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국민 뿔났다 “목숨 담보 하지 말라”

의료인력 확충 방안으로 정부가 내놓은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대생 집단휴학 등 집단행동에 정부가 정책 강행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2월23일부로 전면 비대면 진료가 실시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의 모습. [이창환 기자]
의료인력 확충 방안으로 정부가 내놓은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대생 집단휴학 등 집단행동에 정부가 정책 강행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2월23일부로 전면 비대면 진료가 실시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의 모습.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의료대란’이라는 용어가 이제 낯설지 않다. 취재진이 최근 찾아본 서울의 한 종합병원 외래 병동은 이전에 볼 수 없을 만큼 외래 환자가 줄어든 모습이었다.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평일에는 병원을 방문한 환자나 보호자들로 북적이는 것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사직 등 의료계 강경 반발로 병원이 정상 가동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020년 문재인 정권 당시 의대정원 확대 계획에도 집단 반발로 정부 정책을 무산시켰던 의료계를 향한 국민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이에 정부는 강행카드를 꺼내들었고, 전공의 사직에 이어 의대생 집단 휴학까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 이런 가운데 의사가 떠난 자리에 남은 간호사들이 불법진료에 내몰리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 릴레이 이어 ‘의대생’ 휴학 릴레이
의료계 향한 강한 비판 여론… 정부, 비대면 진료 확대

지난 2월22일 서울시내 한 종합병원 본관 병동을 찾았다. 전에 없이 주변에 몸을 부대끼지 않고 내부를 다닐 수 있었다. 분명 환자나 보호자 등 방문객들은 여전히 많았지만, 각 병동별로 살펴보면 눈에 띄게 대기자들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취재진이 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처음 찾은 주차장에서 주차난이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 어색했다. 서울시내 3차 종합병원을 찾는데 주차 어려움이 없기는 처음이었다. 

외래 진료를 기다리는 A씨는 한 병동 간호사에게 “오늘 당일 접수했는데 진료가 가능하다고 해서 왔다”라면서 “접수했던 곳에서 간호사실에 물어보면 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해당 병원 외래 진료를 당일 접수로 가능한 것은 평소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만큼 외래 진료를 받기위해서는 사전에 예약을 하고 짧게는 2~3주부터 길게는 수개월씩 걸리는 일이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가 발표되면서부터 전국 각급 병원 소속 전공의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의대정원 확대가 미치는 파장에 대한 염려부터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목소리까지 다양하게 쏟아지면서 급기야는 지역 병원 소속 전공의들로부터 사직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보건의료 위기 ‘심각’ 정부정책 강행 예고

정부는 지난 2월23일 보건의료 재난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상향했다. 보건복지부는 하루 앞인 2월22일 제2차관 주재로 위기평가회의를 개최하고,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상향하기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현장 이탈이 심화되고, 의사단체가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 개최를 예고하는 등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면서 “이에 따라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공동행동에 나선 의료계 집단반발을 두고 정부 정책의 강행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앞서 지난 2월6일 “2006년부터 19년 동안 묶여있던 의대 정원을 국민 생명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어렵게 이룩한 우리 의료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확대하겠다”라면서 “필수의료가 벼랑 끝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정부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감으로 그간 시도하지 못했던 담대한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의사인력 확대 방안 긴급브리핑을 열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 역량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아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진행했다. 지역 간담회와 더불어 현장 의견을 접수하면서, 2035년 수급전망을 토대로 의대 증원 규모가 결정됐다. 현재 의료 취약지구 의사인력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5000여명이 필요하다. 

또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감안하면 2035년 1만 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것. 그 중 1만 명의 인력을 확충하고자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고,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즉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이 추가 입학하면 2031년부터 배출돼,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인력이 확충된다는 복지부의 설명.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3월3일 전국 14만 의사의 총궐기대회를 시작으로 정부의 의대증원 결정에 정면 대결 구도로 나섰다. 지ᅟᅡᆫ 2월22일 밤 10시 기준으로 전국 94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인원은 전공의는 총 8897명으로 소속 인원의 78.5%다. 이중 근무지 이탈자는 7863명에 이른다. 

의대생도 집단 휴학, 전국 의대생 중 60%

의대생들의 집단행동도 만만치 않다. 교육부가 집단휴학 관련 집계를 시작하면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2월19일부터 22일까지 누적 1만1481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전국 의대생 총 1만8793명 가운데 60%가 넘는 수다. 앞서 일부 의대생들은 집단 휴학철회를 통해 총 346명이 강의실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전국 40개 의대 관계자 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정원 늘리는 데만 그치지 않고 의학교육 여건 개선에 지속 대학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겠다”라면서 “학생들이 잘못된 선택으로 불이익 받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학사 관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집단행동, 무엇보다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더불어 정책 결정의 강행 입장을 더욱 견고히 하고 나섰다. 지난 2월23일 정부는 

이런 가운데 국민들의 대응이 심상치 않다. 2020년 문재인 정권에서도 10년 동안 매년 400명씩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밝혔으나, 당시 의료계의 집단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민들은 별다른 여론 형성에 나서지 않았다. 큰 소리로 반발하던 의료계를 비롯해 각계에서 정부가 내놓은 의대 정원 정책에 상응하는 대응 전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의대 증원을 내걸고 의사인력 확충 정책을 내놓으면서 시작된 전공의 진료거부 및 단체 사직 등의 집단행동을 두고는 국민들은 뿔이 났다. 광주광역시에서 고속철로 서울의 병원을 오가는 B씨는 “진료 예약도 힘들고, 치료 과정도 힘든 상황에 의사들이 국민 생각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라면서 “그 누구보다 ‘바쁘다’ 말하던 의사들이 인력확충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방안을 제안해야지, 사직하고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경북에서 서울 강북의 한 병원을 오가는 C씨 역시 “정부가 정책을 낼 때마다 집단행동에 나서는 건가”라면서 “어떤 의사가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집단행동으로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월23일을 기점으로 정책에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확실히 내보였다.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의사집단 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명 허용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간호사협회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하면서 의료공백이 발생했고, 간호사 업무가 가중되면서 환자안전 또한 위협받고 있다”라며 “의료인의 제1 책무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 보호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은 그 어떤 순간에도 의료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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