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정원 확대가 답… “공공의대 신설 및 입학 정원 늘려야”
보건복지부, 수도권 정원 조정해 지방 의료공백 해소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의료인력 확보 위한 개혁 칼 빼드나
지방의료원 재정난 심화… 적자 3000억 원 육박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 [뉴시스]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수도권은 현재 필수 의료 과목 의사가 부족하지만, 지방 병원은 의사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방의료원 66%가 의사가 없어 진료과를 휴진하는 상황. 보건복지부는 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줄여 지방 전공의 배정을 늘리는 방안을 고안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수도권 의료공백까지 발생해 의료현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지방의료원 35개가 올해 3000억 원에 육박하는 적자가 예상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대안이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계 전반에 걸친 문제의 심각성은 의사 부족으로 확인된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필수 의료 과목 의사가 부족하다. 나아가 지방 병원은 전공을 불문하고 의사가 없어 구인난에 허덕인다. 전국 공공의료기관의 20%와 지방의료원 66%가량이 의사가 없어 진료과를 휴진하는 상황.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1일 기준 공공의료기관 222곳 중 44곳이 의사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67개에 이르는 진료과가 휴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료과 휴진 시작 일시를 살펴보면, 전라북도 남원의료원의 진단검사의학과가 2005년 7월부터 현재까지 18년 동안 최장기간 휴진하고 있다. 이어 2017년 1개, 2018년 4개, 2020년 12개, 2021년 4개, 2022년 16개에 이어 올해 27개 진료과가 휴진을 시작했다. 공공의료기관 진료과의 장기간 휴진과 더불어 급격한 증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정신건강센터는 무려 5개 과가 휴진 중이다. 국립재활원, 강원도 삼척의료원, 전라북도 남원의료원, 충청남도 서산의료원, 서울특별시 서북병원은 각각 3개 과 휴진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경찰병원을 비롯해 국군병원 등 국방부 소속 병원과 대한적십자 소속 병원, 근로복지공단 소속 병원, 국가보훈부 소속 병원 등 총 12개 기관도 의사가 없어 휴진한 과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공공의료기관은 공중보건의사가 진료를 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소집 해제될 경우 휴진 병원의 수는 더욱 늘어갈 것”이라며 “의료전달체계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입학정원을 늘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2.22명, 세종·경북 전국 평균 밑돌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제출받은 2023년 2분기 지역별 의사·한의사 인력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22명인 것으로 나타났고, 한의사를 포함해도 인구 1000명당 2.6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한의사를 포함하지 않을 경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3.54명으로 가장 많았고, 광주 2.67명, 대구 2.67명, 대전 2.64명, 부산 2.55명 순이었다. 이외 지역은 전국 평균 2.22명보다 적었다. 특히 세종이 1.34명으로 가장 적었고, 세종을 제외하면 경북이 1.37명으로 가장 적었다.

한의사를 포함할 경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4.0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구 3.20명, 대전 3.17명, 광주 3.16명, 부산 3.09명 순이었다. 이외 지역은 전국 평균 2.67명보다 적었으며, 마찬가지로 세종이 1.68명으로 가장 적었고, 세종을 제외하면 역시 경북이 1.78명으로 가장 적었다.

신 의원은 “의대정원과 의사 수 현황을 비교해 보면 지역별 배출 의대생들이 실제 그 지역에서 활동하지 않고 수도권으로 집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지역 배출 의대생들이 전공의 수련과 취업까지도 해당 지역에서 지속할 수 있도록 전공의 수련 여건을 개선하고 체계적인 의사양성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의사인력 조정에만 논의가 집중되지 않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의사 유입이 증가하도록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수도권 전공의 수 줄여 지방 의료공백 해소한다

의료공백 우려가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 수도권 전공의 배정을 줄이기로 했다. 지방의 배정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다. 의료계는 수도권 병원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지난 1월31일 ‘필수 의료 지원 대책’과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6대4인 현 수도권 대 지방의 배정 비율을 내년에 바로 5대5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어 지난 10월19일에도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 의료 혁신 전략’을 통해 재차 명시했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이 컸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0월20일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한 인력 배치 조정의 기본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는 전공의 정원 배치 조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대전협은 성명서에서 “정부가 현재 입장을 강행하더라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며 오히려 의료 현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라며 “먼저 수도권에 근무하는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기본적으로 전공의들은 이미 주 평균 80시간이라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장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라며 “4년 안에 수도권 전체 전공의 수가 16% 감소할 텐데 전공의의 업무를 분담할 전문의 등의 대체 인력 확보와 이에 필요한 재정 지원은 불투명하다”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더불어 전공의 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도 전공의 교육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며 정부와 병원이 전공의를 단순히 값싼 인력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라는 입장을 냈다. 

덧붙여 “모집 인원만 더 늘린다고 필수 의료를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날 리는 만무하다”라며 “대부분의 전문 학회는 (정부의) 전공의 5대5 정원 배치안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 1.67명 의사 가장 많지만, 경기·인천은 하위권인 점 유의해야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의료여건이 취약한 경기도, 인천 내 병원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25일 국정감사에서 “정부 방침대로라면 당장 내년에 수도권 전공의가 240명이 부족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구 1만 명당 인턴 숫자를 비교해 보면 서울시가 1.67명으로 가장 많은 게 사실이지만 인천은 0.43명, 경기도는 0.25명으로 하위권에 있다”라며 “수도권은 동결하고 지방은 증원하든지 서울만 줄이든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공의 수련과 관련한 사항을 논의하는 복지부 내 심의기구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서 전공별 학회를 통해 의견 수렴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3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현장의 의견을 고려해 5.5대4.5에서 향후 5대5로 변경하는 방침으로 논의 중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11월2일 일요서울 취재진의 ‘복지부 수도권, 지방의 전공의 배정 비율 관련 진행 상황’ 질의에 “의료 현장 의견을 고려해 검토 중이다”라며 “11월 중순쯤에는 배정 비율을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답변했다.

지방시대위원회 “의사 수 확대” 2027년까지 응급의료체계 개편

한편 지난 11월1일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방분권균형발전법 제6조에 따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고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수렴해 지방시대위원회가 수립한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년~2027년)’이 위원회 심의 및 의결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본 계획에 따르면 지역 간 의료 격차로 수도권 대형병원에 환자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지방 거주자들도 필수의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역 의료체계 개선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보장을 위해 ‘2027년까지 응급의료체계 개편 및 확충’, ‘응급·심뇌혈관 질환 전문 치료 역량 강화 등 의료기관 진료 역량 제고’, ‘권역 내 협력체계 구축’ 등을 진행한다. 

특히 의료 공급이 부족한 의료 취약지에는 소아청소년과, 분만산부인과, 인공신장실 등 지역 내 부족한 인프라를 지원해 필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을 필수의료 중추 기관으로서 육성해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전달체계를 정상화한다는 것이다. 

또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의사 수 확대와 함께 지역·필수의료 분야로의 인력 유입을 추진한다. 더불어 국가 중앙의료 네트워크를 마련하고, 국립대병원 소관 변경 등 추진 기반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35개 지방의료원 재정난에 시름, 올해 총 3000억 원 적자 육박

하지만 지방의료원의 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함께 분석한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경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35개 지방의료원은 올해 총 2938억6000만 원(기관당 약 92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우선 의료수익이 줄었다. 올해 35개 지방의료원의 입원수익은 약 5467억5000만 원으로 추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입원수익 약 7184억9000만 원보다 1718억4000만 원가량 적다.

올해 외래수익 약 3917억2000만 원도 2019년 약 4246억5000만 원 대비 329억3000만 원가량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의료원은 지역 내 2차병원으로서 취약계층 진료 등의 필수의료 분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료원들이 2년 이상 코로나19 환자만 전담하다 보니 일반진료 역량이 떨어졌고, 의료진 이탈과 구인난이 심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을 해제했지만, 환자들은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올 상반기 35개 지방의료원의 내원 환자 연인원은 2019년의 3분의 2수준으로 2019년 병상 이용률 78.4%에서 지난해 37.6%로 급감했다. 하지만 내년 정부 예산안에 지방의료원 손실회복 지원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정 의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헌신한 결과가 의료기관 적자로 그 결과 약제비 대금도 못 치르고, 종사자 월급까지 밀릴 형편에 내몰렸다”라며 “의료기관 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더욱 적극적인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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