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대한항공 따라잡기’ 화물기도 비착륙 항공여행도 효과 ‘미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진행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약 70%에 이르는 찬성표를 받으며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화물기 확대와 코로나19 백신 수송을 위한 준비 등으로 매출은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창환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진행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약 70%에 이르는 찬성표를 받으며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화물기 확대와 코로나19 백신 수송을 위한 준비 등으로 매출은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글로벌 10위의 대형 항공사 탄생을 위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이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목적으로 현재의 2억5000만 주에 이르는 주식을 총 7억 주로 확대하도록 하는 안을 통과시키면서 오는 3월 예정된 유상증자를 계획대로 추진하게 됐다. 아울러 코로나19로 국제선 여객 대신 화물 운송을 늘리면서 지난 분기에는 매출까지 흑자로 돌아선 상황. 반면 제주항공 등 저가항공사(LCC)들은 마음이 편치 못하다. 여객 수요 확대는 불가능한 상황에 화물기 확대도 용이하지 않다. ‘비(非)착륙’ 여행상품도 내놨으나 기대에 못 미치고,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에 따른 LCC 계열사의 통합 소식까지 압박이 크다.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화물 운송마저 대한항공‧아시아나 독점
저비용 항공사 여객 수요 부진 이어져…대형항공사 독점에 ‘눈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확대를 위한 과정이 순항하고 있다. 임시 주주총회가 있던 당시 대한항공 지분 8.1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나타냈으나, 69.98%의 높은 지지율을 받으며 유상증자를 위한 정관 개정에 성공했다.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내세운 이유는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가장 컸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측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사안을 앞두고 구체적인 실사나 어떤 절차도 없이 속행으로 진행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이어지는 정관 변경을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던 것.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독과점 이슈 넘을까

다만 대한항공의 대주주인 한진칼을 비롯한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33.35%에 이르러 국민연금의 반대표만으로는 이를 저지하기 힘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요 주주인 크레디트스우스 3.75% 및 우리사주 1.46% 등이 정관 변경에 찬성하고, 53%가 넘는 지분율을 차지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이 대한항공의 국내외 입지 확대 등에 대한 긍정적 면을 두고 찬성표를 내밀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의 주가 역시 지난해 3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제선 운항이 어려워지면서 최저 1만700원까지 하락한 바 있으나, 유급휴직과 여객기 개조를 통한 화물 운송량 확대 등으로 지난 4분기 약 12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면서 15일 기준 주당 3만21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인력 개편과 화물 운송 확대에 따른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 1151억 원, 3분기 134억 원으로 흑자 전화에 성공한 바 있다. 아울러 15일부터 거래가 중지됐던 주식 거래도 재개되면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어 대한항공과 나란히 순항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으로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글로벌 경쟁 국가에 기업결합승인을 위한 심사 요청서를 보냈다. 거대 항공사의 탄생 가능성을 두고 미국과 일본, 중국, EU 등 8개의 기업결합 심사 당국의 결정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계열사로 진에어와 한국공항, 싸이버스카이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저가항공사와 아시아나에어포트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양사의 결합에 따른 저가항공사 세 곳마저 통합되면 국제선 비중은 49%, 국내선은 66.5%에 이르러 평균 50%가 넘게 된다. 독과점 기준 초과로 일부 매각 등 조건부 승인 예측도 있으나 산업은행이 주장하는 항공업 재편과 경쟁력 향상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승인이 날 수도 있다.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제주항공을 비롯한 저가항공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화물 운송 확대와 비착륙 항공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선 바닥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이창환 기자]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제주항공을 비롯한 저가항공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화물 운송 확대와 비착륙 항공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선 바닥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이창환 기자]

제주항공, 화물 및 비착륙 여행 수요도 부족

저가항공사를 대표하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은 양사의 결합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매출 급감으로 저가항공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 손실규모가 68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12월 긴축 재정과 구조조정 계획도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를 운반할 수 있는 ‘의약품 운송 서비스 품질인증(CEIV Pharma)’ 화물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백신 운송이 항공 화물로 집중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저가항공사들이 보유한 항공기로는 이마저도 참여하기 힘든 상황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코로나19의 종식이 언제인가가 업황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며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1위 기업이긴 하나 우리만 힘든 상황이 아니므로, 코로나19 상황에서 활로를 만들기 위한 시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선은 현재 거의 멈춘 상태로 봐야하고 국내선은 실제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신규 취항을 포함해 수요가 늘면서 공급량도 늘렸다”며 “다만 국제선 비중이 워낙 큰 상황에서 당장 영업 실적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최근 시작한 비착륙 항공여행이 당장 큰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니나 1월 초의 진행 사례로 볼 때는 추가로 운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제주항공의 화물 수요는 이전부터 국내외에서 일부 노선에서 운용해오긴 했으나 네트워크가 충분하게 갖춰져 있지 않았던 상황. 이에 당장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만큼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최근 중국 하이난성과 연관된 정기 화물 등을 얻어내면서 시작 단계지만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 티웨이와 제주항공의 결합에 대한 예측 및 통합 대형 저가항공사의 대항마 이야기도 나왔으나 이는 단순히 대한항공 등의 독점 이슈가 큰 데서 나온 기대 심리에서 시작된 해프닝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해 제주항공의 인수 가능성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스타항공은 이달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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