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GR86, 코너링에서 빛을 내다

토요타 GR86 시승. [이창환 기자]
토요타 GR86 시승.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크르릉’ 두 번째 시동이 꺼졌다. 토요타 GR86은 세련된 외모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자동변속기에 익숙해진 발은 왼쪽 끝 클러치 페달을 생각처럼 쉽게 다루지 못했다. 야생마 같은 GR86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감각의 기억을 더듬어 내야 했다. 클러치에 왼 발을 올려두고,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가면서 악기를 연주하듯 조화롭게 다뤄야 했다. 오른 손은 쉬지 않고 제 속도에 맞춰 변속 기어를 올렸다 내렸다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이르자 GR86이 빛을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토요타 GR86 시승.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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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된 시간에 맞춰 파란 빛의 토요타 GR86을 만났다. 주차장으로 스며오는 빛을 받아 반짝이는 GR86은 당장이라도 도로로 달려 나가고 싶게 만드는 외모를 가졌다. 전체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고 크기는 작지만, 낮은 차고와 단단한 차체는 어떤 도로라도 점령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토요타 GR86 시승.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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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만일까. ‘차에 오르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차를 도심에서 타게 될 일은 흔하지 않았다. 그런데다 기어 노브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R부터 1,2,3,4,5,6의 숫자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토요타는 GR86 가운데 국내에 수동식 기어가 적용된 차량만 들여왔다. 일본 현지에서는 오토매틱 차량도 만날 수 있다고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수동 모델만 판매되고 있다. 

토요타 GR86 시승.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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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치와 브레이크를 함께 밟고 시동 버튼을 누르자, ‘두둥’ 하며 중저음의 엔진 소리와 함께 잔잔한 진동이 전해왔다. 클러치를 밟고 2단으로 기어를 넣고 천천히 전진했다. 보통 1단-2단-3단으로 오르는 것이 순서지만, 평지 주행에서는 클러치를 잘 다루면 최대 3단에서도 출발이 가능하다. 그럴 때의 장점은 변속 없이 시속 30~50km 수준의 중저속까지 가속이 가능하다는 것. 차량 통행량이 많은 도심에서는 나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토요타 GR86 시승.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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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울을 빠져나가면서 김포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 평일 낮이어서 그런지 통행량이 많지 않았다. 중속·고속 구간에서 주행 성능을 확인하기에는 안성맞춤. 기어를 4단으로 올리며 가속페달을 밟고 곧장 5단으로 그리고 6단으로 올렸다. 낮은 차체와 안정된 핸들링, 그에 따른 재빠른 동작으로, 체감할 수 있는 속도는 수치보다 높았다. 

토요타 GR86 시승.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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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에 231마력의 최고출력과 25.5kg.m의 최대토크를 갖췄다. 공식적으로 6.3초 수준의 가속성능을 갖고 있지만, 클러치를 잘 밟으면서 가속하면 성능 그 이상의 속력이 느껴졌다. 가속할 때 마다 들려오는 엔진 소리는 주행의 기쁨을 더해줬다. 차선 변경 시나 굽은 곡선도로 주행은 GR86의 매력을 발산하는 구간이다. 

토요타 GR86 시승.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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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지 않지만 살짝 후륜구동의 오버 스티어링을 맛볼 수 있는 4000만 원대 스포츠 쿠페는 국내에 유일무이하다. 무게는 1.2톤을 살짝 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크기에 비해 무게 중심이 낮아 더 무겁게(더디다는 것과 다른 의미) 느껴진다. 덕분에 주행 중 코너링을 맞볼 수 있었다. 핸들을 힘껏 꺾으며 달려본 게 언제였을까. 그리 빠르지 않은 중속에서도 토요타 GR86은 운전하는 재미를 알게 했다. 무게 중심이 보여주는 신뢰감이 한몫했다. 

토요타 GR86 시승.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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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 나열된 물리 버튼은 오랜만에 아날로그 감성을 끌어올렸다. 누를 때마다 딸칵딸칵 반응하는 버튼은 직관적이고 명료했다. 그렇지만 간혹 모니터를 터치하다가 기어를 변속할 일이 생길 때를 가정해보면 수동 스포츠카에 물리버튼이 필수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복잡하거나 다양하지 않고 필수적인 기능만 가운데 물리버튼으로 나열돼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장점. USB 포트가 콘솔박스에 위치했고,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카플레이 사용도 가능했다. 

토요타 GR86 시승.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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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면 소음과 진동은 아날로그 감수성 가득한 경량 스포츠 쿠페엔 필수. 게다가 아담한 크기로 서울 시내에서 주차 부담 없이 달릴 수 있는 토요타 GR86은 드라이빙의 참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운전자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차량. 4인승이긴 하나(뒷좌석 있음), 실제 이번 주행 중에는 1열이 거의 뒤로 물러나 탑승 가능한 공간은 없었기에 (무게까지 고려한다면) 2인 정도만 탑승하길 권한다. 퇴근시간이 되어 해질 무렵 한강변을 따라 서울시내로 돌아왔다. GR86 주행의 묘미에 더해진 시선집중은 제법 즐길만 하다.  

토요타 GR86 시승.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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