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헌법 기관 감사원 연일 ‘때리기’···정치적 중립 어디로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탈(脫)원전 정책 기조에 따라 월성1호기가 조기 폐쇄돼 ‘생매장’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는 가운데, 월성1호기 감사에 착수한 최재형 감사원장이 청와대·여당의 압력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게다가 감사원의 감사위원 자리를 놓고서 최 원장의 추천 의사와는 다른, 청와대가 낙점했던 김오수 前 법무부 차관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최 원장이 거부하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압박을 넣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서울은 바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사태의 핵심 인물을 통해 이번 사건을 파헤쳐 봤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7.29.[뉴시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7.29.[뉴시스]

 

-소장(訴狀) 속 차고 넘치는 증거, 불법 의혹 ‘가득’

감사원의 감사위원 임명 문제를 놓고 문재인 청와대와 최재형 감사원장과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모양새다. 청와대는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 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원장이 거부한 청와대 낙점인사인 김 전 차관은, 조국(曺國) 전 법무부장관과 보조를 맞춰 온 인물이다. 최 원장은 ‘코드인사’라고 판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권에서는 최 원장의 코드 인사 배치 거부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송갑석 의원은 지난 4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 나와 최 원장을 향해 “원전 마피아들이 했던 논리와 사고 구조의 말들이 감사원장 입을 통해 나온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면서 “감사원장이 ‘내가 사냥개처럼 달려들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줄이나 잡고 있고 이래선 안 된다. 정부의 주요 정책이라도 책임을 물을 때는 물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 매우 부당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탈원전 정책에 선입견을 갖고 감사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최 원장의 가족 일부 인원의 직업을 거론하면서 최 원장의 ‘중립성’을 깎아내렸다. 그렇다면, 감사원의 감사위원 임명 문제에 앞서 터진 이른바 ‘월성1호기 생매장 사태’는 대체 무엇일까.
 

강창호 위원장이 제공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일지.
강창호 위원장이 제공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일지.

 

앞서 새울1발전소 강창호(48) 노조위원장이 ‘생매장 당했다’고 밝힌 ‘월성1호기’는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빨리 폐쇄하라’는 취지의 발언이 있은 후 약 2년 만에 급히 폐쇄 조치됐다. 폐쇄 여부의 관건으로 작용한 ‘경제성 평가’ 과정에 개입된 ‘삼덕회계법인’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결과 ‘조작’ 논란에 휘말렸고, 감사원은 해당 사건에 대한 감사가 청구됐음에도 불구하고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의 감사위원에 친여 성향의 인사 임명 문제까지 겹쳐 있는 셈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지난 12일 오후 강 위원장을 통해 경주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장(訴狀)을 입수, 서울 동작구 일대에서 직접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다음은 강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일부다.
 

“감사원장도 탈원전에 부역하라는 것인가”
 

강창호 위원장.
강창호 위원장.


-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감사 중인 최재형 감사원장이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는데, 사건 당사자는 어떻게 보고 있나.
▲ 지금 더불어민주당에서 ‘월성1호기’와 감사원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게다가 여권에서 이렇게 감사원장을 압박하고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강행하는 것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어명(御名)’인데, 법을 어긴 상황에서 내려온 ‘어명’이기 때문에 그 역시 심판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문제는 이미 실체적인 증거를 갖고 있는 문제이고, 현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법원의 정상적인 판결로 모든 불법 행위가 명명백백히 드러날 것이다.

-강 위원장에 따르면 일명 ‘감사원장 흔들기’인데, 어떻게 보는가.
▲ 감사원은 헌법 기관이다. 헌법에 명시된 기관으로, 행정 기관 및 행정 권력을 바로잡기 위한 기구다. 그런데 이 같은 헌법 기관을 행정 권력의 ‘나팔수’가 되라는 주문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결국 감사원장까지 불법적인 탈원전에 대해 공조하고 ‘부역’하라는 주문으로 들린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신념과 인생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런 해당 상황을 국회 감사청구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감사원의 부담이 클 경우 이를 회피하는 방법 중 하나가 국회에 보고하는 형식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불법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어떤 증거가 있기에 ‘불법’이라고 보는가.
▲ 바로 ‘이사회의 회의록 조작 증거’다. 이는 당시 긴급이사회가 잘못된 통계를 근거로 결론을 냈음에 있다. 즉, 경제성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월성1호기에 대한 3년간의 낮은 원전 이용률’에 근거한 것인데, 이 시기는 예방점검을 이유로 월성1호기 가동을 중단한 후 재가동을 허가하지 않은 기간이 포함됐다. 월성1호기는 지난 1983년 4월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후 연평균 78.3%의 고도의 이용률을 기록했다. 가동중단으로 이용률 40.6%였던 시기를 합하더라도 최근 3년간의 이용률은 57.5%인데, 이는 한수원의 손익분기점인 54.4% 이상인 수치다. 그런데 지난 2018년도 제7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40.6%’로 매우 저조하며, 높은 이용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월성1호기를 계속 가동해도 경제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라고 명시됐다. 이는 계속 가동이 이익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긴급 이사회에서 이사들에게 평가 결과는 보여주지 않은 채 왜곡된 요약 내용만 제시해 조기 폐쇄 결정을 유도했던 의혹이 있다.

- 또 다른 증거가 있는가?
▲ 그렇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회사 예산서에서 밝힌 전력 판매 단가보다, 월성 1호기 경제성 분석 보고서의 전력 판매 단가를 20% 가까이 낮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형사책임까지 물어야 할 중대 범죄 혐의다. 그런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추가적인 효력 가처분 신청 등을 낼 계획이다.

 

일요서울은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관련한 소장은 지난 12일 입수했다. [일요서울]
일요서울은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관련한 소장은 지난 12일 입수했다. [일요서울]

 


與 압박 속 최재형 “묵묵히 일할 것”

일요서울은 지난 12일 새울1발전소 강창호 노조위원장을 통해 소장(訴狀)을 입수했다. 그가 밝힌 소장에 따르면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사건’에서는 위에서 그가 지적한 ‘실체적 하자’ 외에도 절차적 하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맡은 김태훈 변호사(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한변)는 이날 ‘절차적 하자’에 대해 ‘한수원 이사회 규정’ 등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한다. 그는 “지난 2018년 당시 적용되던 한수원 내 이사회 규정 제4조 제2항 단서에 의하면 ‘이사회 의장이1 부득이한 사유로 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할 때 규정에 따라 비상임이사 중 선임자, 연장자 순으로 그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면서 “이에 따라 조00 씨가 이사회 의장 직무를 대행할 적법한 지위에 있어 실제로 대행했고 직무 수행이 불가능할 어떤 사정도 없었는데 제7차 이사회에서 갑자기 이00 비상임 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규정 위반’이라는 뜻이다. 그는 이를 두고 ‘제7차 이사회의 중대하고 명백한 절차적 하자’가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은 최근 “감사관으로서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통합당 박형수, 김석기, 이채익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자력 정책연대, 에너지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월성1호기 조기폐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6.18. [뉴시스]
미래통합당 박형수, 김석기, 이채익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자력 정책연대, 에너지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월성1호기 조기폐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6.18.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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