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발(發) ‘수사지휘권’, 실상은 ‘尹 뭉개기’…직권 남용 ‘논란’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뭉개기’가 계속 되고 있어 사법부의 위상이 추락하는 모양새다. 일명 ‘검언유착’이라고 일컬어진 사건의 당사자가 ‘전문수사자문단’을 요청했고, 윤 총장이 이를 지시하자 추 장관은 해당 사건의 관계 검사를 ‘전보 조치’ 하는 등 추 장관의 ‘찍어누르기’ 행태가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까지 발동됐는데, 이는 곧 ‘검찰총장의 직무 배제’ 논란에 이어 ‘직권 남용’ 논란으로까지 확산됐다. 이에 일요서울이 ‘수사지휘권’을 통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향배에 대해 알아봤다.
-검찰 개혁 요체는 ‘정치적 외압’ 차단인데…수사 중립성 ‘실종’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이 ‘적법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수사 지휘권 발동 논란’에 앞서 본 사건은 일명 ‘검언유착’이라고 불리고 있는 사건에서 시작됐으나, 추 장관의 ‘밀어붙이기’식 지휘가 검찰의 수사 중립성에 위해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여론이 일면서 ‘수사 지휘권의 적법성’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청법 제8조(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 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돼 있다. 검찰청법 제8조는 지난 1949년 12월20일 제정 당시 제14조였으나 지난 1986년 전문 개정 당시 제8조로 반영됐지만, 그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일명 ‘수사지휘권’ 발동이다.
‘수사지휘권’은 이번 사태를 비롯해 헌정사상 단 두 번 밖에 발동되지 않았다. 지난 2005년 강정구 동국대학교 교수는 “(6·25)한국전쟁은 내전이며 북한의 (조국)통일(해방)전쟁”이라는 망언(妄言)을 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2년·자격정지2년·집행유예3년 판결을 받았다(사건번호 2007도10121). 대법원은 “6·25전쟁에 대한 북한·소련·중국의 책임은 의도적으로 축소 및 언급하지 않고 대한민국·미국의 책임만 부각시키는 등 전체적으로 6·25전쟁을 ‘조국통일해방전쟁’이라고 선전 중인 반국가단체로서의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행법에 따라 그를 구속하려고 했다. 그러나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막았다. 천 장관은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형사소송법은 헌법정신을 이어받아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피의자를 구속하도록 규정한다”면서 “이 원칙은 공안사건에도 달리 적용돼야 할 이유가 없고 여론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된다”라는 내용의 수사지휘문을 발송, 불구속수사를 지시했다. 결국 김 총장은 ‘정치적 외압에 의한 수사 독립성 침해’로 보고 ‘총장 사퇴’를 선택해 ‘검찰 수사권 보장’의 뜻을 밝혔다.
한편 헌정 사상 최초로 발동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불과 15년 만에 추 장관에 의해 또다시 발동됐다. 그렇다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어떤 문제도 없는 적법한 행위일까.
秋 수사지휘, 헌정 사상 두 번째…하지만 ‘직권 남용 논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발송한 ‘수사지휘문’은 아래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검찰청법 제8조를 근거로 헌정 사상 두 번째 발동된 ‘수사지휘권’이다.
▲ 수사가 계속 중인 상황에서 위와 같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전문수사자문단’의 심의를 통해 성급히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진상 규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현재 진행 중인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할 것을 지휘.
▲ 본 건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현직 검사장이 범죄혐의와 관련된 사건이므로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보장하기 위하여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
그런데 추 장관이 행사한 ‘수사지휘권’에 대해 오히려 검찰청법을 정면 위반했다는 법조계 분석이 나왔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이헌 전 이사장은 지난 8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검찰청법 제8조에 의해 법무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을 놓고서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으나,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이라도 검찰에 대한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의 본질, 지휘감독권 그 자체를 침해·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동법 ‘제12조2항(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과 ‘제7조1항(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과도 문제의 소지가 발생한다.
이 전 이사장은 이날 일요서울에 “해당 조항은 검찰총장이 검찰의 모든 수사를 지휘감독하고, 검사들은 상급자인 검찰총장의 지휘감독에 따르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결국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이란 ‘피의자의 구속·불구속 수사 여부 및 기소 여부’로, 검찰수사가 헌법·법률 위반 여부 및 인권 침해 여부를 지휘 감독하라는 것”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에 의해 검찰총장에게 부여된 검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박탈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권한이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추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남용’, 채널A 기자사건 관련 수사팀에 대한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 자체’를 박탈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명백히 위배된다”면서 “검찰개혁의 요체인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다. 따라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형법 제123조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공무원인 추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범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이사장이 지적한 ‘형법 제123조’는 바로 ‘직권 남용의 죄’에 대한 조항이다. 현행 조항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시돼 있다.
‘직권 남용 논란’에도 불구하고, 10일 추 장관은 오히려 “언론과 대검찰청의 소설쓰기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발언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법조계에서 밝힌 우려에 대해 강행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秋, 견강부회(牽强附會)… 검찰 수사 독립성은 어디로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공정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한다”며 자화자찬했다.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이제라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이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기가 늦었다’라는 뜻의 사자성어인 ‘만시지탄’에서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속내’가 엿보인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윤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윤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두고 여당까지 끼어드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미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신속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 내부 인사가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사안에 대해 장관이 법에 따라 수사 지휘를 했으면 그걸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다”며 “그러면 다 풀리는 것 아니냐”고 발언했다. 그는 “장관의 합법적 지시에 대해서는 받아들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수사 지휘를)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고 현명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 또한 윤 총장에 대해 압박 공세를 가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검언유착 사건은 검찰총장의 최측근이 관계된 사건으로, 수사 공정성을 위해 수사 과정에 총장의 개입이나 지시가 최소화돼야 한다”면서 “검언유착 사건 수사 관련해 장관의 지휘는 내용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최고 감독자다. (윤 총장을 향해)법을 지키지 않는 건 공직자로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고, 김종민 의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직자는 재량 범위가 넓지 않다. 법과 규정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의견이 다르면 상관 말을 들어야 한다”는 발언을 가감없이 내놨다.
결국 여당 의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어떤 사항에도 상관없이 법에 있기만 하면 마구잡이로 적용 및 지휘 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게다가 벌써부터 정치권이 먼저 나서서 검찰총장의 직무 방향에 대해 강변하는 형국이다. 헌정사상 첫 번째 발동된 수사지휘권에 대해 ‘정치적 외압에 의한 수사 독립성 침해’라고 보고 사퇴를 결심했던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이번 사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과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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