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비판 언론사에 ‘재승인 보류’… 종편 퇴출 위기 처한 방송사, 왜?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B위원은 지난 13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TV조선·채널A 재승인 관련해)모든 게 어려운 상황이다. 결코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 및 이용자 보호 등의 업무를 총괄 및 관장하는 기관으로, 실질적인 권능은 바로 ‘방송 허가 권한’에서 나온다. 즉, 방통위 심사에 오른 방송사에 대해 재승인 인가 점수 미달 시 퇴출시킬 수 있다. 그런데 최근 TV조선·채널A가 ‘재승인 보류’됐고, 방통위 B위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 것. 그래서 일요서울이 이에 대해 알아봤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방통위 2020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0.01.14. [뉴시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방통위 2020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0.01.14. [뉴시스]

 

-재승인 심사 기간, 선거까지 겹쳐…‘언론 자유’ vs ‘공정성’

방통위는 지난 1월16일 ‘2020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방통위는 올해 재승인·재허가 심사를 앞둔 지상파·종편·보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6곳을 심사할 때 ‘공정성’ 등을 반영한다. 재승인 기준 점수는 650점이다. 점수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따라 재허가·재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재승인 대상자는 TV조선·채널A와 연합뉴스TV·YTN·MBN·JTBC 등 6곳이다. 이번 4월 재승인 여부 결과를 기다렸던 두 방송사는 지난달 26일 ‘재승인 보류’ 판정을 받았다. TV조선·채널A는 심사 결과 총점 1000점 중 각각 653.39점과 662.95점을 받았다. 인가 기준은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의 중점 심사사항인 ‘공적 책임’ 영역에서 발목이 잡혔다. 방통위는 중점심사사항 배점이 기준점 50% 미달이면 총점 650점 이상이어도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문제는 TV조선·채널A가 ‘공적 책임’ 영역 210점 중 불과 50% 수준인 104.15점, 109.6점을 받은 것. 이는 결국 방통위로부터 퇴짜를 맞게 된 단초가 됐고, 채널A에 대해 21일까지 ‘재승인 보류’의 유효 시한이 주어졌다.

앞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취임 직후 일명 ‘공공성’을 강조했다. 당시 그는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의도된 허위조작정보와 극단적 혐오표현은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킨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본질적 기능과 역할이 변함없도록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의 언론관(言論觀)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발언이다. ‘공공성 강화’를 강조했던 한 위원장의 취임사 등을 고려한다면, 최근 발생한 TV조선·채널A에 대한 ‘재승인 보류 사태’는 그의 언론관과 결코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방송 재승인권을 잃게 되면 방송사에 얼마나 큰 타격이 갈 것인지도 알아봤다. 방통위가 발간한 ‘종합편성·보도전문PP 승인 백서’ 등에 따르면 종편·보도 방송채널사용사업 운영을 위해 필요한 최소 납입자본금 규모 가운데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 사업자는 무려 최소 3000억 원,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400억 원으로 제시됐다. 방통위가 제시한 최소 납입자본금이 지난해 TV조선·채널A의 자본총계와 맞먹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두 방송사의 존폐는 결국 방통위의 ‘재승인 여부’에 걸려 있는 셈이다. 즉, 방통위의 ‘재승인 보류’ 조치라는 목줄에 잡힌 것이다.
 

TV조선과 채널A 로고. [각 방송사 홈페이지 참조]
TV조선과 채널A 로고. [각 방송사 홈페이지 참조]

 

방통위, 비판 언론 청문회…기준은?

지난달 31일, MBC에 따르면 ‘채널A 법조팀 소속 기자가 취재윤리를 어기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과 함께 유시민 이사장의 비리를 찾으려 했다’는 방향으로 보도를 했다. 이는 검찰과 언론의 유착 의혹으로 번졌고, 방통위는 지난 9일 채널A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채널A 재승인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하지만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MBC 제보자는 문재인 정권의 골수 지지자로 의심되는 인물로 드러났으며, MBC가 제시한 녹취록에 등장한 유착 의심을 받는 검찰 관계자는 스스로 그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MBC 보도를 정면 반박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지난 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채널A 재승인 심사가 다 끝난 상황에서 이 사건이 터졌다”며 “조건부 재승인 같은 애매한 결정이 아니라 재승인 취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는 결국 채널A를 쫓아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전 이사장은 지난 13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결국 이번 사건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압박 목적”이라며 “그 과정에서 채널A와 TV조선 등에 대한 재승인 문제를 걸고 자행하는 일명 비판 언론 재갈 물리기”라고 일갈했다.

앞서 지난 8일 오후 과천 정부 청사 일대에서는 ‘자유언론연합 창립준비위원회(자유언론위)’ 소속 법조인들이 방통위의 채널A 청문회를 위시한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해 반발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이날 “정권에 가장 미운털이 박힌 TV조선과는 다르게 그나마 무난히 재승인 허가가 예상됐던 채널A에 대한 난데없는 청문회 결정은 최근 MBC가 제기한 채널A 기자와 검찰 간 검언유착(檢言癒着) 의혹 때문이냐”며 “방통위가 재승인 심사 본질과 전혀 상관없는 이번 사건을 핑계로 채널A 청문회를 긴급 결정하고 여권 정치공세에 힘을 실어주는 행위는 명백한 총선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종편 재승인 결정에 부당한 영향을 주려는 사악한 의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2020.03.25. [뉴시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2020.03.25. [뉴시스]

 

핵심은 ‘공정성’과 ‘언론자유’…채널A 운명은?

채널A와 TV조선 등에 대한 재승인을 취소할 것을 주장하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과거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공동대표로 있던 단체다. 이들은 채널A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엄격한 조사를 진행해 재승인 심사 결과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총선을 앞두고 긴급 추진된 비판 언론사에 대한 청문회는 총선 개입’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한 자유언론위 소속 법조인들은 이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언론탄압 전진기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방통위가 비판 언론을 잡는 것은 정권의 충견임을 선언하는 행태”라고 지적한다. 즉,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비판 언론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쟁점이다.

그래서 지난 14일 중앙일보에서 전략기획팀장으로 근무했던 박준식(59) 동의대학교 전 영상정보대학원 교수를 통해 ‘방통위 비판 언론 청문회 사태’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박 전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사무실에서 일요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정성은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정량화하기 어려운 개념”이라며 “방통위가 계속 방송사 재승인 여부를 놓고 잡음이 나오는 이유는 선거라는 민감한 이슈가 겹쳐 있어 공정성 논란이 계속 발생하는 데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교수는 “우선 방송사 심사 평가항목 기준에서 정량 평가와 정성 평가 가운데 계량화하기 어려운 정성평가의 항목 재편성을 통해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성평가 항목 개정 이후 일일단위 주요 기사에 대한 심의평가단을 구성해 공개·평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전 교수는 ‘선거 등이 재승인 평가 기간과 겹칠 경우에 대한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선거시기로부터 방통위 심사·재승인 기간을 약 6개월 정도 간격을 두게끔 만드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선거를 앞둔 방송사가 ‘공정성’ 논란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거리를 둠으로써 방통위의 방송사 허가 취소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인 셈이다.

그러면서 박 전 교수는 이날 일요서울에 “그동안 공정성이 문제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대한민국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를 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 공정성을 빌미로 비판 언론에 재승인 압박을 가하는 것은 그야말로 탄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채널A는 이번 21일까지 ‘재승인 보류’에 따른 유효 시한이 주어졌다. 현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 언론 중 하나인 채널A가 방통위의 재승인 심사 기준 등에 이어 검찰 관련 논란 등으로 종편 퇴출 위기에 처했다. 방통위가 ‘공정성’ 등을 이유로 채널A 퇴출하면 어떻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CI. [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 CI. [뉴시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