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해마다 ‘손실’ 확대… 민간병원은 정부 ‘보상금’
지방의료원 ‘적자’ 3200억 원… 정부 지원, 3분의1 머물러

공공병원 지원 촉구 집회. [뉴시스]
공공병원 지원 촉구 집회.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코로나19 기간 동안 감염병 환자를 돌보는 데 헌신했던 공공병원들이 정부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해 적자난에 허덕인다. 반면 민간대형병원의 경우 정부의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을 받으며 의료수익이 갑절로 증가했다. 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제2의 감염병 사태 발생 시 의료붕괴가 찾아올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지방의료원의 의료손실만 3200억 원에 이르지만, 보건복지부가 공공병원 지원금으로 책정한 비용은 30% 수준인 약 1000억 원에 불과해 공공병원 존폐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동안 공식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던 공공병원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서울아산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이 속한 서울 민간 상급종합병원들은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현장에서는 공공병원은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데 모든 자원을 투입했으나, 정부의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적자난을 겪게 됐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반면 민간병원에는 중증환자 병상 확보 등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한 것으로 밝혀지며 공공·민간 병원 간의 희비가 교차된다. 

이에 ‘제2의 코로나’ 등 감염병 사태가 발생했을 시 다시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료붕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어려움에 처한 공공병원에 충분한 지원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립중앙의료원, 2년 만에 ‘의료손실’ 두 배가량 증가

지난 18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2022 회계연도 결산서’에 따르면 공공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의 ‘의료손실’은 2019년 340억 원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2020년 703억 원, 2021년 577억 원, 2022년 727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른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적십자병원의 의료손실도 만만치 않다. 2019년 54억 원이었던 적자는 2020년 354억 원, 2021년 116억 원, 2022년 239억 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의료원 또한 2019년 288억 원, 2020년 828억 원, 2021년 738억 원, 2022년 815억 원으로 코로나 시기에 적자가 배로 높아졌다.

이밖에도 전국 각지 지방의료원 등 정부로부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들은 2020~2022년에 전반적으로 의료손실이 증가했다. 이렇듯 공공의료기관의 재정상태는 매우 악화된 반면, 빅5 등 민간 상급종합병원들의 수익은 대폭 상승했다.

정부가 민간병원에 지급한 ‘코로나19 손실보상금’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2019년 551억 원의 수익을 올렸으나, 2020년 266억 원, 2021년 1262억 원, 2022년 1690억 원으로 약 3배가량 증가했다. 코로나 환자를 치료한 대가 등으로 정부가 지급한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세브란스병원도 마찬가지로 2019년 의료수익이 51억 원이었지만, 2020년 273억 원, 2021년 753억 원, 2022년 684억 원으로 코로나 기간에 늘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9년 오히려 292억 원의 의료손실이 발생했지만, 2022년 530억 원으로 흑자전환을 성공했다.

정부 올해 공공병원 지원 예산, 단 ‘1000억 원’

코로나 당시 정부는 민간병원으로부터 중증환자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시설비, 장비비, 운영비, 인건비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반면 병상과 인력을 총동원한 공공병원에는 충분한 손실 보상이 돌아가지 않았다.

지난 17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의료원장들과의 만남에서 “코로나19 극복에 헌신한 지방의료원이 환자 수 감소, 의료진 부족으로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금년도 공공병원 경영혁신 지원사업으로 지방의료원이 회복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공공병원 적자 보전을 위한 역량강화 사업 예산으로 국비 513억5000만 원을 책정했다. 이는 지방비를 더해도 1000억 원가량에 불과하다. 공공병원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지난 26일 이선희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취재진에게 “올해 편성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비 500억 원에 지방비 500억 원인데 (지방비는) 사실상 지자체가 주지 못한다고 하면 받을 수 없는 돈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지방의료원들의 적자가 3200억 원이다. 근데 예산은 최대 1000억 원대라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다. 문제는 바로 지급되는 지원금도 아니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건복지부는 공공병원을 두고 역량 평가를 통해 지급한다는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방의 경우 좋은 의사들이 오지 않으려 하고, 의사가 없으면 환자도 돌볼 수 없다. 그러면 수익이 더 줄어들어 악순환이 반복된다”라며 “정부의 의사 인력 증원과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등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병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고, 향후 운영되는 기관 수가 줄면 다음 감염병 사태 때 실질적인 의료체계가 작동할지 의문이다. 현재 운영되는 공공병원도 얼마나 남아있을지 위기 의식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감염병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정부의 대응 체계 유지는 소원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규모 감염병 창궐 시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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