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헌법소원 제기할 것, 세계적 유례없는 사안”
보건복지부 “수술실 내 불법행위 예방이 입법 취지”

CCTV가 설치된 수술실 의료현장. [뉴시스]
CCTV가 설치된 수술실 의료현장.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지난 11월25일부터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의료계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의무화’ 정책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며, 계도기간까지 요구했다. 더불어 “필수의료 기피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며 “의료공백 우려”를 주장했다. 하지만 찬성 여론도 만만치 않다.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한 의견 조사 결과 약 98%의 국민이 찬성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기관에서도 80% 이상의 찬성 답변이 나와 국민적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의견도 적극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대리 수술 의혹, 수술실 생일파티 논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진의 성폭력 등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여론에 무게가 실렸다. 이에 의료법이 개정되며 지난 11월25일부터 수술실 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 및 운영이 의무화됐다. 

이 개정안은 지난 2016년 서울 강남 모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故 권 모 씨가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한 전모가 당시 수술실에 설치돼 있던 CCTV 영상을 통해 드러난 것을 계기로 힘입으며 2년 전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공포된 이후 정부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가졌다. 이를 통해 환자단체, 의료계, 법조계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시행규칙 등의 운영방안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 11월22일 보건복지부가 관련법 시행을 알렸다.

촬영 기준 어떻게 되나? 보건복지부가 안내한 기준

보건복지부가 안내한 수술실 CCTV 설치의 범위와 촬영에 관한 내용은, 우선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은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이어 환자 혹은 보호자가 요청할 때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촬영 요청을 받은 의료기관의 장은 법이 정해놓은 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시 촬영을 해야 한다. 만약 거부하는 경우 미리 환자나 보호자에게 거부 사유를 설명하고 이를 기록하거나 보관해야 한다. 

다만 의료기관은 ‘응급수술’,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수술’,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 ‘수술을 예정대로 시행하기 불가능한 시점에 촬영 요청’,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 등이 있는 경우에는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협의체 구성했지만, 의료계 반발 여전

법이 공포된 이후 보건복지부는 연구용역과 관계단체 참여 협의체, 의료계, 법조계, 전문가, 정부 등 논의를 거쳐 시행규칙과 운영방안을 마련한 것이지만, 의사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지난 9월5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가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박진규 의협 부회장은 “수술실은 원래 극도의 긴장감이 감도는 공간”이라며 “감시당한다는 생각이 들면 환자와의 신뢰가 깨지고, 의사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예를 들어 혈관 수술을 할 때 순간적으로 여러 명이 달려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는데,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은 이러한 장면을 보면 사고가 났다고 오해할 수 있다”라며 “CCTV 영상을 촬영하면 의사들이 어려운 수술을 기피하고 안전주의로 가려고 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필수의료 기피현상도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관계자는 지난 11월24일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서면 답변으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안으로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는 개정안 발의 단계부터 이 법안으로 초래되는 각종 폐해를 근거로 강력히 반대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 제도로 인해 시행 초기에 발생하는 의료현장의 혼란 상황에 대해서는 엄격한 벌칙 조항 적용을 지양하고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찬성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국민권익위 발표, 97.9% 찬성

한편 지난 2021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여론이 불거질 때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의견을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1만3959명이 참여해 1만3667명, 97.9%가 찬성에 투표했다.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에서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같은 내용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한 결과, 찬성 답변이 82%, 반대의견이 13%, 무응답이 5%로 집계됐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찬성하는 주요 이유는 ‘의료사고 입증책임 명확화’,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 감시’, ‘안전하게 수술받을 환자의 권리’, ‘의료진 간의 폭언’, ‘폭행 예방’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반대 이유로는 ‘소극적·방어적 수술’, ‘어려운 수술 회피 등 부작용’, ‘의료행위에 대한 과도한 관여 및 의료인 인권 침해’, ‘수술환자의 신체부위 노출 및 녹화파일에 대한 저장·관리의 어려움’ 등이 꼽혔다.

보건복지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노력”

보건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법 시행에 따른 수술실 CCTV 설치현황 등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현장 문의나 민원에도 신속히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시행 후 개선 필요 사항에 대한 환자단체 및 의료계 의견수렴을 적극 진행하기 위해, 협의체도 재개할 방침이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오랜 기간 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입법이 이뤄졌고, 2년여의 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만큼, 수술실 내 불법행위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를 잘 달성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현장에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로, 시행 초기에 환자도 의료진도 제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라며 “정부가 시행 과정에서 현장과의 적극적으로 소통해 시행에 만전을 기하고,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를 형성해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도록 지속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