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형사는 구연희가 이술균을 협박하지 않았는가라는 가정 하에 그런  질문을 슬쩍 던졌다.
“글쎄요. 이런 이야긴 뭐 합니다만.....”
강 형사의 귀가 쫑긋 섰다.
“둘은 너무 노골적으로......”
“노골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예?”
천만 뜻밖의 말이었다.
“부인도 있는 사람이 그래선 안 될 텐데 말입니다. 뭐 또 어찌 생각해 보면 남자란 게 다 그런 것이긴 하지만서도요.”
“그렇다면 구연희도 마약 조직에서 뭔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강 형사는 생각의 방향을 그렇게 돌렸다.
“참, 장 이사님, 혹시 어제 인삼캡슐을 흘리시지 않으셨어요?”
“예? 흘리다니오?”
“안 드시고 떨어뜨려 놓거나 슬그머니 버리거나 하지 않았나 이거지요.”
‘아니오. 천만에요.“
“사실은 인삼캡슐 하나를 장 이사님이 앉았던 소파 밑에서 찾아냈어요. 그럼 어느 분이 안 드시진 않았어요?”
“아뇨. 제가 기억하기엔 모두 확실히 인삼캡슐을 하나씩 먹었지요. 사장님만 우물쭈물하시다가 핀잔을 받으셨는데 그러자 분명히 잡수셨거든요.”
“예. 잘 알았습니다.”
약품 종류에 향정신성 의약품 종류는 얼마 되지 않았다.
“저희는 약품을 만드는 건 아니니까 대량으로 필요하진 않습니다. 물론 강 형사님이 보시기에는 대량으로 보이시겠지만 이 정도 분량으로 시중에 빼돌린다거나 하는 일은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약품 관리는 아주 엄격하지요.”
이 부분에서는 전혀 성과가 없는 것 같았다. 강 형사는 다시 머릿속이 얽힌 실꾸러미처럼 되어 시경으로 돌아와야 했다.
추 경감은 벌써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냈네. 최근 새로운 마약 조직이 대충 윤곽을 드러냈는데 천경세가 거기에 관련된 것 같아서 은밀히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고 하더군. 그리고 주사기의 경우 흥미로운 사실이 첨가됐는데 그걸 사간 사람이 누구였다고 생각하나?”
강 형사는 물끄러미 추 경감을 바라보았다. 추 경감은 담배를 물며 말했다.
“이 술균이었다네.”
“예?”
“나로서도 아주 뜻밖의 사실이야. 하지만 약품상에서 확실히 이 술균이 맞다고 증언했어. 그러니까 이 술균은 아마도 마약 밀매의 조직원은 아니고 고객의 하나인 것 같아.”
“그럼 구연희하고는 단순히 내연의 관계일 따름인 모양이군요?”
“내연의 관계?”
추 경감이 용케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반문했다.
“장 이사가 그렇게 가르쳐 주더군요. 아마 틀림없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추 경감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였다.
“그건 수상한 관계이긴 하지만 아무것도 시사해 주는 게 없구먼. 장 이사하고 김 묘숙의 관계도 그렇고. 그리고 변 사장의 경우도 수상한 냄새가 나긴 한다만은 역시 아무것도 시사하는 게 없단 말야.”
추 경감은 담배를 비벼 꺼버렸다.
7월 25일. 아침부터 몸이 끈끈해지는 후덥지근한 날이었다. 아침부터 만원 지하철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당 기며 소금에 절인 청어마냥 후줄근해진 강형사가 자리에 앉았을 때는 8시 분이었다.
‘때르르릉, 때르르릉.’
조용했던 방에 전화벨이 울려 퍼졌다. 강 형사는 짜증스럽게 수화기를 들었다.
 

[작가소개] 권경희는 한국 여류 추리작가이다. 1990년 장편소설 '저린 손끝'으로 제1회 김내성 추리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 추리소설 '거울 없는 방', '물비늘', 실화소설 '트라이 앵글', 단편으로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수십 편이 있다. 수필집 '요설록', '흔들리는 삶을 위한 힌트'등이 있다. 중견 소설가이면서 상담심리 전문가로 <착한벗 심리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