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이 그녀의 턱을 손으로 치켜 올리면서 말했다.
“정말 아무 것도 몰라요.”

“알았다. 그럼 시작해 보지.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지.”
수사관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여자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고는 느닷없이 그녀의 젖가슴을 주먹으로 쥐어박았다.
“윽!”

급소를 맞은 여학생이 옆으로 쓰러졌다. 고통과 공포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년아 빨리 일어서. 옷부터 벗어!”
그가 다시 여자의 아랫배를 거칠게 걷어찼다.
여자는 사색이 되어 주저앉아 있다가 다시 일어섰다.
“빨리 벗지 못해!”

그가 다시 주먹을 쥐고 쥐어박을 태세를 하자 김명희는 겁에 질려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블라우스를 벗었다. 이어 얇은 위 내의도 벗었다. 새하얀 어깨가 드러났다. 가슴에는 흰색의 브래지어만 남았다. 수사관은 그녀의 흰 목덜미와 가슴을 보면서 침을 삼켰다.

“아직도 백성규가 누군지 모른다 이거지!”
남자가 벌떡 일어나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김명희의 가슴에서 브래지어를 뜯어 내버렸다. 통통한 유방이 그대로 드러났다. 옅은 핑크 색의 조그만 유두가 겁에 질려 떨고 있었다. 그는 여학생의 유방을 한 움큼 듬뿍 쥐었다.
“독한 년이 젖통 하나는 크구나.”


“일어서서 이 위로 올라서!”
그가 유방을 쥔 채 김명희를 일으켜 세웠다. 명희는 아픔으로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빨리 올라가지 못해!”

그는 책상 위를 가리키며 무섭게 눈을 부라렸다. 시키는 대로하지 않았다가는 더 이상 무슨 고통을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한 명희는 시키는 대로 책상 위에 올라섰다.
검정색의 스커트 위로는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여자가 책상 위에 올라서서 떨고 있는 모습이란 정말 진풍경이었다. 유난히 큰 유방은 수사관이 비틀어 쥐었기 때문에 빨갛게 멍들어 있었다. 배꼽을 겨우 가리고 있는 스커트 밑으로 여자의 히프는 유방에 못지않게 한껏 부풀어 있었다. 웃옷을 입고 있을 때의 가냘프고 볼품없어 보이던 몸매와는 전혀 달랐다.
“치마 벗어!”

명희는 입술을 깨문 채 가만히 있었다.
“못 벗어?”
수사관이 다시 그녀의 유방을 비틀어 쥐었다.
“으, 음...”
여자의 얼굴이 고통으로 다시 일그러졌다.
“당신들이 이런 못된 짓을 하고도 아무 일없을 것 같아?”
김명희가 비명처럼 내뱉었다.

“무슨 일이 있단 말이야? 너희같이 나라 팔아먹을 연놈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나간다는 것을 몰라? 죽은 년이 어디 가서 무슨 소리를 한단 말이야? 설사 여기서 살아 나갔다고 치자. 어떤 일을 당했다고 떠들어 보아야 믿을 사람 한 사람이나 있는 줄 알아?”
수사관은 책상 위에 서 있는 여자의 주위를 빙빙 돌면서 중얼거렸다.
“빨리 벗지 못해?”

그가 다시 김명희의 유방을 비틀려고 하자 여자는 스커트의 지퍼를 풀었다. 검정색 짧은 스커트가 발목께로 흘러내리자 하얀 색의 짧은 내의와 스타킹만이 남았다.
“더 벗어!”
그가 밑으로 흘러내린 스커트를 확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여자는 각오를 한 듯 이번에는 순순히 스타킹을 한 짝씩 벗었다.
“빨리 빨리!”

여자는 이어 짧은 내의를 벗었다. 이내 순백색의 손바닥만 한 팬티가 여자의 은밀한 곳을 힘겹게 가리고 있었다.
“이런다고 나한테서 무슨 말이 나올 것 같아요? 난 정말 아무 것도 모른단 말입니다. 아저씨 제발 이러지 말아요.”
여자가 두 손으로 온몸이라도 가릴 듯이 하면서 수사관에게 말을 걸었다.
미끈하고 흰 여자의 피부를 작은 두 손으로 모두 가릴 수는 없었다.

“너희들이 얼마나 지독한가 하는 것을 나는 다 알아. 학교 옥상에서 온몸에 불을 지르고 뛰어내려 죽을 정도로 돌아 있다는 것도 잘 알아. 그러나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 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거야. 지금부터 왜 엄마가 나를 이 세상에 낳았느냐고 후회하도록 만들어 주겠어. 어때 지금이라도 너희들의 영웅인 백성규가 어디 있는지 대지 그래. 네 몸매를 보니까 아깝기도 하고... 저렇게 잘 빠진 년이 얌전하게 자라서 좋은 서방 만나 시집이나 갔으면 얼마나 행복하게 한평생을 살 것인가 하는 생각을 나도 몇 번이나 해 봤는지 알아?”

“아저씨 입장을 생각해 보지는 않았군요. 국가 공무원이 되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작은 밀알이 되는 생활을 했다면 이담에 아들딸들에게 얼마나 떳떳하겠어요.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신음하는 이 나라 민초들을 위해 조그만 보탬이라도 준 일을 했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겠어요. 컴컴한 지하실에서 죄 없는 여학생들 잡아다가 옷 벗겨 놓고 못된 장난이나 치면서 독재자의 주구 노릇을 한 것이 아저씨의 한평생이라면 얼마나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일이겠어요? 아저씨가 우리 같은 힘없고 권력 없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아무리 고문하고 짓밟아 보아도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거예요.”

김명희는 이제 부끄러움도 잊은 듯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면서 열변을 토했다. 그가 말을 뱉어낼 때마다 잘록한 허리에 힘이 들어가고 두 팔이 부르르 떨었다.
“우리들은 아저씨들이 말하는 공업 입국이니 수출 입국이니 하는 슬로건 때문에 굶주리고 졸면서 청춘을 썩히고 있는 이 시대의 밀알들이랍니다. 우리는 정권을 뺏으려는 어마어마한 짓을 한 사람들도 아니고, 한자리하기 위해 누구를 구렁텅이로 빠뜨리려는 사람들도 아니에요. 다만 좀더 나은 환경 속에서 조금만 더 인간답게 살자는 소망만 있을 뿐입니다. 아저씨...”
 

[작가소개] 이상우는 60여 년간 편집기자와 경영인으로 일한 언론인 겸 추리 소설가다.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등 13개 언론사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등으로 일했고, 스포츠서울, 스포츠투데이, 굿데이를 창간했다.

오랜 경험과 기록을 바탕으로 역대 정권의 언론 탄압과 견제, 정계의 비화를 다룬 저서와 소설이 4백여 편에 이른다. 특히 추리와 정치를 깊이다룬 소설가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문화포장, 한국추리문화 대상 등을 받았다. '신의 불꽃', '역사에 없는 나라', '악녀 두번 살다', '세종대왕 이도' 등 베스트 셀러가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