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강요·비용 전가 '갑질 구조'..."점주들 절규 들여다본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프랜차이즈 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인테리어 강요와 과도한 비용 부담, 재료비·광고비 등의 비용 전가, 계약 해지 협박 및 이른바 ‘노예 계약’ 등 다양한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발생한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의 칼부림 사건 역시,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이 누적된 구조적 문제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유통 비용과 일방적인 비용 전가는 점주들의 경영난을 더 심화시키고 있으며, 단순한 제재를 넘어 근본적인 비용 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문제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 전반이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의 '가맹 분야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가맹점 중 54.9%가 불공정 행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가맹 본부가 필수 품목을 강제 구매하도록 하는 사례는 78.7% 차지하며 점주 부담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갈등으로 신청된 분쟁 조정 건수도 늘어났다. 2022년 489건이었던 가맹사업 관련 조정 신청은 2023년 605건, 2024년 584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6월 기준)에만 386건이 접수된 상태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부과하는 수수료 구조도 점주들의 부담을 키운다. 본사가 공급하는 식자재·부자재 비용은 매출의 40~4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로열티(5~6%), 광고 분담금, 쿠폰 수수료, 포스 사용료 등 30여 가지 항목이 더해지면 전체 매출의 60~70%가 본사로 흘러간다.
여기에 원재료비와 인건비가 꾸준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가맹점주의 경영 부담은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본사는 브랜드 유지와 수익 확보를 위해 광고비, 물류비, 리뉴얼 비용 등을 가맹점주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체감하는 불균형과 불만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 현장 체감 불균형과 불만이 커지고 있는 실정
최근 들어서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 차액가맹금 반환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bhc치킨, 교촌, BBQ 등 8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맹점주 1357명이 본사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차액가맹금 반환 요구액 규모는 475억 원에 이른다. 투썸플레이스와 배스킨라빈스 등 카페·디저트 업계 가맹점주가 제기한 반환액 규모도 151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피자헛 가맹점주에 210여억 원을 반환하라는 2심 판결이 내려진 후 다른 가맹점주들의 소송도 확산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공급하는 원부자재에 유통마진을 붙이는 것이 차액가맹금이다.
미국의 경우 가맹본사가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가맹점 매출에 따라 로열티가 달라지는 것과 달리 한국 프랜차이즈 대부분은 로열티 없이 차액가맹금으로 운영돼 본사의 부담을 떠넘기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앞서도 공정위는 피자 가맹 브랜드 ‘반올림피자’를 운영하는 ㈜피자앤컴퍼니가 ①가맹비·교육비 등 가맹금을 예치기관에 예치하지 않고 가맹점주 등으로부터 직접 수령한 행위, ②피자 고정용 삼발이·일회용 포크를 자신 등으로부터만 구매하도록 강제한 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 및 과징금(1억 7600만 원)을 부과했다. ‘반올림피자’ 가맹점 수는 353개 점이다.
㈜피자앤컴퍼니는 2020년 4월 8일부터 2021년 12월 25일 까지 8개 가맹희망자·가맹점주 등으로부터 가맹비 및 교육비 명목의 금전을 자신 또는 지사 계좌로 직접 수령했다.
가맹사업법(제6조의5)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로부터 가맹금만 받고 제대로 지원하지 않거나 사기·폐업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가맹금 손실 등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가맹금을 일정 기간 은행 등 예치기관에 예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맹본부는 가맹점주나 가맹희망자로부터 가맹비·교육비 등 가맹금을 가맹점 영업개시 이전 또는 가맹계약 체결일부터 2개월 이내에 수령하는 경우, 해당 가맹금을 예치기관에 예치해야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가맹본부가 가맹금 관련 손해를 가맹점주에게 보상하는 보험에 가입하면 예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피자앤컴퍼니는 가맹점사업자 피해보상 보험계약 등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맹점주와 가맹희망자로부터 예치 대상 가맹금에 해당하는 가맹비와 교육비를 직접 받았다. 이에 공정위는 ㈜피자앤컴퍼니의 행위를 가맹사업법 제6조의5 위반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언제 근절되나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가맹본사가 예치 대상 가맹금을 직접 수령한 행위를 적발함으로써, 가맹점주와 가맹희망자가 지급하는 가맹금의 안전성을 확보한 것에 의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맹본부의 과도한 필수품목 지정 행위를 제재하여, 가맹점사업자의 불필요한 부담을 낮추고 가맹점사업자가 포크 등 일반 공산품의 공급처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가맹점사업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법 위반행위 적발 시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신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진행된 취임식에서 "경제적 약자가 가맹본부, 원사업자 등 경제적 강자에 대항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강화하겠다"라며 "공정위의 역량이 경제적 약자의 힘이 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여당은 가맹점주에 단체 협상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이달 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 한다. 지난 3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가맹점주 권익 보호 방안을 내세운 바 있다.
가맹본부의 위법 행위 시 가맹점주에 대한 손해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날 발의한 가맹사업 거래 공정화법 개정안에는 본부·임원·지배주주의 위법행위로 가맹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맹본부가 손해배상 의무를 지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