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냉기만 돌 뿐 인기척이 없었다. 상자 더미가 천장까지 닿아 있어 그속에서 무슨 짓을 해도 모를 것 같았다. 창고의 내부도 어마 어마하게넓었다.
곽 경감은 산더미 사이로 한참 들어가 보았다. 그 속 어딘가에 사람들을 숨겨 둘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발소리를 내지 않고 한참 들어갔을 때였다.
“으, 으, 으...”

어디서 낮은 신음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들릴 듯 말 듯한 간헐적인신음이었다. 
곽 경감은 잔뜩 긴장하여 신경을 곤두 세웠다. 소리 나는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곽 경감은 한참동안 숨을 죽이고 방향 탐색을 했다. 
상자 너머 깊숙한 안쪽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곽 경감이 상자 더미를 돌아 전진했다.
“음, 음, 음...”
신음 소리는 점점 가까이서 들렸다. 
남자의 목소리였다.

남자의 신음 소리와 함께 규칙적인 움직임 같은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가 가까이 가자 또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가쁜 여자의 숨소리 같았다. 곽 경감은 그게 무슨 소리일 것이라는 짐작이 같다.
곽 경감의 짐작은 맞았다. 
그가 상자 더미 하나를 소리 없이 돌아섰을 때 그의 눈앞에는 어처구니없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의 눈을 꽉 채운 것은 벌거벗은 남자의 엉덩짝이었다.
스커트를 허리까지 걷어 올리고 상체를 구부려 상자를 껴안다시피 하고 서 있는 여자의 뒤에 붙어 서서 바지를 까내린 사나이가 열심히 여자를 공격하고 있었다. 
여자의 하얀 팬티가 그녀의 발목에 걸려 있었다. 남자의 바지와 팬티도 그의 발목에 걸린 채였다. 

아마 작업을 하다가 몰래 나온 남녀가 급히 서둘러 일을 치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의 작업은 거의 절정에 달해 남자의 공격이 맹렬했다.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잡은 두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상자를 껴안은 채 히프를 뒤로 내밀어 남자에게 맡기고 있는 여자도 가느다란 신음을 토하며 견딜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치켜들고 이를 악물었다. 그여자 목에 핏줄이 터질 듯이 부풀었다.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남자의 격렬한 공격을 받고 있는 여자의 히프는 눈처럼 희고 윤기가 났다. 그에 비해 사나이의 살결이 너무 검붉어 대조적이었다. 공격을 규칙적으로 계속하고 있는 사나이의 하체는 단단한 근육질로 뭉쳐 있었다.

여자의 나이는 십대 후반 정도로 보였으나 남자는 꽤 나이 들어 보였다.
정면이 아니라서 얼굴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으나 30~40대 정도로 보였다.
곽 경감은 인기척을 낼까 하다가 가만히 있었다. 
그들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정상적인 연인 끼리나 부부간의 사랑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으나, 자기가 나서서 간섭할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 그냥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몸부림치는 모습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올가슴을 기다렸다.

59. 다시 여자의...

남녀의 작은 전투는 금방 끝이 났다. 여자가 옷을 입으려고 일어서자 남자가 여자의 샘을 손으로 움켜쥐고 비벼대면서 유방을 빨았다. 그사이 여자는 황급히 팬티를 치켜 올려 입고 스커트를 내렸다. 남자도 재빠른 솜씨를 바지 허리끈을 다시 맸다.
“약속 지켜야 돼요. 반장님!”
옷을 다 입자 여자가 돌아서서 사나이를 보고 말했다.
“염려 마. 짜식!”

사나이는 뭐가 아직도 미흡한지 여자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그리고 여자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면서 손은 다시 여자의 사카구니를 파고 들었다. 30대 후반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남자는 광대뼈가 유난히 튀어나온 데다 주먹만 한 코를 달고 있어서 험악하게 보였다.

“내 입이 얼마나 무거운데 소문내는 것 봤어?”
“반장님이 입만 벙끗했다 하면 저는 여기서 쫓겨나요.”
“임마 그건 내가 더 잘 알아. 근데 너 애기 생기면 난리라는 것 알지?”
사나이가 여자의 히프를 슬슬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약 먹고 있거든요.”

여자의 히프를 쓰다듬고 있던 사나이의 손이 갑자기 또 스커트를 걷어 올렸다. 하얀 여자의 하체가 금방 드러났다. 알맞게 통통한 히프와 곧게 쭉 뻗은 두 다리가 육감적이었다.
“또 왜요?”
여자가 스커트를 밑으로 내려 히프를 감추며 말했다.
“짜식, 흐흐흐...”

사나이는 음흉하게 웃으며 이번에는 여자의 블라우스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약속한 건 내일 주시는 거죠?”
“알았어. 챙기기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보아 돈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저 어린 여자아이가 돈을 받고....
곽 경감은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요샌 감시도 심하고... 제 값도 주지 않으니까 전번보다는 좀 적어졌어도 참아야 돼.”
남자가 말했다.
“그러지 말아요. 나도 다 귀가 있어서 들어요. 요즘 물건이 달려 값이 올랐다고 하던데...슬그머니 혼자 챙기면 다음엔 나 만날 생각 말아요.”
“아이구. 그래 알았다 알았어.”

그들의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곽 경감은 알 것 같았다. 남자가 회사 자재를 몰래 빼내 팔고 있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여자가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고.. 그런 검은 거래를 하다 보니까 해서는 안 될 짓까지 하게 된 것 같았다.
“어흠!”
곽 경감이 헛기침을 하자 그들은 기겁을 하고 돌아섰다.

[작가소개] 이상우는 60여 년간 편집기자와 경영인으로 일한 언론인 겸 추리 소설가다.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등 13개 언론사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등으로 일했고, 스포츠서울, 스포츠투데이, 굿데이를 창간했다.

오랜 경험과 기록을 바탕으로 역대 정권의 언론 탄압과 견제, 정계의 비화를 다룬 저서와 소설이 4백여 편에 이른다. 특히 추리와 정치를 깊이다룬 소설가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문화포장, 한국추리문화 대상 등을 받았다. '신의 불꽃', '역사에 없는 나라', '악녀 두번 살다', '세종대왕 이도' 등 베스트 셀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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