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北核) 대응 카드는 주한미군 ‘유일’…철수 우려 ‘파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올해 7월27일은 한반도의 ‘정전(停戰)체제’가 67주기를 맞이한 날이다. 70년 전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으로 ‘분단시대의 고통’을 겪고 있지만, ‘진정한 평화시대’는 오히려 요원(遼遠)하다. 바로 ‘북한’ 때문이다. 北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정전체제가 성립된 7월27일을 ‘조국통일해방전쟁 승리의 날’로 규정, 우리 정부를 향해 “제국주의 괴뢰(傀儡)”라며 줄곧 “자주(自主)”를 강요해 왔다. 그들이 주장한 ‘조국(민족)해방’이란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뜻하는데,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이 거론된다. 이에 일요서울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론’을 분석해봤다.
 

故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의 안장식이 엄수된 15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과 최병혁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이 헌화후 경례를 하고 있다. 2020.07.15. [뉴시스]
故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의 안장식이 엄수된 15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과 최병혁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이 헌화 후 경례를 하고 있다. 2020.07.15. [뉴시스]

 

- ‘민족해방’ 내세운 北 조선노동당…‘대책 없는’ 종전선언

北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는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 있다”고 밝힌다. 핵심은 ‘전국적 범위에서의 민족해방…혁명 과업’과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 ‘자주성’이다. 바로 ‘주한미군의 철수’를 뜻한다.

‘북한 정치사전’에 의하면 당은 ‘혁명 사상·이념 실현을 위한 계급 투쟁 선봉대’다. 지난 2016년에 개정된 노동당 규약 전문에서 “조선노동당은 김일성 동지의 당, 김정일 동지의 당”임을 밝히고 있는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 아래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라고 명시한 북한 헌법이 이를 뒷받침한다. 앞서 언급한 ‘주한미군의 철수’는 바로 조선노동당의 ‘핵심 과업’이 되는 셈이다.

이는 올해 48주기를 맞이한 ‘남북 간 최초 공식 합의문서’인 ‘7·4 남북공동성명’의 북한 측 주장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1972년 7월4일, ‘7·4 남북공동성명’에서 ‘민족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이 제시됐는데 북한은 ‘자주’를 ‘외세배격’ 등 ‘주한미군 철수 및 유엔사 해체’에 이어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평화’로 해석했다. 즉, ‘주한미군 철수’를 겨냥한 것이다. ‘민족대단결’ 또한 ‘국가보안법 해체’라고 강변했고, 그 결과 ‘조국통일원칙’은 무력화됐다.
 

북한의 김정은. [뉴시스]
북한의 김정은. [뉴시스]

 

그런데, ‘주한미군 철수론’이 대내외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지난해 가을 백악관이 미 국방부에 아시아 등 세계에서 ‘미군 철수를 위한 예비 옵션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하면서 ‘주한미군의 재배치’도 언급했다. 외신은 미 합동참모본부는 전 세계 미군 재배치 및 감축 가능성 검토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구조를 검토했다고 전했다. 결국,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양상이 됐다. 

이에 일요서울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일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으로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전성훈(58) 前 통일연구원장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일부다.


靑 안보전략비서관 “북핵(北核) 최후 인계철선은 주한미군”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뉴시스]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뉴시스]

 


-정치권 안팎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이 계속 거론되는데, 어떻게 봐야 하는가.
▲ 주한미군 철수론은 북한의 핵문제와 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1990년대 김일성이 있었을 때 ‘조선반도 비핵지대화(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핵심은 북한이 전 한반도에 대한 적화통일을 감행하기 위해서는 핵공격을 할 수 있는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것.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한반도를 장악하겠다는 심산이다. 심지어 北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도 등장한다. 규약 전문에서는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데 있다”고 밝힌다. 즉, ‘주한미군 철수’는 바로 北 김일성과 김정일의 목표였고, 지금은 北 김정은의 목표인 것이다. 결국 ‘한국’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 핵 관련해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 북한 핵(核)은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북핵이 한국 안보의 ‘직접 위협’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 당장 핵공격 위협에 노출됐다. 특히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NLL 일대가 위험하다. 문제는 비대칭 전력인 핵으로 인해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균형이 깨진 것이다. 그나마도 주한미군이 핵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 그런데, 북한은 SLBM과 ICBM까지 개발 중이다. 이것은 미국과 직접 전쟁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는 핵을 통해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위협을 극대화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운신의 폭을 강제하겠다는 의미다. 당연히 주한미군의 발목을 잡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6.1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6.15. [뉴시스]


- 종전선언이 왜 문제가 되는가. 주한미군과 종전선언은 어떤 관계인가.
▲ 북한이 원하면, 이제 그것도 가능하게 되고 말았다. 종전 선언을 강행했을 경우,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결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가 된다.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주한미군 철수를 내심 바라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곧장 이를 문제 삼을 것이다. 지난 1950년 북한의 기습으로 수백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3년 만인 지난 1953년 7월27일 정전체제를 구축했다. 그런데, ‘불안전’하다는 이유로 ‘종전선언’을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겠다는 발상인데, 이는 67년간 유지돼 온 정전체제를 허물어버리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을 막고 있는 ‘인계철선’인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그 때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앞서 언급한 北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 적시된 ‘전(全) 한반도의 주체사상화’를 막을 수 있겠는가. 무엇이 ‘진정한 평화체제’인가.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어렵사리 이룩한 ‘국가안보’라는 울타리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으로 알려졌는데.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20일 평양정상회담 대국민보고 당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전쟁을 종식한다는 ‘정치적 선언’을 먼저 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평화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때 평화협정 체결과 동시에 북미관계 정상화한다는 것이 우리가 종전선언을 사용할 때 생각하는 개념”이라면서 “김 위원장도 동일 개념으로 종전선언을 보고 있다.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겠다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면서 성급하게 추진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북한은 정전협정을 맺은 7월27일을 ‘조국통일해방전쟁 승리의 날’이라 하는데, 왜 그러는가.
▲ 조국을 ‘주한미군’으로부터 해방해야 한다고 보는, 철저히 북한의 논리에 근거한 용어다.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서 봤듯이 북한은 북반구는 해방됐지만 남반구는 ‘주한미군’이 눌러앉는 바람에 조국 해방이 안 됐다고 보는데, 북한이 나서서 해방시키겠다는 의도를 담아 ‘조국통일해방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결국 ‘주한미군 철수’라는 뜻이 담겼다.
 

1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체제 수립 7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한 모습을 공개했다. 2018.09.10. (사진=조선중앙TV 캡쳐) [뉴시스]
1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체제 수립 7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한 모습을 공개했다. 2018.09.10. (사진=조선중앙TV 캡쳐) [뉴시스]


여권 발(發) ‘종전선언’…주한미군 철수 ‘우려’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의 안보전략비서관을 역임한 전성훈 前 통일연구원장의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5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가 발의됐다. 김경협·김남국·김병주·권인숙·남인순·박정·도종환·안민석·우원식·윤미향·설훈·송영길·이낙연·윤영찬·윤건영·안규백·오영환·우상호·서영교·송갑석·한병도·홍익표·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범여권 의원 174명의 발의안에서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을 통해 장기간 지속되는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공존 관계로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며 “국회는 ‘정전협정’을 공식 종료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 시작을 촉구한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 23일(현지시간), 주한미군 병력감축 요건을 강화한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이 미국 상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에는 전년도에 이어 미국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주한미군 병력 규모를 감축하는 데 제약을 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다만 주한미군 철수론이 거론된 바 있어, 세간의 우려가 증폭되는 등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北 김정은의 모습. 18일 오전 평양 시내에서의 퍼레이드 장면. 2018.09.18.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北 김정은의 모습. 18일 오전 평양 시내에서의 퍼레이드 장면. 2018.09.18.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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