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핵심은 ‘군사정전위원회·중립국감독위원회’…정작 北은 전원 ‘퇴출’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北 김일성의 무력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이 7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북한군이 지난 3일 강원 철원지역 육군 제3사단 전방 비무장지대(DMZ) 내 우리 감시초소(Guard Post·GP)에 총격을 가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GP 외벽에서 발견된 4개의 탄흔은 14.5mm 고사총(대공포)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엔군사령부(UNC)가 지난 4일 정밀 조사에 착수하면서 ‘정전협정 위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정전협정 준수규정’으로 알려진 ‘유엔사 규정(UNC Reg No.551-4)’을 입수, 직접 검토해 봤다.

11월 15일 강원도 철원지역 중부전선 GP가 폭파되고 있다. 폭파되는 GP 왼쪽 뒤편으로 철거중인 북측 GP와 북한군이 보이고 있다. 2018.12.26. [뉴시스]
11월 15일 강원도 철원지역 중부전선 GP가 폭파되고 있다. 폭파되는 GP 왼쪽 뒤편으로 철거중인 북측 GP와 북한군이 보이고 있다. 2018.12.26. [뉴시스]

- ‘4·27 판문점 선언’ 강조한 문재인과 北 김정은, 정상회담 ‘2주년’…정전협정 ‘붕괴’

북한군으로부터 피격당한 GP의 경계 작전 관할 부대는 육군 제3사단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지난 21일 오후 육군 제3사단장을 역임한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출신의 신원식 미래한국당 당선인과 인터뷰를 가졌다. 신 당선인은 이날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아군 GP에 대한 총격을 감행한) 북한의 의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군의 총격이 국군 장병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앞서 신 당선인은 GP 피격 다음 날인 지난 4일 국회에서 이에 대해 “정전협정 위반사항”이라며 “중차대한 문제”라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전협정’이란 무엇일까.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이른바 ‘정전협정’은 70년 전 北 김일성의 무력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 3년 만인 1953년 7월27일 체결됐다. 당시 유엔군 측 사령관인 미(美) 육군 대장 마크 W.클라크(Mark W.Clark)와 공산군 측의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 펑더화이(팽덕회·彭德會)가 서명했다. 이로써 한반도 정전체제가 성립되면서 ‘분단시대’를 맞이했다.

‘정전협정’ 서언(緖言)에는 “일체 무력 행위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정전을 확립할 목적으로…그 제약을 받는 데 상호 동의한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제1항에는 “비무장지대를 설정해 완충지대로 함으로써 적대행위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발생을 방지한다”고 적시돼 있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 3일 우리 육군 제3사단 작전 지역 전방의 비무장지대 GP에 고사총을 발포했다. ‘정전협정 제1항’부터 지키지 않는 모양새다. ‘정전협정’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것이다.

한편 일요서울은 ‘정전협정 준수규정’으로 알려진 ‘유엔사 규정(UNC Reg No.551-4)’을 입수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한국 정전협정은 최종적인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한국전쟁에 개입된 적대 쌍방 간 군사작전을 중지하는 데 대한 상호간의 합의’라고 밝히고 있다. 정전협정의 이행·준수를 위한 세부적인 사항을 알아봤다.
 

정전협정 영문판(왼쪽, 국가기록원)과 국문판(오른쪽)
6·25 한국전쟁 당시 정전협정문 영문판(왼쪽, 국가기록원)과 국문판(오른쪽, 박종우 작가).
오른쪽부터 미(美) 육군 대장 마크 W.클라크(Mark W.Clark)와 공산군 측의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 펑더화이(팽덕회·彭德會),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김일성의 서명이 보인다. 


‘반쪽짜리’ 공동감시소조…정전협정 ‘빈껍데기’

‘정전협정 준수규정(UNC Reg No.551-4)’의 ‘위반사건의 보고별 조사’에 따르면 ‘군사정전위원회’ 조사기구는 공동감시소조다. 이는 정전협정에 의해 설립된 기구로, 최소 4명 그리고 6명을 초과하지 않는 영관급 장교로서 구성된다. 이들 중 절반은 유엔사 사령관이, 절반은 조·중 측 최고 사령관에 의해 임명된다.

유엔군 측 군정위 수석위원이 소집한 공동감시소조를 조·중 측이 거부·무시할 경우 유엔군 측 수석위원은 공동감시소조의 유엔군 측 성원을 파견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특별조사반(SIT)’ 등으로 부르게 된다. ‘정전협정 준수규정’에 의거한 ‘특별조사반’의 임무는 ‘상대방의 무기 발사에 의한 군사분계선 너머 한강하구 또는 육지에 대한 침투를 포함하며 이에 국한되지 않는 주요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다. 이를 통해 북측에 항의 및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조치 등에 활용한다.

특히 해당 규정에는 일례로 ‘유엔군 측과 조·중 측의 인원·선박·항공기 간 사격이나 다른 전투행위’가 적시돼 있다. 앞서 언급한 공동감시소조의 임무는 ‘비무장지대의 정전협정 위반사건들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번에 일어난 북한군에 의한 아군 GP피격 사건이 ‘정전협정 위반사건’의 일환으로 조사 대상에 올랐다. 유엔군사령부(UNC) 조사단은 북한군에 의한 GP 총격 사건 다음 날인 지난 4일 오전 6시30분 경 중립국 감독위원회 소속 스웨덴·스위스 인사들과 함께 총격이 벌어진 장소에서 정밀 조사를 벌였지만, 정작 먼저 총격을 가한 당사자인 북한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즉, ‘반쪽짜리’ 조사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엔군사령부에서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984년부터 한미연합사령부·주한미군사령부를 비롯해 유엔군사령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영규 공보관은 지난 18일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북한군과 460차례가량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이 열려왔지만, 단 한 번도 합의가 완료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공보관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정전협정’은 기본이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공동조사를 위한 군사정전위원회, 중립국감독위원회라는 조직체가 조항으로 명문화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공보관은 그 이유가 바로 “북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전협정을) 북한에서 먼저 파기하고 있지 않느냐”며 “지난 1991년 국군의 황원탁 소장이 군사정전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자 이에 대해 일련의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정전협정은 과거 명문화했더라도 정작 현실에서는 (북한 측에서) 주장만 하다가 끝났다”라고 재차 꼬집었다.

앞서 북한은 이미 지난 1967년부터 ‘정전협정’의 ‘군사정전위원회’ 조사기구인 ‘공동감시소조’를 거부해 왔다. 지난 1967년 4월5일 북한군 특수임무소조 1개 조(3명)이 우리 1사단 전방 비무장지대로 침투하다 발각돼 교전 중 사망했는데, 이에 대한 공동조사가 마지막이었던 것. 당시 사건 발생 72시간 만인 8일 개최된 군사정전위원회 제243차 본회의에서 유엔사 측은 공동감시구역 내 자동무기 반입에 대해 공동조사 논의가 거론됐다. 그로부터 9일 후 제244차 본회의에서도 비무장지대 내 교전상황에 대한 공동조사가 언급됐으나 끝내 응하지 않았다.

전례와 함께 김 공보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이번 GP 총격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의 ‘공동조사 무력화’ 행태가 연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동조사’ 외 정전협정에 제시된 각종 장치들은 잘 운영되고 있을까.
 

정전협정 준수규정 일부. [조주형 기자]
정전협정 준수규정 일부. [조주형 기자]
정전협정 준수규정 일부. [조주형 기자]
정전협정 준수규정 일부. [조주형 기자]

 

‘정전협정’ 핵심은 군정위·중감위인데…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문제는 ‘반쪽짜리 조사’가 된 ’공동감시소조’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로 ‘공동감시소조’의 상위조직인 ‘군사정전위원회’도 ‘반쪽짜리’라는 것이다. ‘정전협정’ 20항의 ‘군사정전위원회’는 위원장이 없는 총 10명의 공동조직기구다. 이들 10명의 위원 중 절반은 유엔군 총사령관이, 나머지 절반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이 공동 임명토록 규정돼 있다.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 등에 따르면 유엔군사령관은 미국·한국·영국과 참전국 연락장교단 대표들을 유엔사 측 위원으로 임명한다. 지난 1991년 3월25일 제57대 수석대표로 국군 황원탁 소장이 임명됐는데, 문제는 북한 측이 이를 계기로 본회담 참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1994년 4월28일, 군사정전위원회 조·중 측 5명 중 북한군 대표들을 일방 철수시켰다. 이어 12월에는 중공군 대표까지 철수시키기까지 했다. 北 김일성이 서명한 ‘정전협정’의 ‘군사정전위원회’에 관한 조항을 조·중 측이 스스로 위반한 게 되는 것이다.

정전협정의 이행·준수를 위한 정전기구는 ‘군사정전위원회(제20항)’만 있는 게 아니다. 정전협정 제37항의 ‘중립국감독위원회’ 또한 정전협정의 주요 기구다. ‘정전협정 제37항’에 따르면 중감위는 유엔군사령관이 지명한 중립국인 스웨덴·스위스가 2명을 임명하고, 2명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이 공동으로 지명한 중립국인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가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전협정의 ‘중립국’은 그 전투부대가 한국에서의 적대행위에 참가하지 않은 국가를 뜻한다. 이들 또한 ‘중전협정’ 위반사건 조사임무가 부여돼 있다.

그런데 이 또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북한은 공산군 측 군사정전위원회 대표단과 함께 중립국감독위원회 대표단을 강제 철수시키는 등 정전체제를 무력화시켜 왔다. 지난 1991년 3월25일 제57대 수석대표로 국군 장성 황원탁 소장이 임명된 이후 북측은 본회담 참석을 거부한데다 북측 군정위 대표를 비롯해 중공군 대표들까지 철수시키면서 기능이 마비됐다.

북한은 1993년 4월3일 중립국감독위원회의 체코(슬로바키아 분리)에 대해 ‘중감위 무용론’을 내세워 철수시켜 버렸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995년 2월20일, 폴란드 대표단까지 강제 축출됐다. 결국 ‘정전협정 제37항’의 ‘중립국감독위원회’는 유엔사 측의 스웨덴·스위스 대표단이 단독 운영 중이다. 즉, ‘정전협정’의 이행·준수를 위한 ‘군사정전위원회·중립국감독위원회’는 ‘반쪽짜리’가 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지낸 김용현 예비역 중장은 지난 19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정전협정의 핵심인 ‘군사정전위원회·중립국감독위원회’에서 공산군 측 국가 및 관계자들을 퇴출시킨 것은 결국 ‘정전협정’을 지키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그는 “중립국감독위원회의 경우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는 구 소련이 망하면서 독립하게 됐는데, 그 여파로 기존 사회주의 체제를 버린 것이 북한에게 불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북한 측이 중립국감독위원회에서 체제 변화를 시도한 두 개 관계국을 강제 퇴거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측에서 가뭄에 콩 나는 수준으로 답변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작 해당 사건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세간에서 정전협정의 역할이 ‘반쪽짜리’라는 혹평이 쏟아지기도 한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지키도록 압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김 장군은 “매번 해 왔으나, 북한 측이 답변 자체를 거의 안하다 보니 연락책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최근 북한군이 아군 GP를 향해 고사총을 발포한 사건에 대해 김 장군은 “북한의 의도를 따지기에 앞서 이를 해결하려면 북한이 먼저 정전협정에 따른 조사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5월26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北 김정은을 극비리에 만나 제2차 정상회담을 했다고 밝힌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여권에서는 이를 의식했는지 개성공단 재개론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北 김정은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2018.05.27.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北 김정은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 목적으로 만났다. 2018.05.27. (사진=청와대 제공)

‘4·27 판문점 선언’에 가려진 ‘정전협정’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5월27일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 발표문’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전날 판문점 통일각에서 北 김정은과의 회담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랫동안 저는 남북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상 간 정례적인 만남과 직접 소통을 강조해 왔다”면서 “그 뜻은 4·27 판문점 선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르면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이는 지난 2018년 9월19일 북한의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이른바 ‘9·19 남북군사합의’로 연결된다. 당시 합의서에 따르면 ‘쌍방은 군사적 긴장 해소 및 신뢰 구축에 따라 단계적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합의한 '판문점선언'을 구현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다양한 실행 대책들을 계속 협의하기로 하였다’라고 명시돼 있다. 즉, 핵심은 ‘4·27 판문점 선언’이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출신의 신원식 미래한국당 당선인은 지난 21일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판문점 선언’을 겨냥해 “이에 따른 각종 합의는 근거가 되는 판문점 선언부터 잘못된 것이므로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일갈했다. 신 당선인은 “이미 북한은 수차례 미사일을 발사했을 뿐만 아니라 北 김정은이 직접 포사격을 지시했는데, 그건 군사합의 자체를 어긴 것”이라며 “이번 GP 총격에 대해서도 현재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용현 합동참모본부 전 작전본부장은 “반드시 ‘검증’이 뒤따라 와야 한다. 말이나 서명만으로 긴장이 완화됐다는 걸 어떻게 믿겠느냐”며 “그렇지 않은 ‘평화협정’은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 그간 ‘위장된 평화’에 속아 전쟁의 참화를 겪었던 전례가 얼마나 많았나”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는 6·25 전쟁 발발 70주년이다. 그 동안 정전과 분단을 거치면서 최근 ‘4·27 판문점 선언’이 화두가 됐는데, 그것만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유일한 열쇠인 것처럼’ 비춰지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70년 전 유엔사와 조·중 측이 서명까지 한 ‘정전협정’은 왜 내팽개치고 ‘4·27 판문점 선언’을 강조하고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北 김정은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8.05.26. (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北 김정은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8.05.26. (사진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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