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수진은 앞가슴과 허벅지가 다 드러난 야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그를 맞았다.
“당신보고 싶어 죽을 뻔했어.”
여자는 더 못 참겠다는 듯 정채명의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여자의 손이 남자의 사타구니로 들어갔다.

무엇인가를 움켜쥐었다. 물컹하던 물건이 뼈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까 어디 갔다 왔어?”
정채명이 여자의 히프를 두 손으로 싸안으며 말했다.
“서방질하러 갔지.”

‘뭐야? 요 못된 것이...”
정채명이 여자의 히프를 찰싹 찰싹 치면서 웃어 보였다.
“욕실 물 찼을 거예요.”
여자는 정채명의 목을 끌어안은 채 한 손으로는 남자의 거시기를 움켜 쥔 채 뒷걸음질로 욕실에 그를 끌고 갔다.

정채명이 욕실에서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방수진은 완전한 나신이 되어 캔버스 앞에 서 있었다. 여자가 실내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의 설명은 순수한 마음이 되자면 외모부터 가식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채명은 여자의 그런 괴벽이 밉지 않았다.

정채명은 붓을 쥐고 서서 작업을 하고 있는 그녀를 뒤에서 가만히 껴안았다. 부드러운 등과 히프가 정채명의 모든 관능을 금세 일으켜 세웠다. 맥박이 빨라지고 피부에 열기가 돌기 시작했다. 

방수진은 손놀림을 중지하고 잠시 그가 하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다. 뒤에서 담쟁이덩굴처럼 방수진을 감은 두 팔 끝의 손이 그녀의 유방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목덜미에 뜨거운 입김을 쏟았다. 방수진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뜨거운 정채명의 입술이 여자의 입술을 덮었다.
“음...”

여자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남자의 입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젖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그의 두 손이 차츰 밑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자의 손이 숲을 노크하자 성문이 힘없이 스르르 열렸다.
두 사람은 포옹한 채로 침대 위로 갔다.

53. 침대 위의 수영

“아까 어디를 쏘다니다 왔다고 했지?”
정채명이 방수진을 쓰러뜨린 뒤 상체를 겹치고 나직이 말했다.
“바람난 암코양이가 어딘들 안 다니겠어요?’
여자가 정채명의 가슴을 안았다.
“그래 멋진 숫고양이 더러 찾았어?”
“임자 있다고 상대를 안 하던 걸.’
여자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하며 두 다리로 남자의 하체를 휘감았다.
“오늘, 요 고양이 혼 좀 내줘야 쓰겠어.”

정채명도 여자를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참으로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대장간 무쇠처럼 달아 오른 두 사람은 물에라도 빠진들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정채명의 수영은 점점 룰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격식을 갖춘 접영, 평영, 자유형, 배영을 하던 그의 수영은 마침내 룰을 잊어버리고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물속에 가라앉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허우적거리면 허우적거릴수록 정채명의 몸은 점점 물속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마침내 숨이 차서 더 참을 수가 없었다. 금세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거친 숨소리가 수영장에 가득 찼다. 짓눌린 방수진도 허우적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물 속 깊이 빠져 더 이상 가쁜 숨을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질식 상태에 이른 정채명은 마침내 비명을 지르며 익사하고 말았다.
호흡이 끊어진 그는 더 허우적거리지도 못하고 축 늘어져버렸다.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방수진도 사지에 힘이 빠진 듯 땀투성이가 되어 널브러지고 말았다.
“수진아!”
한참 동안 호흡을 안정시키고 있던 정채명이 가만히 방수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예?”

여자가 꼼짝도 하지 않고 낮게 대답했다.
“만약에 내가 떠난다면 어떻게 하겠어?”
“뭐요? 아래층 사모님이 뭐라고 하셨나요?”
여자란 역시 민감한 데가 따로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남자의 아내를 의식하고 있었으면 그런 말이 금방 나올까.

“그런 게 아니고 내가 만약 죽기라도 한다든지, 먼 나라에 가서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다든지 한다면...”
“당신 정말...”
정채명의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방수진이 벌떡 일어나 앉아 그를 들여다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신 요즘 무슨 일이 있는 거지요? 3층 사모님이 왜 요즘 안 보이는 거죠? 외국에 먼저 나가서 기다리고 있나요? 그래서 당신이 곧 뒤따라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에요?”

정채명은 상체를 일으키고 앉아 있는 수진의 유방이 나이와는 달리 아직 탄력이 충만하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귀여운 내 암코양이를 버리면 벌 받지”
정채명이 수진을 와락 껴안았다. 그러나 그들의 이런 대화가 낱낱이 도청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정채명이 가는 곳은 아무리 은밀한 곳이라도 모두 기록되고 녹화되었다.
그리고 여러 정보기관의 비밀 기록실에 자료가 보존되었다. 이런 일은 비단 정채명 장관뿐 아니라 다른 유명 인사도 거의 예외가 아니었다.
정채명은 일국의 가장 중심 되는 각료인데 누가 이런 지시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정보기관의 '조직'이 하는 일이었다.

미국 같은 나라도 정치인이나 저명인사의 신변을 시시콜콜하게 캐서 대통령에게 보고한다고 한다. 대통령은 저명인사의 정치적 발언에서부터 섹스 생활에 이르기까지 기록된 보고서를 보면서 히죽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정채명은 오랜 야당 생활을 갑자기 청산하고 정부에 들어 왔기 때문에 더욱 정보 전문가들의 관찰 대상이 되었다.

[작가소개] 이상우는 60여 년간 편집기자와 경영인으로 일한 언론인 겸 추리 소설가다.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등 13개 언론사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등으로 일했고, 스포츠서울, 스포츠투데이, 굿데이를 창간했다.

오랜 경험과 기록을 바탕으로 역대 정권의 언론 탄압과 견제, 정계의 비화를 다룬 저서와 소설이 4백여 편에 이른다. 특히 추리와 정치를 깊이다룬 소설가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문화포장, 한국추리문화 대상 등을 받았다. '신의 불꽃', '역사에 없는 나라', '악녀 두번 살다', '세종대왕 이도' 등 베스트 셀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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