무역위원회에 덤핑방지법 관련 내용으로 제소했다. 해당 국가의 업체들이 우리나라에 덤핑으로 스테인레스 강을 수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해관계에 있는 해당 제품 수입 중소기업들이 뿔났다. [이창환 기자]
포스코가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의 경쟁 업체를 상대로 무역위원회에 덤핑방지법 관련 내용으로 제소했다. 해당 국가의 업체들이 우리나라에 덤핑으로 스테인레스 강을 수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해관계에 있는 해당 제품 수입 중소기업들이 뿔났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포스코가 지난 7월 스테인리스강 평판 압연제품을 한국으로 수출하는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의 경쟁사에 대해 덤핑방지법 위반 등으로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에 제소했다. 무역위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26일을 기준으로 10개월간 심의 과정에 돌입했다. 해당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중소기업들을 이해관계자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고, 수입업체들은 포스코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며 청와대 청원까지 올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9인의 심의위원에 포함되는 장승화 무역위원회 위원장이 포스코 사외이사로 재임하고 있어 해당 건의 심의와 관련 심리회피를 신청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아울러 지난 국정감사에서 포스코의 수입산 반덤핑 제소가 단순히 포스코의 시장지배력 보장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나와 무역위의 심의 과정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덥핑’ 심의하는 무역위원회 장승화 위원장, 포스코 사외이사 재직
해외 기업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투자하는데 수입 막아선 포스코

지난 3일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중국·대만·인도네시아의 철강 업체로부터 평판 압연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이를 재가공·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 가운데 이번 포스코의 덤핑방지 제소건에서 이해관계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업체는 14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는 업체도 있으나, 일부는 수입하고 일부는 포스코 생산 제품을 들여 쓰는 곳도 있다. 

무역위에 제출된 일부 자료가운데 국내 스테인레스 생산업체와 생산량을 비교해 보면 포스코가 지난해 기준 연 326만 톤으로 전체 국내 생산 물량 389만 톤 가운데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열연제품은 국내 유일한 생산자로 연간 200만 톤을 생산하고 있다. 나머지 116만 톤이 냉연 제품이다. 

다만 냉연 제품의 경우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해 있는 현대제철 20만 톤을 비롯해 현대BNG스틸 30만 톤, 대양금속이 10만 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기타 중소업체가 약 13만 톤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제철 등도 과거 포스코로부터 제품을 받아 재가공했으나, 현재는 직접 냉연제품을 제강·생산하고 있다. 

압도적 생산량에도 수입업체 견제 나선 포스코

관세청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스테인레스 강은 총 102만 톤이며, 이 가운데 열연 제품이 33만 톤, 냉연제품이 69만 톤 수입됐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70만 톤의 냉연 제품이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으로부터 수입됐다. 전체 물량을 두고 보더라도 연간 총 100만 톤 내외의 물량이 수입됐다. 

중국 등으로부터 제강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A업체 관계자는 “포스코의 연간 수출 물량을 제하더라도 냉연과 열연제품 모두 내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70%로 수입제품은 30%내외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에 있는 포스코가 덤핑방지법 관련 제소에 나섰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수입 제강 제품의 수준이 상승하고 가격은 포스코보다 저렴한 상황에서 포스코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독과점적 지위 유지를 위한 제소라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의 제품이 1990년대만 하더라도 포스코 보다 품질이 낮았으나, 꾸준한 기술 투자와 발전으로 유럽 선진국에도 수출하는 등 현재는 포스코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최근 전 세계 수많은 철강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의 질 좋은 니켈 광산에 투자하며 적극적인 스테인레스 강 생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포스코는 이명박 정권 당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에 투자했으나 정권 교체와 함께 저수익 등을 이유로 철수했다. 당시 암바토비 광산에 이명박 정부는 33%, 포스코는 6%의 지분 투자를 한바 있다. 

강훈식 의원이 포스코의 덤핑방지법 관련 관세 부과 제소 건에 대해 “산업의 이익이 아닌 자회사의 독점이윤 감소를 산업의 피해로 볼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강훈식 의원실]
강훈식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포스코의 덤핑방지법 관련 관세 부과 제소 건에 대해 “산업의 이익이 아닌 자회사의 독점이윤 감소를 산업의 피해로 볼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강훈식 의원실]

강훈식 의원 “포스코의 이익 위한 제소인가”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포스코의 무역위원회 제소 건은 우리 산업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아닌 포스코의 이윤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훈식 의원은 “포스코의 피해가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 대한 피해를 따져야 한다”며 “(포스코처럼) 공기업에서 출발해서 국가의 보호를 받아가며 성장한 독점기업의 경우 오랫동안 이윤을 누려온 반면, 유일한 경쟁압력은 수입뿐인데 이로 인한 독점이윤 감소를 산업의 피해로 볼 수 있는지 반덤핑 과세 여부 판단(제소)이 바람직한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오히려 철강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등의 소재로 버티고 있는 많은 업체들이 포스코의 반덤핑 제소로 우려하고 있다”며 “반덤핑 관세 부과 시 그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자동차, 가전 제조 및 선박과 빌딩을 건설해 온 다수 사업자에게 미치는 피해가 클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스테인레스 강 생산이 늘면서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이 투자처로 집중되고 있다. 스테인레스 강에 들어가는 니켈의 원료 비중은 7~8%에 불과하지만 원가격 비중은 무려 70%를 넘어선다. 특히 인도네시아 광산의 니켈은 상대적으로 깊게 묻혀 있지 않아 채굴이 수월해 최근 생산량이 느는 추세다. 

니켈 광산 ‘투자’ 뒤처지는 한국

글로벌 전문지 마이닝(Mining)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에 350억 달러(약 38조 원)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그에 비해 포스코를 비롯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투자할 광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중국 등 제 3국을 통한 재수입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 

이번 포스코의 덤핑방지법 관련 제소 건의 이해관계자로 조사를 받은 한 업체는 “포스코가 기술력이 높고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면 무엇이 두렵겠나”며 “가격경쟁력을 갖춘 수입 제품이 기술 수준마저 높아지고 있으니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아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해당 제소 건과 관련해 포스코를 비롯해 포스코의 제품을 사용하는 업체들은 “최근 열연과 냉연 스테인레스 강 모두 저가의 수입 제품 비중이 늘어나면서 가격 교란이 심각해 정상 가격으로 제품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영업이익 감소와 공장가동률마저 저하되면서 일자리도 위협 받고 있어 대응을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 의존 심화로 포스코가 열연 공급을 중단하게 되면 하공정 업체들이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제강사의 열연을 가공하는 위탁업체로 전락하게 만들 수 있다”며 “고품질의 국산 철강 소재를 고집하며 기술 경쟁력을 갖춰 온 업체들은 저품질의 수입재에 의해 가격에 의해서만 선택 받는 시장에서 점점 도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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