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문에 김묘숙의 죽음 역시 모두들 알고 있었으며 23일 점심때의 일들도 억하고 있었다.

“그날 사실 저희는 특별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느끼지를 못했지요. 사실은 그것이 지금 각해 보면 더 수상한 점이었어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항상 무겁거나, 물론 몸무게 얘기가 아니고⋯ 분위기가 진지했다 그런 이야기지요. 어쩌면 그때 벌써 죽음의 기운이 깃들였던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날 두 분은 평소대로 참치구이를 시키셨어요. 식사 후에 잠시 야기를

나누셨지요. 무슨 이야기였냐고요? 그거야 저희가 알 수 있나요? 두 분은 항상 까다롭고 복잡한⋯  뭐라더라, 화학 방정식. 뭐 그런 이야기들을 잠시 했죠. 사담이오? 장이사님 따님 이야기를 어쩌다 하셨어요. 그 이상의 이야기는 없었죠.

아,미혼의 김박사님과 혼자 사시는 장이사님 사이에 뭔가 있지 않았느냐 그렇게 여기시는 모양이군요. 하지만 두 분은 한 번도 그런 모양으로는 나타나지 않으셨어요. 그거야 뭐 웨이터 생활 1, 2년만 하면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지요. 보다 확실하게 얘기하면 두 분은 항상 마주보고 앉고 팔짱이나 손을 잡는 적도 결코 없었으며 극히 사무적인 이야기말고는 해본 적이, 제가 아는 한에는 없거든요.”

웨이터는 주절주절 이야기는 했지만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는 없었다.
“저 웨이터, 저 혼자 해석 다 해가면서 떠들지만 별 볼 일없는 친구 같은데요.”
빈정대는 강형사를 추경감은 힐끗 보며 피식 웃었다.
“강형사. 그 웨이터 자네하고 비슷하지 않던가? 혹시 다음에 또 보거든 문학 지망생이 아니었던가 물어 보게.”

“에이, 참 경감님도⋯ ”
강 형사는 겸연쩍게 웃으며 뒤통수로 손이 올라갔다.
“하지만 아직 변사장의 말을 무시하기는 일러.”

추 경감은 자신에게 다짐하듯이 말하고는 강형사를 돌아보았다. 강 형사는 한참 뒤에 서서 움직이지를 않고 있었다.
“왜 그래?”

“추 경감이 크게 부르자 강 형사가 다가왔다.
“경감님. 이이사의 경력에는 향정신성 의약품 불법 제조와 관련해서 복역했던 기록이 있지 않습니까?”
“음, 그렇지. 왜?”

“사실 그 사람이라면 주사기쯤은 손쉽게 구할 수가 있지요. 우리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몸 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았어요. 그 주사 케이스는 작은 주사기들이 꽂힌 거였는데 왜 케이스만 있고 주사기는 없었을까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혹시 이이사가 다룬 향정신성 의약품에는 마약이 관련되어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김 묘숙의 살해에는 어떤 특수한 약품이 사용된 건 아닐까요?”
“마약 밀수 혐의로 체포되었던 천 경세와 이 술균이라⋯  충분히 상의를 해봐야겠어.”
“그리고 만약 이들이 마약과 관련을 맺고 있다면 구 연희의 엄청난 호사도 이해가 안 되는 바가 아닙니다.”

“그건 참 재미있는 발상이군. 그러고 보니 나도 생각나는 바가 있어. 강 형사 자네는 한번 무진으로 가서 약품들을 조사해 봐. 주문된 것과 배달된 것의 종류, 수량, 현재 남아 있는 것 등을 한번 챙겨 주게. 나는 시경으로 가서 최  경감을 만나 보지.”
둘은 그곳에서 헤어졌다.
강 형사는 회사로 갔다. 회사에는 장 이사가 나와 있었다. 강 형사는 이야기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약품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했다.

호탕한 성격을 지닌 장 주석은 껄껄 웃으며 그러자고 말하며 약품자재 창고로 함께 갔다.
“그런데 장 이사님. 장 이사님은 이 이사님하고 비서 미스 구하고 어떻게 이상한 점을 못 느끼겠던가요?”

[작가소개] 권경희는 한국 여류 추리작가이다. 1990년 장편소설 '저린 손끝'으로 제1회 김내성 추리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 추리소설 '거울 없는 방', '물비늘', 실화소설 '트라이 앵글', 단편으로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수십 편이 있다. 수필집 '요설록', '흔들리는 삶을 위한 힌트'등이 있다. 중견 소설가이면서 상담심리 전문가로 <착한벗 심리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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