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일렉트리파이드 스트림라이너(Electrified Streamliner), 현대자동차가 두 번째 순수전기차 아이오닉 6를 만들며 적용한 디자인 유형을 정의한 말이다. 출시 전부터 현대차의 첫 번째 쿠페 모델이었던 스쿠프를 닮았다, 이후 모델인 투스카니를 닮았다는 등 말이 많았지만 시승을 위해 만났던 아이오닉 6는 정말 말 그대로 유선형의 물고기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친숙한 모습에 가벼운 미소와 함께 시작된 시승, 하지만 아이오닛 6의 성능은 기대를 훌쩍 넘어 놀라운 수준이었다. 

아이오닉 6는 외부에서 볼 땐 낮은 차고에 크기도 비교적 작고 폭도 좁아 보였다. 하지만 막상 차에 오르니 예상 밖의 넓은 공간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1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도 여유로운 공간이 있어 수납이 가능했고, 1열 시트 등받이와 2열 시트 사이의 간격을 의미하는 무릎 공간 역시 충분해 아래쪽으로는 다리를 뻗는 것도 가능했다. 

아이오닉 6는 4855mm의 전장에 1880mm의 넓은 전폭과 2950mm로 대형차 수준의 휠베이스를 갖추며 넓은 실내 공간을 보유했다. 그러면서도 1495mm의 낮은 전고로 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릴 수 있는 실루엣을 갖췄다. 롱 레인지 AWD 모델 기준 320마력(단순 환산치)에 이르는 최고출력과 61.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6를 77.4kWh 배터리가 장착된 롱 레인지와 53.0kWh 배터리가 탑재된 스탠다드 두 가지 모델로 운영하고 있는데 롱 레인지 4륜모델은 산업통상자원부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484km, 후륜모델은 524km를 달성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후륜모델의 경우 유럽 인증 WLTP 기준으로는 610km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여의도에서 출발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양평 구둔역 폐역까지 왕복 200km를 주행했다. 아이오닉 6를 타고 경강로와 광주원주고속도로 등을 포함해 고속도로와 지방도로를 오가며 스피드와 힘, 제동력과 제어 성능 등을 확인했다. 또 사이드미러를 포함해 디지털 기반의 계기판 등 미래 지향적인 기술도 검증할 수 있었다. 

절대 간선도로에서 힘껏 밟으면 안 된다. 전기차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출력이 좋은 아이오닉6의 경우 알고 밟아도 몸이 뒤로 확 젖혀진다. 물론 급가속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다. 주변에 차량이 없음을 확인하고 저속으로 낮췄다가 힘껏 밟았다. 짜릿함이 머리부터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주의할 것은 사이드미러다. 아날로그 사이드미러에 적응된 터라 주행 초반 창밖의 카메라에 눈길이 갔다. 일반 차량의 사이드미러 위치엔 좌우측 후방을 비추는 카메라가 달려있다. 차량 내부 좌우에 모니터가 설치돼 카메라를 통한 외부 영상을 비춘다. 아이오닉 5를 시승하며 경험했음에도 처음에는 좀 얼떨떨했다. 하지만 적응되고 나니 사뭇 달라 보였다. 오히려 카메라를 통해 내부에 비춰주는 외부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지 알게 됐다.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서 운전감을 조절할 수도 있는데 출력(3단계), 가속민감도(3단계), 스티어링(2단계), 4륜 구동방식(3단계, AWD 전용) 등을 취향 따라 선택할 수 있었다. 선택이 가능한 가상 주행 사운드 등을 적용해 운전의 즐거움마저 제공하고 있어 시기와 장소에 따른 적절한 변화로 다양한 아이오닉 6를 체험할 수 있었다. 

외형에는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드러운 유선형 디자인을 적용시킨 아이오닉 6는 리어 스포일러, 외장형 액티브 에어 플랩, 휠 에어커튼, 휠 갭 리듀서, 박리 트랩, 휠 디플렉터 및 언더커버 형상 최적화 등 공력기술들을 대거 적용해 현대차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공기저항계수 0.21을 기록했다. 

헤드라이트부터 보닛의 양쪽 가장자리로 이어지면서 살짝 돌출된 구간은 물고기나 개구리의 눈과도 같아 보였고, 얼핏 우스꽝스럽기도 한 형태지만, 고가의 수입 쿠페를 닮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낯설지 않고 친숙한 외형 뒤에 아이오닉 6는 기대를 뛰어넘는 성능으로 ‘질주 본능’을 숨기고 있었다. 

간혹 도로를 달리던 중 앞질러 지나가는 고가의 수입차나 엔진 배기음으로 주변 공기를 진동시키며 주변을 압도하는 차량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시선을 끄는 차량을 아이오닉 6 운전자라면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가속력과 주행 성능으로 주변 차량의 시선을 한눈에 받게 되는 경험은 아이오닉 6로도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