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범 2만 명 시대… 국제 정보수사기관 공조 

태국 경찰의 마약 적발 모습. [동아시아연구소]
태국 경찰의 마약 적발 모습. [동아시아연구소]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마약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지역(아태지역)을 중심으로 국제 마약 범죄가 확대되면서 국내 마약 범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청소년들도 SNS나 인터넷 불법 웹사이트 등을 통해 구매가 가능해졌을 정도다. 문제는 대부분의 마약이 해외에서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의 단속만으로 모든 범죄를 차단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에 국가정보원이 나섰다. 국정원은 해외 정보망과 더불어 국제 정보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마약 범죄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청소년 마약 중독, 성인 보다 금단 증상 더욱 심각
해외 마약 유통 경로 차단이 범죄 적발 보다 급선무

지난해 국내에서 검거된 마약 사범은 1만8395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이는 바로 깨졌다. 올해 9월 기준으로 국내 검거 마약사범은 이미 2만230명에 이르러 지난해 검거된 수치를 훌쩍 넘었다. 

국정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압수된 마약류 총 804.5kg 가운데 해외에서 반입된 마약류가 561.1kg에 이르러 70%를 차지했다. 특히 이 중에는 복수의 국가를 거쳐 발생된 범죄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 마약정보협력체, 2024년 서울 공식 출범

이와 관련 국정원은 지난 11월21일 “해외 3개 국가 이상이 연계된 사건이 증가하는 등 마약범죄는 국제적으로 대형화 및 지능화하는 추세”라면서 “국제적 공동대응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정원은 올해 상반기부터 해외 마약정보 활동 역량을 토대로 마약문제가 심각한 태국을 포함해 아시아지역 5개국의 정보수사기관과 정보협력체계를 제도화하는데 앞장서 왔다. 국정원에 따르면 ‘아시아 마약정보협력체’ 창설을 준비 중이다. 

이는 오는 2024년 2월경 서울에서 공식적인 출범을 예정하고 있으며, 더불어 서울에서 총회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국정원은 출범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이를 위해 태국 방콕에서 실무회의도 진행한다. 

사실상 마약 범죄는 공개된 수치를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지난해 청소년 마약류 사범은 481명이지만, 실제 마약류범죄 암수율 수치를 적용하면 1만3000여명이 이른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지난 9월까지 국내 2만 여명의 마약 사범에 암수율 수치를 적용하면 실로 엄청난 수치가 나온다. 

지난 9월 한국중독범죄학회가 발행한 ‘청소년 마약범죄 문제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특성은 성인과 비교했을 때 마약류 사용으로 인한 뇌손상이 더 심각하며 중독에 빠지는 기간이 더 짧다. 더불어 성인보다 더 잦은 금단현상을 겪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정부의 적극적인 마약류범죄 대책에도 불구하고 마약류범죄의 저연령화는 청소년과 그 가정, 사회와 국가까지 위협하고 있다. 특히 마약범죄가 대다수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비춰볼 때 단순히 경찰의 범죄 적발 등에만 의존할 수 없다.

이에 국정원이 마약을 들여오는 이른바 ‘길목 차단’에 나선 셈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아태지역 국가 간의 협력체 운영을 통해 마약범죄 관련 정보를 회원국과 공유할 것”이라며 “마약유통 경로를 공동 추적하는 등 다자협력관계로 발전시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없는 범죄, 공급·유통 파악해야

특히 국정원은 공급·유통 과정 및 실태 파악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마약범죄가 해마다 증가 추세인 데다, 아태지역 국제 마약조직의 국내 침투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민생 침해를 넘어 국가안보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국정원에 설명이다. 

김대권 건양대학교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의 ‘마약범죄 한계와 효율적 통제를 위한 제언’에 따르면 마약범죄는 국제성 범죄, 피해자 없는 범죄 등 다양한 형태로 규정며, 국가별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처벌도 다르다. 

무엇보다 조직범죄자들에 의한 의도적 중독이나 값비싼 마약 구입을 위한 약물중독자의 또 다른 범죄, 2차 범죄 등 직·간접적인 원인으로도 범죄가 발생된다. 최근에는 강남 대치동 한복판 학원가에서 인근에서 길을 지나다니는 청소년에게 마약을 맛보게 하건 일당이 덜미를 잡힌 일도 있었다. 이는 마약의 확산을 꾀하는 조직범죄자들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더불어 마약의 특성상 초국가적 마약범죄는 해당 국가의 경제활동을 위협하고 국가 안보를 침해하므로 국가적·사회적 차원에서도 마약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이에 김 교수는 마약범죄의 일반적 특징을 중심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마약의 사용자와 공급·유통의 특징을 중심으로 실태를 파악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과거 마약 범죄는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과 정재계 인사들이 마약류를 접했다는 소식을 보도를 통해 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는 국내 조직폭력배나 가까이 일본 야쿠자 및 마피아 등에 의한 것으로 일반인과는 접점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의 마약범죄는 청소년을 비롯해 가정주부, 직장인 등 기존의 범죄자나 특정 집단이 아닌 대중에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대응 마련에 나선 만큼 범죄의 심각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마약 제공 등의 유통망과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길목 차단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이와 관련 권춘택 국정원 1차장은 “국제협력체를 결성하면 해외 마약범죄 조직의 국내 침투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주도로 진행하는 협력체 출범까지 만전을 기하고, 참여국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UNG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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